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4일 아침 일찍 출발해 금강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여 이른 오후 무렵에는 농성 523일째를 맞이한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도착했습니다.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에 함께하고 있는 여러 활동가 분들이 바이크투어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세종보는 4대강사업으로 지어진 16개 보 중 하나입니다. 1287억 원을 들여 지은 세종보는 유압식 수문으로 여닫을 수 있는 가동보 부분과 소수력 발전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년에는 고장난 가동보를 수리하며 30억 원이 소요되었고 평상시에도 유지비는 한 달에 약 2억원 가량이 투입됩니다. 4대강사업으로 지어진 보 중 가장 규모가 작은 편이기에 2012년에 제일 먼저 공사가 마무리되었고, 완공 후 강 흐름이 막히며 약 5년에 걸쳐 점차 뻘이 쌓이고 악취가 심해지며 근방으로 출입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정부가 4대강사업의 문제를 인정하고 2017년 11월에 수문을 개방한 이후로는 계속 강물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강변에는 자갈밭과 모래톱이 점차 회복되었고 기슭을 서식지로 삼는 재첩과 물떼새 등 여러 생명들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정부는 2023년 세종보 재가동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시민행동에서는 재가동을 막아내기 위하여 보 상류 300m 지점에 천막을 치고 2024년 4월부터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수 년에 걸친 협의를 통해 2021년에 결정되었던 보 해체 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면, 강의 흐름이 다시 자연스러워지며 모래톱은 넒어지고 수질도 더 개선될 것입니다. 현 정부는 대선 때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는 오랜 협의로 만들었던 보 처리 방안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표명했고, 이 입장에 동의할 수 없는 시민행동에서는 농성을 500일 넘게 지속하고 있습니다.

농성장 뒤편 다리 기둥으로는 수위가 높아지면 물이 차올랐던 흔적이 천막 지붕 위 높이까지 남아있었습니다. 금강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방문하여 남긴 벽화, 자갈에 남긴 메시지들이 천막 주변에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강의 문제와 바다의 문제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하며 함께 ‘흘러라 금강’, ‘다시 바다가 되자’라고 외쳤습니다. 농성장의 활동가들은 백제문화제가 진행되는 시내로 캠페인을 나가기 위해 자리를 정리했고, 우리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금강을 따라 길을 나섰습니다.




이후 금강과 만경강, 동진강을 따라 공주, 부여를 지나 부안을 향해 갔습니다. 강가에는 논밭과 사람들의 마을, 많은 새들, 때로는 로드킬로 죽은 새들, 크고 작은 생물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천천히 강을 따라 바다로 향해 가며 강 유역과 주변에서 살아가는 이들 사이의 연결 고리가 조금씩 이해되는 듯 했습니다. 10월 6일 캠프 거점에 도착하여 나흘 동안의 바이크투어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날 시작될 캠프를 준비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