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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T1000의 고통을 체험하다

 

손가락이 너무 아파!

 

 

<터미네이터 2편>에서 업그레이드된 터미네이터가 등장한다. T1000. 이 금속 덩어리는 몸을 늘리고 펴고 제 맘대로다. 사람, 사물, 주변에 반응을 어찌나 잘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 뛰어난 반응은 아마도 훌륭한 신경계가 있으니 가능할 거다.

 

T1000이 고통스럽게 용광로에서 녹아버리기 전, 운명을 달리할 듯한 위기를 맞았더랬다. 액화질소 탱크로리의 파열로 온몸이 얼어버린 것이다. 액화질소의 기화로 몸의 열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그 피부(껍데기?)에서부터 전해오는 차가운 기운이 신경계에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었을까? 상상해 보라! 물기 없는 마른 손으로 냉동실에서 방금 꺼낸 얼음조각을 쥐어보라. 살이 떨어져 나가는 그 아픔.

 

하지만 몸뚱이가 순식간에 얼어버리는 아픔만 있는 게 아니다. T1000은 용광로의 열로 얼어버린 조각조각이 다시 녹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아픔이 없을까? 얼었던 몸이 녹는 다는 것은 차디찬 냉기가 조금씩 빠져나간다는 것. 신경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면 살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다시 겪어야 한다. 얼기보다 녹는 게 오래 걸리니 그만큼 고통의 시간도 길다.

 

 

여차여차 우여곡절 끝에 세브란스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가 주 목적이기는 했으나 오른손의 세 손가락에 솟은 사마귀 치료도 받았다. 의사는 사마귀 치료 방법 중 그나마 재발율이 낮은 냉각치료를 처방했다. 냉각치료란 사마귀를 얼려 죽이는 것이다.

 

치료실에서 젊은 의사가 약간 큰 솜봉에 액화질소를 묻히더니,

그 솜봉을 내 손에 난 첫번째 사마귀에 지진다.

사마귀가 순식간 얼어버린다. 아~악!

두번째 사마귀에도 지진다. 으~윽!

세번째 사마귀도 마저 지진다. 흐윽!

"이제 한 번 했습니다. 이렇게 두 번을 더 하면 됩니다."

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얼어버린 사마귀와 신경들이 녹기 시작한다.

냉기가 빠져나가면서 고통은 점점 심해진다.

이 통증에 익숙해지려는 순간 다시 아~악! 으~윽! 흐윽!

내 몸의 일부는 얼어버리고 있는데 다른 모든 곳에서는 땀이 솟는다.

또 다시 아~악! 으~윽! 흐윽!

 

 

병원에서 나와서 타이레놀 두 알을 먹었다. 한두 시간 후 쯤에 약효가 나타났다. 참을 수 있는 통증으로 바뀌었다. 온몸이 순식간 얼었다가 서서히 녹는다면 타이레놀이 몇 알이나 필요할까? T1000은 터미네이터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