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라낙동강'에 해당되는 글 2건

  1. 흘러라 낙동강 2 : 을숙도에서 내성천까지 2021/12/07
  2. 흘러라 낙동강 1 : 가덕도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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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오후에 가덕도에서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을숙도로 갔습니다. 해가 넘어간 뒤 을숙도에서 어두운 물가를 걷고 있으니 도둑게 등 기수역 습지에서 서식하는 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을숙도와 인근 모래톱 등의 습지는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입니다. 특히 겨울 철새들이 많이 머무는 곳으로 남한의 주요 철새 도래지 중 가장 많은 종이 찾는 장소이며,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철새 서식지입니다. 천연기념물이자 생태계보전지역, 습지보호구역 등 각종 보호법으로 보전해야 하는 장소지만 1987년 하굿둑이 들어서고 부산 서남권 개발 바람이 불며 을숙도의 생태계는 파괴되어 왔습니다. 상당히 개체수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매년 각 종마다 수천마리씩 찾아왔던 철새 무리의 수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며 급속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새들의 먹이가 되던 습지 식물의 군락지가 파괴되었고, 상류로부터 토사 공급이 끊기며 새들의 주요 번식처이자 서식지인 모래톱이 유실되어갔습니다.

 

4대강 사업은 지금도 여전히 강 유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관련 법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일명 '친수법')'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하천 유역 개발을 위한 법률로 강 유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면제하고, 사업자에게 강제수용의 권한도 부여합니다. 입법 당시 '수자원공사 특혜법'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는 경제성 부족으로 중단되었던 사업을 다시 가져와서 '친수법'을 근거로 부산시와 함께 추진하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을숙도에 인접한 강서구 일대에서 '에코델타시티' 개발 사업을 시행합니다. 감사원도 국회 예산처도 사업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지만, '에코'라는 이름을 내건 사업은 자연습지를 밀어내고 농민을 몰아낸 뒤 아파트를 짓고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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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10월 11일에는 낙동강 상류 지천인 내성천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영주역에서 지율 스님과 만나 내성천 물길을 막아서고 있는 영주댐이 들어서며 수몰된 지역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는 제비 무리가 머물고 있는 제비 숙영지가 있었습니다. 떼지어 해뜨는 시간에 맞추어 집을 떠났다가 해지는 시간에 맞추어 돌아온다는 제비를 만나기위해 어둑어둑한 강가에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아직 추운 계절이 시작되지 않아서 흐린 하늘을 나는 제비 무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강을 두고 사업을 강행하는 측도, 이를 비판하거나 평가하는 측도 강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이는 드물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여러 지천과 이들이 합류하는 큰 강과 그 유역에서부터 바다까지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 인간을 비롯해 강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명쾌하고 쉽지만, 파괴된 것들을 되돌리는 일은 복잡하고 지난하고 힘듭니다. 언뜻 보아서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렵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곳을 지키며 기록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함께 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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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7 19:36 2021/12/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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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캠프를 꾸리는 대신 그동안 연대 행동을 했던 장소에서 '2021 에코토피아 주말'을 진행했습니다. 10월 10일에는 부산의 가덕도로 갔습니다. 부산 에너지정의행동에서 활동하시는 김현욱 선생님께서 가덕도 구석구석을 안내해주셨습니다. 강아지 탈핵이도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대항 전망대에서 만났습니다. 북쪽으로는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연대봉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대항 선착장이 보이는 곳입니다. 화창한 주말을 맞아 가덕도를 찾은 관광객들과 등산객들로 도로는 북적였습니다. 마을 진입로 주변으로는 공사가 한창인 새 건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올해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투자 목적으로 많은 건물이 들어서고 있으며, 전년과 비교하여 유입 인구도 급증했다고 합니다.

 

반면 가덕도에서 삶을 이어오고 있던 주민들은 아무런 소통없이 강행되고 있는 신공항 사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합니다. 대체로 어업과 소규모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은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주와 정착이 불가능할 것이고,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삶을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기에 공항 건설을 환영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주요시설들이 들어설 장소는 대체로 강제수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활주로 예정지인 외양포 마을 주민들은 더욱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백여년 전 가덕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던 외양포 마을 주민들은 일본군에 의해서 강제이주되었습니다. 일본군 시설로 쓰였던 마을은 해방 이후 국유지화되었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사실상 최소한의 보상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사업자에게 전례없이 수많은 특혜를 부여하는 특별법에는 주민 의사를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나 주거권에 관련된 내용은 전무하며, 오히려 공항 건설 반대 및 저항 활동에 대한 처벌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건설 사업으로써의 측면만 보더라도 가덕도 신공항은 타당성이 없는 사업입니다. 2006년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공식화된 이후에 국토부에서 실시한 자체 연구 및 외부 용역 등을 통해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등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 수차례 지적되어 왔습니다.

 

가덕도와 연안 바다는 가덕도 주민들 삶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그들과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많은 생물의 터전입니다. 상괭이의 주요 서식지 한 가운데에 위치한 가덕도 앞 바다에는 2018년 기준, 127마리의 상괭이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서부산권역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가덕도 일대에는 수달, 솔개 등 많은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극상림과 연안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서천 등의 지역에서 파괴된 연안습지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압도적으로 높은 탄소 흡수량을 자랑하는 연안 해양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덕도의 동쪽편에 위치한 새바지항 언덕에 올라가니 낙동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 보였습니다.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선다면 바로 옆에 위치한 하구 연안습지와 철새 도래지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복원과 파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일까요.

 

지난달 국회에서는 가덕도 특별법 적용 가능 지역을 확대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각 당이 앞다투어 내놓은 개정안에는 신공항 부지 주변 지역 개발을 적극 추진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주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 예산 계획에서 가덕도 신공항 사업 예산은 증액되었습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매주 목요일에는 서면에서, 매월 첫번째 목요일에는 가덕도 대항마을 대책위 앞에서 공항 건설 저지를 위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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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6 21:47 2021/12/06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