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캠프를 꾸리는 대신 그동안 연대 행동을 했던 장소에서 '2021 에코토피아 주말'을 진행했습니다. 10월 10일에는 부산의 가덕도로 갔습니다. 부산 에너지정의행동에서 활동하시는 김현욱 선생님께서 가덕도 구석구석을 안내해주셨습니다. 강아지 탈핵이도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대항 전망대에서 만났습니다. 북쪽으로는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연대봉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대항 선착장이 보이는 곳입니다. 화창한 주말을 맞아 가덕도를 찾은 관광객들과 등산객들로 도로는 북적였습니다. 마을 진입로 주변으로는 공사가 한창인 새 건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올해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투자 목적으로 많은 건물이 들어서고 있으며, 전년과 비교하여 유입 인구도 급증했다고 합니다.
반면 가덕도에서 삶을 이어오고 있던 주민들은 아무런 소통없이 강행되고 있는 신공항 사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합니다. 대체로 어업과 소규모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은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주와 정착이 불가능할 것이고,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삶을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기에 공항 건설을 환영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주요시설들이 들어설 장소는 대체로 강제수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활주로 예정지인 외양포 마을 주민들은 더욱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백여년 전 가덕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던 외양포 마을 주민들은 일본군에 의해서 강제이주되었습니다. 일본군 시설로 쓰였던 마을은 해방 이후 국유지화되었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사실상 최소한의 보상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사업자에게 전례없이 수많은 특혜를 부여하는 특별법에는 주민 의사를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나 주거권에 관련된 내용은 전무하며, 오히려 공항 건설 반대 및 저항 활동에 대한 처벌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건설 사업으로써의 측면만 보더라도 가덕도 신공항은 타당성이 없는 사업입니다. 2006년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공식화된 이후에 국토부에서 실시한 자체 연구 및 외부 용역 등을 통해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등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 수차례 지적되어 왔습니다.
가덕도와 연안 바다는 가덕도 주민들 삶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그들과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많은 생물의 터전입니다. 상괭이의 주요 서식지 한 가운데에 위치한 가덕도 앞 바다에는 2018년 기준, 127마리의 상괭이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서부산권역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가덕도 일대에는 수달, 솔개 등 많은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극상림과 연안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서천 등의 지역에서 파괴된 연안습지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압도적으로 높은 탄소 흡수량을 자랑하는 연안 해양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덕도의 동쪽편에 위치한 새바지항 언덕에 올라가니 낙동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 보였습니다.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선다면 바로 옆에 위치한 하구 연안습지와 철새 도래지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복원과 파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일까요.
지난달 국회에서는 가덕도 특별법 적용 가능 지역을 확대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각 당이 앞다투어 내놓은 개정안에는 신공항 부지 주변 지역 개발을 적극 추진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주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 예산 계획에서 가덕도 신공항 사업 예산은 증액되었습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매주 목요일에는 서면에서, 매월 첫번째 목요일에는 가덕도 대항마을 대책위 앞에서 공항 건설 저지를 위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