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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김치배달

어제 조계사에서 수백의 시민들이 모여서 김치를 담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내가 간 오후에는 김치담그기는 끝나고, 김치통을 각 지역으로 옮겨서 전달할려고

준비를 한다.

 

우리 지역에도 10kg 50통을 가져와서, 동 사무소에서 알려준대로 집을 찾아서 배달에 나섰다.

우리차에 9통을 싣고 배달을 시작하는데, 첫 집부터 심상치 않다. 2층집인데 초인종을 눌러

물으니,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다. 전화를 하니, 같은집 지하방에 맡기고 가라고 한다.

 

이렇게 배달을 하는데....

지하방, 고시원, 집안을 보아도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며 김치가 필요한 집이 있었다.

그와는 다르게....  돌아가신 분의 이름으로 된집도 있고, 깨끗한 집에서 그런대로 사는 집도

있으며, 마지막에는 * 캐슬 아파트에도 전달을 해야만 했다. 이 정도가 되니 모두들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우리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나뉘어서 김치배달을 했던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김치를 받는집 보다, 가져가는 내가 더 김치가 필요한 사람이다. 이런집에 추운날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김치를 담아 날라다 주어야 하는것인가? '부자동네가 다르긴 다르다.'

라는 푸념들이다.

 

동 사무소에서는 어떻게 명단을 뽑았기에 이런 정도의 사람들에게 김치를 나누어 주라고

한 것이냐? 사회복지 예산이 절대적으로 적은것이 문제지만, 그 적은 돈 조차도 제대로

나누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김장에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나누어주려고 했던 지역의 판자촌 주민들에게는 나누어

줄 정도의 양이 되지 못해, 두 주후에 따로 김장을 해 주기로 했다. 어제는 우리가 주체적이지

못하고 끼어서 함께한 위치였지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때에는 제대로 한번 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때는 그분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그분들의 삶을 보고 들으면서, 우리들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김치를 담을수 있을것 같다.  이를 통하여 우리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알고, 우리 자신들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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