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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폭탄' 던진 날

 

1. 노무현의 '폭탄'

 

노무현이 '폭탄'을 던졌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민주노동당의 오래된 주장 중의 하나이다. 정치학계에서는 대체로 당연히 그리 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는 주장이다. 한국 정치 수준으로 보아 (진보적이라기보다는) 합리적 방안으로 여겨진다. 그러니까 '폭탄'의 내용물은 실제로는 터질 위험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켜야 하는 시기가 2007대선-2008총선이며 이 때를 놓치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은 좀 오버다. 현행 헌법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2012년 4월, 다음 대선은 2012년 12월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 한국정치에 그토록 필요한 조치라면 다음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으로 스스로 8개월 임기를 단축해도 된다. 어차피 그 8개월 남은 임기는, 5년 단임제에서는, '덤'에 불과할 테니까.

 

게다가 워낙 '양치기 소년' 같은 대통령이라, 노무현은 어떤 '좋은 말'을 해도 좋게 듣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러니 이 시점에서 불쑥 던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은 더더욱 '꼼수'로 보인다.

 

확실히 세간의 분석, 언론의 보도가 진실에 가까와 보인다. 노무현의 정국 주도권을 위한 필살기! 사실 개헌 카드 꺼낼 거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다 예상했던 것이기도 하다. 언제 내놓을까 기다리기도 했던 것이고. 그럼에도 '폭탄'이 되는 거 보니까 노무현의 능력은 정말 '양을 치는 데'에 있는 것 같다. 터지지도 않는 '폭탄'을 던져 놓고 여러 사람들 괴롭게 만드니까. 대단해!

 

 

2. 문래동 당사를 쪽팔려 하는 사람

 

노무현이 '폭탄' 던진 날은 말걸기가 알바하는 날로써 민주노동당사를 찾았다. 이날 알바를 대충 마무리하고 몇이서 밥을 먹으로 나가는데 '눈에 익은 사람'이 젊은 두 사람을 대동하고 문래동 당사 2층(대표실, 정책위 의장실, 정책위 등등이 있는 층)을 어슬렁 배회하는 것이었다.

 

- 진보정치연구소 사무국장 : 어떻게 오셨어요?

 

- A : 234호(243호라 했나?)가 어디지요?

 

- 강언니 : 여기는 호수가 없는데요.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니예요?

 

- A :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실은 어딘가요?

 

- 말걸기 : 의원단 대표실은 국회 본청 2층에 있는데요?

 

- A : 문성현 대표님은 안계신가요? 비서실에 아무도 없는데...

 

- 말걸기 : 무슨 일 있어서 나가신 모양인데요. 비서도 다 데리구...

 

- '눈에 익은 사람' : 아까 통화한 사람 누구야? 비서한테 전화 한 번 해 봐.

 

(이 대화에서 좀 웃기는 건 당직자도 아닌 사람들이 참견하고 있다는 점이다... ㅋㅋ)

 

그리고서 일행은 밖으로 나왔는데, 진보정치연구소 사무국장이 뭘 두고 나왔다면서 다시 들어갔다. 잠시 뒤 밖으로 나온 사무국장이 '눈에 익은 사람'은 청와대에서 온 사람이란다. 다들 맞아 맞아 TV에서 봤다며 맞장구쳤다. 사무국장이 물건을 가지러 갔다 오면서 그들의 대화를 들은 모양이다. 분명한 것은 저들은 문성현 대표를 만나러 왔다는 점이다.

 

'눈에 익은 사람'은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었고, 그날 노무현이 던진 '폭탄'을 받아달라고 각 당 대표를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과 그의 수행 비서들의 상식은 이런 것이었다. 정당의 대표를 만나려면 그 정당이 자리잡은 당사로 찾아가 대표실에서 찾아뵈어야 한다는 것. 물론 그들만의 상식은 아니다.

 

이게 상식인데, 문성현 대표는 자기 자리는 놔두고 국회 본청의 의원단 대표실에서 이병완 비서실장을 맞이했다. 왤까?

 

문래동 당사가 뽀대 안나니 쪽팔린 거지 뭐. 아님 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