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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과 놀기.

예전 농촌에서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 농한기가 되면 볏짚으로 새끼도 꼬고, 가마니도 치고, 멍석이나 바구니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어서 사용했다. 석유문명이 절정을 이룬 지금은 석유를 가지고 공장에서 이런 생활용품을 만들어 주니 볏짚을 활용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친절한 석유화학 공장의 덕택으로  농촌에서도 이제는 볏짚으로 무엇을 만들수 있는 어른들이 거의 계시지 않는다. 이제 얼마지 않아 볏짚으로 무엇을 만들수 있는 분은 어쩌면 문화재로 칭송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도 겨울 한철 짚신을 삼아서(만들어서) 농촌벌이 치고는 그런대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하셨는데 말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때 짚신 하나라도 잘 만들어서 보관해 두는것인데, 후회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 만들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짚멍석은 거의 헤어져서 사용을 할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지금 이것을 만들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고, 하루 이틀에 만들수도 없으며, 기계로도 만들수 없다. 그러기에 앞으로 짚으로 만든 멍석은 구경할 수 없을것 같다. 짚멍석도 있어야만 되는때가 있는데 말이다.

 

이러기에 이제는 짚으로 무엇을 만드는것도 '짚풀공예'라는 이름을 붙여서 고상하고, 호기심 느끼는 체험행사가 되었다. 거리에서 축제를 할때에 볏집을 가져다 놓고 새끼를 꼬고, 계란꾸러미를 만들어 보고, 간단한 소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완성품은 견본품에 불과하고, 대체로 새끼를 짧게 꼬아 보다가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달에 상주에서 볏짚을 이용해서 새끼도 꼬고, 계란꾸러미도 말들고, 다래끼를 만들어보는 행사를 상주환경농업학교에서 열게 되어 참여를 했다. 11월 들어 연이은 주말 나들이로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재미있을것 같고 따랑 식구들이 함께 가자고 해서 갔다.

 

부산에서 아직도 볏짚으로 여러가지를 만들수 있는 어른이 상주에서 농사를 짓는 사위집에 드나들다가 선생님으로 초빙이 되어 지도를 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이 내 짐작보다 많이 모였다. 진행자도 열심이고, 재미있게 잘 진행해주어 활기찬 행사가 되었다고 본다.

 

보통 거리에서 축제때 볏짚을 몇단 준비해 놓고, 새끼를 꼬라고 하는 경우를 여러번 보았다. 거칠고 딱딱한 짚으로 초보자가 새끼를 제대로 꼴수가 없다. 이번에는 짚단에서 키가 작은 볏짚이나 검불을 추려 내고, 물을 품은 짚을 떡메로 메치기 까지 하니, 부더운 볏짚이 제대로 준비되었다. 70년대 이후 통일벼 계통이 재배되면서, 벼의 키가 작아 볏짚으로 무엇을 만들기가 좋지 않게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모두다 새끼를 꼬았다. 처음 짚을 만져 보는 이들이나 어린이들 같은 경우 새끼를 잘 꼴수가 없었으나,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서 모두들 곱다란 새끼를 꼬는 실력이 되었다. 왼손잽이는 왼새끼를 꼬기도. 한편에서 어린이들은 선생님 따님 선생으로 부터 계란꾸러미 만들어 본다. 이 또한 쉽지 않아 계란이 깨지고(그래서 삶아 두었다) 꾸러미에서 계란이 빠지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각자 꼰 새끼를 가지고 이제는 다래끼(바구니라고 할까?)를 만들어 본다.

새끼를 적당한 길이로 짤라서 거미줄 같이 만들어 기초를 하고, 그 위에 베를 짜고 뜨게질을 하듯이 짚을 돌리면서 엮어 나가는 것인데, 그게 쉽지를 않다. 처음 시작하는 터를 잡기도 그렇고, 짚을 넣어 돌려가면서 꾸며가고, 짚이 떨어지면 이어 나가는 과정들이 빨리 숙달되는 것이 아니었다.

 

짚을 만지면 손이 닳아서 아프기도 하고,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어렵고 고생스러워도 둘어앉아 담소를 나누면서 다래끼를 만들어 나가는 학동들의 열성이 대단하다. 밤 늦게까지, 아침 일찍 부지런하게 노력을 하여 각자의 다래끼를 하나씩 만들었다. 서로 다른 모양으로 만든 다래끼를 보고, 서로 잘 만들었다고 격려도 하고, 웃으면서 노력의 결과물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날은 시레기를 엮어 보기도 했다. 요즘은 푸른 배추잎이나 무우잎을 거의 버리다시피 하지만, 이를 말려서 국을 끓여 먹으면 좋은데 말이다. 엮어볼 배추가 충분하지 않아 시늉만 해 보았지만, 잘못 엮으면 돌아가면서 풀어질수도 있다. 이것 뿐만 아니라,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초가지붕을 덮었고, 짚신이나, 밧줄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들을 만들어서 사용을 하였다.

 

 

이틀간 볏짚을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기도 하고, 깔아놓은 멍석에서 볏짚과 함께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함께 어울려서 일을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텐데, 지금은 그것을 할 꺼리도 쉬이 찾을수 없고, 할 줄도 모른다.

 

바라기는 앞으로도 '짚풀공예'가 되지 말고,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아 짚으로 생활속에서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본질일텐데 말이다.

 

아직 문을 연지가 오래진 않은 상주환경농업학교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데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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