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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의제에 대한 유물론적 분석을 위한 시론: 머리말


각 의제에 대한 유물론적 분석을 위한 시론


한동백 | 집행위원

    머리말
    1. 보편-특수-개별
    2. 인식의 상승 도정
    3. 상호외재성
    4. 각 부문 운동의 발전 추이
    5. 두 가지의 주관주의
    결론


머리말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하면서 노동운동에서 새롭게 다루어야 할 문제가 수없이 생겨났다. 그중 시급한 과제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크게 발전해 온 각 부분적 운동과 노동운동의 통일 문제이다.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하면서 자본주의 기본모순은 그것의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상호 적대적 계급의 관계로서의 외화 형태인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간 모순만이 아니라, 제국주의와 식민지 인민 간의 모순·자본과 자본 간의 모순·사회주의와 제국주의 간의 모순을 격화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문제 해소에 대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전반적이고 노골적인, 예정된 무능력이 독점자본의 존재 방식과 민중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건의 구비 사이의 모순을 가일층 심화하면서, 제국주의적 경제와 그에 종속된 제 식민지 경제에서 전민적·일반적 이해관계에의 최소한의 조율조차 보장되기 어려워졌는데, 이에 따라 여성과 남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모순 등 계층 간 모순 또한 크게 발전하였다. 자본제적 생산방식이 수반하는 환경 오염은 오늘날까지도 본래의 생태적 수용력을 앞지르고 있는데, 이는 인간과 자연 간의 모순을 계속 증대하고 있다.

 

이 경향은 각성된 노동계급이 운집을 이루어 달성한 민주 성과에 따른 각 계층의 폭넓은 정치적 진출, 자본주의 경제가 지양되지 않는 한에서, 즉 이 경제법칙이 부단히 분지를 이루며 끝없이 추동하는 생활상의 차별과 파탄성 그리고 새로운 형태로서 자본주의 모순이 격화한 양상과 결합하여 날로 규모가 팽창하고 있다. 이 다양한 모순은 각 부분적 운동이 주요하게 취급하는 모순으로, 제국주의 네 가지 모순을 기본적으로 반영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독립된 체계를 형성하며 발전하였다.

 

각 의제가 표현하는 모순이 각각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는 사실은, 목적의식적인 통일 노력이 없을 경우 그 운동이 분절된 체계 속에 완전히 포섭될 수밖에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부분적 운동은 독자적인 운동 조직과 이데올로기를 갖추고 있다. 대개 부문 운동의 이데올로기는 이론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내적 운동과 각자 취급하는 의제의 문제를 서로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나누지는 않지만, 그 연관성에 대한 분석과 종합이 추상적인 수준에서 그치며, 실천은 자본주의에 저항, 이 낡은 사회를 지양하기 위한 운동의 통일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진행된다. 결국 노동운동과 각 부문 운동은 각각 분열적으로 각자의 전선을 형성하게 된다.

 

노동운동과 부문 운동의 분열적 양상은 결과적으로 부르주아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내준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변혁을 바라는 동지들은 운동 간의 통일 문제에 관해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운동사회 전반의 사유는 노동운동과 각 부문 운동 간의 통일에 대한 변증법적 분석보다는, 주로 경제주의적·형이상학적 단견에 머물러 있다: 계급운동이 부문 운동을 맹공하여, 노동군중의 행동 양상에서, 각각의 운동에서 개별 의제의 독립적인 내용과 이를 통해 뒷받침되는 여러 실천적 특성을 완전히 떼어 내면 변혁에 더 가까워진다고 간주하는 경우가 있다. 몇몇 인자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부문 운동의 실천적·이론적 오류를 무근거하게 과장하여 되려 노동운동과 부문 운동 간의 통일을 요원한 것으로 만든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방향으로서, 각 의제의 문제의식에 대해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고, 추상화된 ‘통일’을 말하면 저절로 운동 통일이 된다는 식의, 매우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있다.

 

실지 ‘변혁적 세계관’에 기초하여 행한다는 부분적 운동에 대한 ‘비판’은 대개 통일로의 상승 계기가 거세된 채 적대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어 있다. ‘비판’ 대상으로 설정된 문헌에 대한 광범위한 오독 및 부문 이데올로기의 학문적 발전사에의 무지와 함께, “모 아니면 도”식의 사고로 점철되어 있다.1

 

세계 사회주의 진영의 대대적인 쇠퇴 후 이어진 일련의 정치적 상황, 그 경향, 그리고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를 종합할 때, 부문 운동의 규모 증대의 내부에는 이중적인 내용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α.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이데올로기가 수많은 영역상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전방위적으로 후퇴했다는 것, 그리고 β. 자본주의 모순이 심화할수록 계급 간 모순이 아니라 계층 간 모순도 심화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두 관계 규정은 서로가 서로를 근거하며, 노동운동과 각 부분적 운동 간의 분리를 촉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첫 번째 양상은 두 번째 양상으로 발현되는 객관적 사태로부터 발전한 부문 운동이 계급적 관점을 거세하는 조건이 되며; 동시에 두 번째 양상의 힘으로써 발전한 부문 운동의 ‘독자성‘은 자체 체계를 살찌워 나가며 노동계급의 사유 체계를 배척할 정치적 당위를 쌓을 계기를 스스로 확보하면서 첫 번째 양상을 강화한다. 조건은 사태의 근거가 되고, 사태는 조건의 근거가 된다. 부문 운동 간의 관계에 관해서,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세계관에 근거하여 목적의식적으로 투쟁하는 노동운동이 운동 간의 통일이라는 과제에 관해 구체적인 정견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운동과 각 부문 운동 간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규명해내기 위해서는 보편-특수-개별의 상관에 대한 변증논리적 전개, 그리고 인식의 불균등성에 관한 이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연구와 토의가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부문 운동에 관한 논의는 이러한 방향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결국 노동운동은 ‘노동운동’대로, 각 부문 운동은 ‘그 부문 운동’대로, 분산된 전선을 펼쳐나가는 상황이 강화되었고, 이는 운동 통일성의 약화를 초래하였다.

 

이처럼 운동의 분열적 현상은 각 의제에 대한 유물론적 분석의 부재 속에서 자라나고 있으므로, 나는 이 글에서 그것의 유물론적 분석을 위한 시론적인 방향을 제출하고자 한다. 이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나는 1. 보편-특수-개별 간 상호 정립성; 2. 인식의 하강상승의 계기·매개·본질·구조의 발전 순서와 관계; 3상호외재성을 원론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에 한해, 그러나 해명 대상이 되는 범주 체계의 변증법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내 다룸으로써 그것이 어떻게 노동운동과 부문 운동 간의 본질적 관계를 논리철학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를, 이 객관적 변증법을 운동 진영이 파악함으로써 어떻게 운동의 전반적인 상승이 추동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이어서 대표적인 계층적 의제 및 생태 운동의 역사적 발전 추이를 다루고, 마지막으로 좌·우경적 편향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실천의 지침을 확정하는 결론으로 진입할 것이다.

 

2024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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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러한 “모 아니면 도”식 사고로는 수많은 부문 운동과 국내 파시스트 간의 대립을 온전히 해명해낼 수 없다. 부문 운동은 몰락한 부르주아와 소부르주아, 그리고 프롤레타리아화한 소부르주아로 표징되는 자연발생적 실천의 불연속성과 연속성을 반영하고 있기에 구체적인 분석과 종합을 요한다.텍스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