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는 국내 발생 쓰레기의 30% 가량을 처리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의 사용 기한은 2025년 5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 지역에는 매립지 뿐만 아니라 대규모 폐기물 처리 시설들이 밀집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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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건설, 사업폐기물을 처리하는 400여개의 업체들로 쉴새없이 대형트럭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사월마을 주민들은 2017년부터 주민들의 건강과 주변 환경 역학관계조사를 정부에 요구했었다. 2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작년 11월 환경부는 52세대, 125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사월마을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주거환경이 아니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주민 중 12%가 암에 걸린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오염원과의 인과관계는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부평에 있는 한 폐기물 업체의 사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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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는 아파트 단지가 많았고 맞은 편에는 중고차 매매단지가 위치해 있었다. 넓은 공터에 많은 차들이 주차된 가운데 높은 펜스가 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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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는 폐허가 된 건물이 있었고 펜스가 쳐진 공간에서부터 이 건물까지 각종 폐기물이 높게 쌓여있었다. 해당 업체는 2015년부터 1만8천톤의 건설폐기물을 방치하고 있다. 업자는 2017년에 고발되어 2018년 11월에 구속되었으나 압류할 재산이 없어서 폐기물을 얼마 처리하지 못했다. 업체가 처리한 양은 2천300여톤에 불과하고, 업체의 방치폐기물처리이행보증 보험금으로는 고작 635톤만을 치울 수 있었다. 장마철마다 침출수가 흘러나오고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으나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처리 비용 때문에 계속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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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쓰레기산 위로는 풀들이 높게 자라 언뜻 보아서는 야산인지 쓰레기 더미인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쓰레기 문제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 주로 이야기되는 것은 생활폐기물이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생활폐기물 역시 중대한 문제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언급되지 않는 건설폐기물과 사업폐기물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2019년 수도권 매립지 반입량 기준으로 생활폐기물의 비중이 18.9%인데 반해 건설폐기물은 49.78%, 사업장폐기물은 30%에 이른다. 최근 확인된 무단 투기 폐기물 중 79.9%가 건설폐기물이다.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발생되는 5톤 이하의 건설폐기물은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정부도 이러한 소규모 건설폐기물이 무단 투기 폐기물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폐기물은 민간업체가 수익성 높은 자재만을 선별해 수거하고 나머지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폐기물 처리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통계에 포함되는 건설폐기물의 경우, 재활용률이 매우 높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재활용’이 무엇인지도 보아야 한다. 현재 폐기물 재활용의 주요 방법으로 사용되는 재활용 시멘트와 순환 골재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문제,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오염의 문제 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긍정적으로 조명되고 있는 시멘트 소성로를 통한 폐기물 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방식은 의성의 쓰레기산을 비롯해 최근 가시화된 대형 쓰레기산의 처리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시멘트 업체들은 폐기물 처리 명목으로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특혜를 누리고 있다. 전국 오염물질 배출 다량 사업장 상위 20개 중에 이와 같은 시멘트 공장이 8개 포함되어 있다. 측정기로 확인된 사업장 배출 총 대기오염 중 22%가 이 공장들의 몫이다. 환경부와 시멘트 업체는 폐기물 처리 과정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거듭 이야기하지만 이들 공장에서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굴뚝으로 불법 분진을 다량 분출하고 있음이 여러차례 확인된 바 있다. 시멘트 산업은 그 자체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동시에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생산지 주민들의 피해를 만들어내고, 버려지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환경 부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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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위기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회용품과 소비 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전국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건설 사업과 재개발 사업을 폐기물 문제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과연 필요한 만큼 짓고 있는가? 무엇을 지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한 번 지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세심하게 관리하여 여기에 투입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가? 그 안에 깃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도 귀하게 여겨지고 있는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찾을 수 있다. 산, 강, 바다, 농지, 마을, 도시 할 것 없이 쉴새없이 오가는 공사 차량과 타워크레인으로 빼곡하고, 지은지 수십년도 되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은 쫓겨나고, 소수의 수익 사업을 위해 누군가의 서식지는 언제까지 활용될지도 알 수 없는 건설사업으로 뒤덥히고 있다. 생활폐기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개개인의 소비와 폐기에 대한 인식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소비재 생산과 유통으로 이익을 얻는 기업들에게 문제 해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을 적용하여 건설 사업으로, 재개발 사업으로, 대규모 토목 사업으로, 부동산 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본다면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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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7 11:06 2020/12/27 11:06

2018년 1월에 중국은 더 이상 다른 국가에서 보내오는 쓰레기를 수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쓰레기 수출길이 막히면서 각지에서 쓰레기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소각으로 인한 대기오염의 문제로 관련 규제는 점점 엄격해졌고, 쓰레기 소각 시설은 10년 사이에 절반 가깝게 줄어들었다. 매립장들의 매립 가능 용량은 차례 차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2019년 3월에 CNN이 의성의 쓰레기산 문제를 보도하면서 전국의 쓰레기산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자 같은해 4월 정부는 신속한 해결을 공언하고 10월까지 490억원을 들여 무단 투기 폐기물 중 17만톤을 처리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에 새롭게 발생한 불법 폐기물은 12만 톤에 이른다. 우선 이런 쓰레기산을 만든 투기 주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만약 찾아내어 행정 처분을 진행하고,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고발과 처벌을 집행하더라도 적치된 쓰레기를 직접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지자체 및 중앙정부가 예산을 들여 우선 처리하고 추후 비용을 청구한다고 하지만,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각 쓰레기산을 치우는 데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소요된다. 현재 행정 기관이 나서서 처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무단 투기 폐기물만 보더라도 총 처리 비용이 적게는 645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 폐기물 관련법이 개정되어 처리 과정의 관리 감독과 문제 발생시의 처벌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벌금이나 징역의 처벌을 받더라도 무단 투기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막대하기에 쓰레기산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적법 절차를 통한 처리 비용보다 낮은 비용으로 대량의 폐기물 처리를 위탁받은 업자들이 위법한 수익을 올리며 그 책임을 지역과 사회에 방기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전국 235개 쓰레기산에 120만톤 이상이 버려졌다. 그중 68만톤이 경기 지역에 쌓였다. 


첫번째로 간 곳은 국립 운악산 자연휴양림 인근에 위치한 곳이다. 큰 도로를 벗어나 좁은 길을 돌아 들어가니 차양막이 얼기설기 둘러쳐진 곳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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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래쪽에는 주민들의 농지가 입지해있었다. 2017년 12월에 쓰레기가 적재되기 시작한 것을 주민이 발견하였고, 작년까지 총 6천톤 분량의 쓰레기가 적재되었다. 올해 2월 포천시에서 12억 5천만원을 들여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여 4500톤 가량을 처리했다. 소각장에서 처리가 어려운 대형 쓰레기와 고철 등이 반려되어 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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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각종 생활폐기물, 내장공사자제, 폐전선 등이 뒤엉켜 있었다. 여름에 높게 자란듯한 풀 위로는 큰 바퀴 자국이 있어 집행 이후에도 대형 장비가 드나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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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막의 바깥쪽에는 주민들이 스프레이로 쓴 듯한 ‘환경 오염’, ‘쓰레기를 철거하라’, ‘공무원X’, ‘후손에게 욕은 누가 먹나’ 등의 문구가 쓰여져 있었다. 


두번째로 간 곳도 포천시에 위치한 곳으로 주변에는 석산에서 돌을 채취하는 업체가 많이 있었다. 2017년 11월에 산업폐기물 무단 적치를 발견한 주민이 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후에도 폐기물 운반은 계속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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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포천시에서 행정대집행을 실시했고 일부 폐기물이 남겨져 있었다. 답사를 간 9월은 덥지도 습하지도 않은 날씨였지만 정체불명의 오물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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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침출수 웅덩이가 있었고, 침출수가 스며든 듯한 토양 위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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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담겨있었을지 알 수 없는 녹슨 드럼통이 잔뜩 쌓여있었다. 


다음은 파주로 갔다. 2018년 3월에 경찰은 파주 시내 18곳에서 폐기물을 투기한 폭력조직을 검거했다. 그들은 4만5천톤을 투기하여 66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었다. 투기범은 이미 범죄 수익을 빼돌려 재산이 없는 상태였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시는 쓰레기 처리를 위해 토지소유자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소유자는 쓰레기를 버리는 줄 몰랐고 땅을 빌려준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행정대집행이 불가능하다. 쓰레기의 처리에는 30억원 가량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장소에 2만톤 가량이 적치되어 있다. 입구는 굳게 잠겨있었고 3미터 높이의 펜스가 둘러쳐져서 내부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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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야산으로 올라가 덤불을 헤치고 들어가니 어마어마한 쓰레기들과 그 위로 무성하게 자란 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부는 지자체에서 쓰레기산을 우선 처리한 뒤에 원인제공자 부담으로 비용을 회수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파주시의 경우에서 알수 있듯이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연말을 앞두고 행정구역 내 쓰레기산 처리를 완료했다고 이야기한 양주시와 같은 경우도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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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6 14:17 2020/12/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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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산 폐기물 처리 시설을 답사하며 우리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버려지는 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곳곳의 폐기물 적치 장소를 돌아다니며 다른 관점에서 우리의 도시를 바라보았습니다. 쌓여있는 쓰레기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우리가 있는 자리까지 거슬러 돌아보며 겹겹히 쌓여 연결된 도시의 층위 사이를 가로질렀습니다. 각종 폐기물을 싣고 가는 트럭의 행렬, 먼지를 뒤집어쓰고 회색빛이 식물들, 악취가 진동하는 땅과 , 사이 사이에 높게 올라가는 아파트 단지와 마구잡이 개발 사업지들, 잡초로 뒤덮혀 언뜻 녹지처럼 보이는 거대한 쓰레기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처리하는 사람, 쌓아두는 사람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도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중심부를 유지하기 위해 바깥과 주변부를 착취하고 소외시키는 도시 생태계 속에서 다른 길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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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1 15:00 2020/10/01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