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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회의

쿰(cum)님의 [마을에서 놀아보자!] 에 관련된 글.

 

회의를 참 많이 한다. 그렇게 많은 회의가 꼭 필요해서 하는가? 하는 생각들을 해 보기도 한다. 회의를 하면서 의제에 대한 깊은 검토도 없이 쉽게 의사결정을 하고, 결정사항을 지키지도 못하는 경우도 보아온다. 이러다보니 여러 해 동안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경우도 보고 있다.

 

회의 자체를 하나의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듯하고, 이러다보니 필요한 회의를 회피하게 되고, 억지로 하는 회의가 되고 만다. 회의를 하면서 의제에 관련된 다양한 경우를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보기에 나는 판단을 쉽게 하지 못하고,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는 더욱더 힘들다.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께서는 공동체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화백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소수의 의견도 무시되지 않으면서, 타협과 양보를 통하여 마지막에는 모두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결론을 얻어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남원의 한 절간에서 이런 화백회의를 공부해 볼 기회를 가졌다.

 

화백회의를 하기 전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애정을 가지고, 모두의 의견을 담아내려고 하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정화의식을 먼저 하게 된다. 우리는 강화도에서 준비해온 쑥에 불을 붙여 향을 피우며 마음을 가다듬고, 서로에게 절을 하고 화백회의에 임하였다.

 

화백회의에는 하늘님, 임금님, 단군님, 차차웅 이런 역할을 가지고 임하게 된다.

하느님은 공동체 구성원이고, 즉 회의에 참여한 이들을 말한다.

임금님은 하늘님 중에서 의안을 제출한 사람을 말한다.

단군님은 요즘 표현대로 하면 사회자를 말한다.

차차웅은 판관으로 볼 수 있는데, 때에 따라 판단을 의뢰하기도 한다.

 

공동체에서 보은화폐를 발행하게 되는데, 구성원들은 공동체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서 보은화폐를 부여받게 된다. 회의에 참여하면서 의안을 제출하거나, 설명을 듣고, 의안에 동의를 할 때 보은화폐를 내고 참여한다. 그러기에 신중하게 회의에 참여를 하게 되고, 공동체의 기여도에 따라서 회의에서도 비중이 달라진다. 오늘날의 보통선거와는 다른 형태가 된다.

 

 

 

 

 

 

하늘님이 의안이 있으면 앞으로 나와서 보은화폐를 내고,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데... 이렇게 되면 하늘님에서 임금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하늘님들로부터 자신의 의견에 동의를 받아 내게 된다. 이에 다른 의견이 있는 하늘님은 임금님으로 내려와서 자신의 의견도 내놓을 수 있다.

 

이렇게 의안을 낸 임금님은 형님 임금님이 되고, 이에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면 아우 임금님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형님 임금님이 여럿 나올 수 있고, 이에 아우 임금님도 여럿 나올 수 있으며, 이에 하늘님들은 보은화폐를 가지고 자신의 의견도 표현 할 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임금님들은 자신의 의견을 철회할 수도 있고, 다른 임금님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포함시켜(넘겨주는) 줄 수도 있다. 요즘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지조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타협과 양보의 정신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늘님들은 의견에 대해서 동의를 하면 자신이 가진 보은화폐를 내면서 의사를 표현하게 되는데, 이를 ‘말발’을 세운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말발이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유래된다고 한다. 자신이 세운 말빨을 생각이 바뀌어 말빨을 철회할 수도 있고, 다른 의견에 말빨을 세울 수도 있다. 임금님이 의견을 취소하면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하늘님은 자신이 세운 말빨을 회수 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단군님이 의견을 조정해 나가면 많은 의견들이 모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에, 예전에는 여흥을 즐기면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요즘 회의를 오랜 시간하게 되면, 급기야는 체력이 되는 사람의 의견으로 모아지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놀면서 축제같이 즐기고, 수행의 일환으로 화백회의를 해 왔다고 한다.

 

오랜 시간 회의 끝에 의견이 한 두가지로 모아지게 되면 단군님은 모아진 의견에 결론적으로 하늘님들은 자신이 세운 말빨에 대해 ‘십자공수’라는 과정으로 회수를 할 수 있다. 다음에는 마지막에 남은 의견에 걸린 말빨을 셈하여 서로 상쇄하고, 차이만큼의 말빨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상쇄된 화폐는 공동체에서 공공으로 사용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남은 말빨 만큼의 무게로 화백회의의 의사결정은 된다.

 

마지막까지 명상을 하면서 임금님들은 신중하게 말빨을 사용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고,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공동체의 의견을 모아낸다. 지루하고 복잡하고 어렵지만, 이렇게 하면 불만 없이 모두의 의사를 모아서 하나의 결론을 얻어 내게 되어, 화합의 장이 만들어지게 된다.

 

마치기 전에도 명상을 하고, 서로 절을 하고 화백회의는 마치게 된다.

 

 

 

 

우리는 처음에 시도해 보는지라, 주제를 선정하는 내용으로 화백회의를 했다.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 가지고는 의견개진이 충분치 못할 것 같아, ‘농사가 없는 귀농도 가능한가?’ 라는 주제선정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진행하였다.

 

농사일을 하지 않고, 농촌을 지원해주는 귀농도 가능하다. 라는 주장과 귀농은 농사일을 하러 농촌으로 가는 것인데, 처음부터 농사일을 하지하고 농촌으로 가는 것은 귀농이라고 할 수 없다. 라는 주장으로 가지고 위의 과정을 거쳐 진행해 나갔다.

 

도시인들이 농사일을 잘 하지 못하고, 특히나 경제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농촌에서 필요한 일을 하면서 농촌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귀농은 농사를 지로 농촌에 가는 것 인만큼 농사를 짓는 일이 우선이고, 주업이어야 한다. 라고 한다. 이에 제3의 의견으로 농촌을 지원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농업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라는 의견으로 첫 화백회의는 마감되었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요즘 저런것을 해 보아야 하는가? 하면서 반신반의하면서 시작을 했지만, 처음의 생각보다는 진행하다보니 재미가 있어지고 참여도가 높아지게 된다. 단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리가 아파고, 허리가 아파 자세가 뒤틀리게 되었다.

 

몇년전 풀꽃상 선정회의를 하면서 화백회의라는 이름으로 밤새 회의를 한적이 있다. 그 때는 온라인으로 풀꽃상 후보를 여럿 선정하고, 제안된 후보를 찬성하는 모둠을 정해서 도둠간 토론과 설명 설득을 하면서 양보를 통하여 압축해 나갔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내가 고집을 부려서, ‘비무장지대를 선정되도록 했다. 선정회의를 새벽녂에 끝내고, 다같이 마시는 맥주 한캔의 시원한 맛을 지금도 잊을수 없다.

 

이번의 느낌도 비능률적이라고 치부하기 쉽겠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해 보면 그렇게 힘든 결정이기에 모두가 흡족한 마음으로 합의에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어떤 의안을 가까스로 결정해 놓고도, 그 후에 고민과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차라리 합의가 되지 않던지, 대다수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결정을 하지 않는게 좋겠다. 라는 생각를 해 보기도 한다. 그러기 보다는 합의 과정이 좀 어렵더라도, 그 후에 모두 함께 일을 진행해 나가면 더욱 큰 힘이 발휘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화백회의도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은 문제일수록 수월하겠지만, 이해관계가 민감한 사안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그런데 옛 사람들은 이런 사안들을 한 부족에서 끝이 나지 않고, 이런 과정을 다른 부족으로 옮겨 다니면서 릴레이로 했다고 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그들의 지혜를 배워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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