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진철

어제 하늘이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밥을 먹는데 하늘이 갑자기 내 엉덩이를 토닥토닥 때리면서

"니가 고생이 많다~" 하면서 안영미 얘기를 꺼냈다.

그 전 상황은 내가 하늘 이마를 짚어본 후 내 이마를 짚느라

'분장실의 강선생' 안영미처럼 이마가 드러났는데

그냥 이마랑 관련된 연상인지, 정말 엄마가 고생이 많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침에 밥상 앞에서 넷이서 하하 웃었다.

하늘이 어제 쓴 일기. 블로그에 올려도 되냐고 했더니 "다른 사람도 읽어?" 그래서

응 저번에 초롱이 사진처럼 보는 사람은 보는데 많지 않아, 그랬더니

올려도 된다고 했다.

 

일기 중간에 '진철' 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진보넷 블로거 진철이란 이름의 의미에 대해서 항상 궁금했었는데....

아마도 이런 거였을까? 진철도 의사인 것같던데..

 

갈 곳이 없어서...라는 단어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3월 30일이면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공부방 선생님은 우리들을 편안하게 해주시려고 마음을 써주시고

공부방 언니들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하돌과 앵두를 온 마음을 다해 반겨준다.

익숙해질만하니 다시 이사를 가야해서

앵두는 또 오줌을 쌀지 모른다.

그래도...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남편은 항상 말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항상 천사만 보내신다"고.

2000년 처음 결혼해서 살았던 장애인센터는 옛날 영화에서 나오는 부잣집이었다.

정원수가 많고 담장에는 장미넝쿨이 있었고 집안에는 나무 계단이 있었다.

우리가 살던 집은 지하였는데 참 넓었다. 천장이 낮아서 장롱의 문짝을 자르긴 했으나

침대며 책장이며 참 많은 짐들을 들이고 잘 살았다.

하늘이가 태어나고 장애인센터 개축 공사를 해야해서 임시로 작은 셋집을 얻었는데

반지하이기도 했지만 햇볕이 안 들어서 새언니가 해주신 원앙금침이며 베개, 쿠션

그런 것들이 다 썩었다.

하늘은 새벽 2시면 깨어서 울었고 우리는 그 애를 안고 차를 탈고 동네를 돌기도 했다.

 

신갈에서 살던 엄마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오시고

엄마가 오던 날 기념으로 한 번 잤는데 하늘이 한 번도 안 깨고 아침까지 잘 잤다.

지상의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 때 처음 알았다.

새로이 신축된 장애인센터 5층이 우리집이었다.

5층건물의 5층이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지만 햇빛은 차고 넘쳤다.

처음 그 집을 보고 엄마한테 "30평은 되는 것같아"라고 했는데

오빠가 와서 보시고는 15평 정도 된다고 했다.

11평인 엄마 집이 넓어보이고 엄마 집보다 더 넓어서 30평 정도 된다고 얘기했었는데..

그럼 30평은 얼마나 넓은 거냐...하는 생각을 해보았던 것같고,

평수 이야기를 하는 건...만약 그 때 첫 살림집에서 5층집 넓이로 막 이사를 왔으면

나는 좁은 데로 왔다고 속상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간에 임시로 머물던 반지하방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새집이 너무 좋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공부방이 1시 시작이라 아침에 설거지를 포함, 집안 정리를 깨끗하게 하고 나가야한다.

우리집이라면 하늘의 등교시간에 쫓기느라 대충 치우고 나갈텐데

공부방이라 나름 완벽하게 치우고 몇 번이고 돌아보고 나간다.

그리고 항상 물건은 제 자리에 놓는 정리습관이 붙었다.

내가 못하는 게 많지만 그중에서도 정리는 정말 못해서 집이 항상 발 디딜데가 없어서...

(그래서 우리집 애들은 창의력이 짱~! 일 것이라는 위로를 자주 한다.)

 

새집에 들어가면 마음은 편해질 것이지만

어쨌든 이 집에서 얻은 정리습관을 꼭 잊지 말아야겠다.

남편과 같이 살 때에는 아침기도 때문에 항상 남편이 일찍 일어나서 우리를 깨워줬는데

우리끼리 살아야해서 라디오시계를 샀다.

원래는 teac의 r-1을 사고 싶었는데 너무 비쌌다.

와싸다닷컴에 어떤 분이 6만원에 올려놓으셨길래 얼른 연락을 했으나 이미 팔린 후.

대신 마련한 4만원짜리 소니 시계 라디오.

밤에 불빛이 나와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불을 끄면 너무나 무서워라 해서.

 

금요일에 노치가 시간을 맞춰주고 어제 처음 써봤는데

아침 7시가 되면 93.9가 상쾌하게 흘러나온다.

이런 게 생활의 기쁨.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