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6일 구례 사포마을에서 열린 숲 음악회에 대해 에코토피아에서 활동하는 동박새가 쓴 글이 괴짜여우응원단(FFC) 웹진에 실렸습니다. 웹진 링크로 들어가면 음악회에 참가했던 괴짜여우응원단의 후기와 사진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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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청명을 맞은 이즈음 날씨는 정말 순수한 밝음으로 빛나고 있다. 이 절기에 피어나는 생명력은 맑은 하늘과 환한 태양 빛에 응답하듯 풀빛은 연하고 생기롭게 돋아나고, 꽃잎은 투명하다.
 

4월 6일의 숲 음악회가 그랬다.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신 하루를 보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구례 읍내를 지나 산동면 사포마을에 다다랐다. 이곳은 봄에는 산수유꽃으로 노랗고 따스한 빛이 가득하고, 가을에는 다랑논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작년에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2023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한 곳이다.
 

이번 숲 음악회는 골프장 예정지 벌목 현장 답사와 음악회 두 파트로 준비했다. 벌목지까지 함께 걸어가며 지리산반대대책위 정환 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포마을에서는 능선이 가려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벌목지를 만날 수 있다. 마을회관으로부터 1km 정도 올라가니 벌채 현장이 넓게 드러나 있었다.
 

"구례군이 벌채를 허가하여 현재 수만 그루 나무가 잘려 나간 이 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이 약 21만㎡이며,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겨우 170m 벗어난 지역입니다. 이 땅은 수백 년 된 굵은 아름드리가 숲을 이루고, 멸종위기야생생물 1등급 수달과 2등급 삵, 담비 등의 서식 흔적이 발견되는 천혜의 보고입니다.“
 

처음 이곳을 발견한 주민은 산나물을 채집하러 숲에 들어갔다가 벌채 현장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봄철에 새로 돋아나는 푸릇푸릇한 야생초들이 지천을 뒤덮던 숲이 지금은 지표가 다 드러나 있어 정말 가슴 시린 모습이 되었다. 꽃들이 만개하며 아름다운 풍경들로 SNS를 뒤덮는 중에 이곳만큼은 여전히 황량했고 봄기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거짓말 같은 4월의 아픈 현장 중 한 곳을 절절히 담아가는 시간이었다.
 

작년 가을 답사를 다녀왔던 한 참가자는 올 초에 내린 눈과 비로 흙이 많이 유실된 것 같다고 했다. 산을 깎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통로를 내놓았던 구간은 토사가 쌓여 비좁은 길이 되어있기도 했다. 본래 숲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물길은 막혔고, 그 옆으로 지표면이 패이면서 자갈이 드러나고 바위가 깎여가며 토양의 유실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일부분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제 현장에 가보니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정환 님의 말을 따라 오래도록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온 존재들을 떠올려 본다. 지리산이 지켜오던 사랑을. 조각난 숲의 파편 사이로 또다시 생명력이 움트는 존재들을 발견하며 마음을 보탰다. 그들이 마주할 황량함이 때론 고독할 수 있어도 우리들의 발걸음이 모이고 이어지면서 고립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음악회가 열린 사포마을은 반짝이는 햇빛 아래 여전히 아름다운 지리산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번 숲 음악회는 지리산반대대책위, 지리산방랑단, 동아시아에코토피아, 사포마을 주민분들과 함께 꾸렸다. 준비팀은 벚나무 사이로 자리한 음악회 무대에 “우리를 지키는 지리산” 판화 걸개를 걸었다. 동아시아에코토피아에서 지난 가을부터 지리산난개발 연대를 하며 전국 곳곳에서 진행한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존재들을 그려왔다. 팔색조, 긴꼬리딱새, 벌매, 개병풍, 담비, 애기뿔소똥구리, 하늘다람쥐, 표범장지뱀 등 비인간 존재의 목소리가 그림에 담겨있다.
 

참가자를 확인하는 안내데스크 한편에는 사포마을 다랑논에서 기른 쌀로 빚은 떡과 동아시아에코토피아에서 제작한 실크스크린 판화 티셔츠와 천 포스터를 다채롭게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금은 모두 지리산반대대책위에 후원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무대는 <캄캄밴드>가 열어주었다. 행진으로 입장하여 바위처럼, Bella Ciao, 다시 만난 세계를 연주했다. 캄캄밴드는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할 줄 아는 노래를 하며 연대를 부르는 브라스 밴드’이다.
 

이어서 사포마을 주민 전경숙 님의 인사말로 음악회는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산동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는 날이네요, 사방의 지리산이 우릴 바라보고 있어요.” 이어서 진행을 맡은 지리산방랑단의 상글이 “벚나무님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덧붙여 우리가 머무는 자리가 든든하고 안온하게 느껴졌다.
 

지리산권에 사는 사람들은 지역명으로 말하기보다 보통 ‘지리산에 산다’라고 말하곤 한다. <살래재즈트리오> 역시 지리산에서 삶 짓는 음악가들이다. 지리산 등지에 음악이 필요한 현장에 소리를 보탠다. 난개발 소식에 참을 수 없어 당장 달려온 이들은 남 지리산을 대표하는 디바 <소리짓는 옥수수>와 함께 뜨거운 무대를 꾸렸다.
 

재즈곡을 한국말로 개사해서 듣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공감과 이해를 끌어주었는데  ‘EL Pueblo’ 라는 곡은 중남미 시민 저항운동의 대표곡이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투쟁이 두껍게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 단결한 민중은 절대 지지 않는다!”
 

이어서 옥수수와 친구들이 이 땅을 사랑하는 마음과 뜻을 잘 전달키 위해 한국어로 문장을 덧붙여 함께 외쳐보기도 했다.
 

우리의 이 땅은 우리들 모두의 것!
우리의 이 숲은 모든 생명들의 것!
여기에 이곳은 모든 시간의 바다!
농민은 이 땅을 저버리지 않는다!
이어진 우리는 서로를 살려낸다!
이어진 우리는 삶을 이어나간다!
 

마지막 무대는 눈앞의 일상을 묵묵히 바라보고, 떠올려 본 것들을 노랫말로 전하는 음악가 김목인 님의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라는 노래로 차분히 접어들었다.
 

그는 이번 음악회를 통해 사포마을에 다다르고 보니 17년 전 밴드 캐비넷싱얼롱즈로 활동하던 시기에 지리산 음악제에 초대되어 공연한 기억이 떠올랐다는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정말 신기한 인연이다. 마을회관에 가보니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기타 한 대의 선율과 담백한 목소리로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해지는 오후 사포제의 분위기를 더욱 서정적으로 돋아주었다. ‘대답 없는 사회’를 듣는 동안엔 불법 벌목 현장을 목격하며 올라온 질문들을 다시 곱씹어 보기도 했다. 목인 님은 지리산 난개발 소식을 접하며 느낀 자기 생각을 조심스레 건넸다. 나무를 생각하고 아파하는 이들을 마주하며 감동했다고 했다. 세상에는 온갖 뉴스가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리고 보통은 다른 걱정을 더 많이 하지 않나. 절기의 순리에 따라 발맞추어 사는 이들, 고운 시선으로 뭇 존재와 함께하는 것이 자연스러움을 아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고 덕분에 힘을 보태고 싶어진다는 마음을 전했고 그 순간 모두의 마음속에 바람이 불었고, 오늘 하루 음악회를 통해 여기 모인 모든 이들 나름의 연주 속에 그 마음이 담겨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음악회를 맺으며 '지리산 사람들' 활동을 함께하는 밤구가 앞으로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리산방랑단과 지리산 사람들이 꾸리는 목동반(목요일엔 나무 동무) 모임에서 벌목지의 나무 씨앗을 모셔 온 이야기였다. 앞으로 5년 정도 내다보며 계획하기를 구례 한겨레재단 숲 밭에서 이 씨앗들을 길러내 숲을 복원해 보려 한다고 했다.
 

숲과 나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에 대해 멀리 내다보며 난개발을 오래 지켜보고 활동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했다. 벌목지에 사는 굴참나무, 싸리나무, 물오리나무, 초피나무, 산수국 등… 실제로 그 나무들이 가진 단단하고 고요한 중심에 가닿듯 어떤 상황과 결과를 떠나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배우고 실천하는 이들을 통해 이미 숲이 가꿔지고 있다.
 

“지리산 한쪽을 들어 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가슴과 가슴 헤집고 하얗게 피어나던 배꽃 향기···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이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나의 삶을 우리의 삶을 버티게 아니 신명 나게 할지도 모릅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낭만 가득한 분위기에서 듣는 고정희 시인의 ‘겨울 사랑’은 정말이지 찬란하고 애틋하게 다가왔다. 유난히 크고 가깝게 보이는 북두칠성을 바라보던 밤이 떠오르기도 하고, 기후변화로 예정보다 일찍 피어버린 배꽃이 꿀벌을 기다리다 져버리기 전에 살피는 마음이 전해졌다. 우리가 각자 자리에 돌아가고 난 뒤에도 그 자리에서 묻혀온 바람이 계속해서 서로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지리산 벌목지에 봄을 돌려주자는 이번 음악회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더디어 오는 봄에 이 자리의 여운이 우리 삶에 지긋한 힘이 되어줄 것을 예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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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13:36 2024/04/15 13:36

10월 1일, 구례군 사포마을의 다랑이논 위쪽 저수지 공터에 자리를 잡고 3일 동안의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에서 환대해주신 덕분에 마을회관의 일부 시설을 공용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이유를 안고 캠프에 참가한 이들과 여는 회의를 가진 뒤, 스무 명 가량의 참가자들은 마을 분들의 도움으로 무단벌목지를 향해 이동했습니다.

 

여러명의 사람들과 강아지이 산 경사면을 오르고 있다. 멀리 세 개의 산 봉우리가 보이고, 거의 정산부 가까이까지 나무가 모두 베어져 흙과 암석이 드러나있다. 하늘은 파랗고 맑다.

 

올해 사포마을 뒷산에서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포함한 21만㎡에 걸쳐 벌목이 이루어졌습니다. 마을에서 약 0.5km 거리에 있는 곳에서부터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에서 불과 170m 떨어진 지점까지, 50~80년령에 이르는 모든 수종의 나무가 마구 베어졌습니다. 적어도 2만 5천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례군에서 허가한 벌목량을 1만 그루 이상 초과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작업자들은 소나무재선충을 우려한 수종변경 사업이라 설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9년 이래로 주기적인 재선충 방제 간벌 작업을 보아왔던 마을 주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숙련된 작업자들이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나 의심목을 선별하여 간벌하고 약제처리한 뒤 방수 비닐로 포장해둔 모습이 익숙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무단벌목은 소나무 뿐만 아니라 수종을 구분하지 않고 편백나무, 아까시나무, 개서어나무 등을 전부 베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구례군 측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수확벌채로 허가를 내주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재선충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목재는 잘게 파쇄하여 반출할 수 밖에 없으므로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허가된 벌목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허가 지역을 벗어나 벌목이 이루어졌고, 벌목 기간 역시 허가 날짜를 지나 한 달 넘게 이어졌습니다.

 

가파른 산 경사면이 파헤쳐져 흙이 드러나있다. 경사면 가장자리로 플과 나무가 보인다. 가까운 쪽 경사면에는 모레주머니가 쌓여있고 짙은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비포장 흙길 한 가운데가 깊게 아래로 파여있다. 그 옆으로 몇몇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벌목 이후 수 개월에 걸친 파쇄 작업을 거치며 숲은 더욱 심각하게 파괴되었습니다. 벌목지 중 총 네 군데에서 파쇄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파쇄기 설치와 작업 공간 확보를 위해 산지 경사면을 넓게 평탄화하며 정상부 능선이 잘려나가고, 계곡의 물길은 막혔습니다. 일대 산지의 기반 암석은 사암으로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변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능선이 잘려나간 절개면에서는 이미 빠른 속도로 침식이 진행되는 중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바위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던 물은 길을 잃고 벌겋게 드러난 경사지 토양 위로 빠르게 흘러내리며 깊은 골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전 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앵초 군락지 등 계곡을 따라 형성되었던 식생도 영향을 받고 있는 듯 했습니다. 10여개의 크고 작은 계곡을 타고 내려와 마을 주민들의 식수와 농업용수, 생활용수를 공급해주던 물순환 체계 자체가 위기에 놓였습니다. 전체 수량이 줄어들고 활용도가 낮아지는 반면, 혼탁도와 수질은 모두 악화되었습니다.

 

비포장 흙길 오른쪽으로 가파른경사면이 보인다. 경사면 위에는 비닐이 일부 덮여있다. 길 왼편으로 겅믄색 파이프가 놓여있다.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구례군은 시행사에게 급경사지 평탄화, 능선 절개 등 위반사항에 대해 원상복구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시행사는 한창 집중호우가 이어지던 7~8월에 걸쳐 절개면에 잔디 씨앗을 뿌리고 이미 심각하게 침식된 도랑을 따라 배수 파이프 설치와 사면에 비닐을 덮는 작업을 일부 진행했지만 원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보기 어려운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구례군은 복구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행사에 파쇄목 반출 허가를 내주었습니다. 파쇄목 운송을 위해 설치되는 도로의 폭은 규정상 3m를 넘어서는 안되지만 우리가 확인한 도로의 폭은 6~7m, 넓은 부분은 10m이상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역시 생태적 고려는 물론이고 안전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사면을 절토, 성토하는 작업을 거쳐 조성되었습니다.


구례군과 시행사가 맺은 업무협약에 의하면 이후에는 현재 벌목이 이루어진 면적의 약 6배 가량의 산지에 걸쳐 추가 벌목을 진행한 후,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굳이 골프장 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무리하게 서둘러 대규모 벌목을 강행한 것은 이후 사업 허가 및 진행을 위해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수월하게 넘어가기 위한 사전 작업일 것이라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상대적으로 벌목 규모는 작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20여년 전 같은 사업자에 의해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골프장 사업의 시행사 측은 2000년대 초반에도 지리산 골프장 사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불법 벌목과 토지 강제수용을 강행하며 조건부로 사업 허가를 취득했으나 허가 기간이 끝나도록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개인의 땅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공동소유하고 있는 땅 역시 강제수용 되었습니다. 수용의 근거가 된 사업이 무산된 이후 반환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사업자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당시 빼앗아간 땅을 자신의 소유라 주장하며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최근의 무단벌목에 대한 저항 뿐만 아니라 땅을 돌려받기 위한 법정 싸움 역시 이어가고 있습니다.


벌목지 한 켠에서 캠프 참가자가 준비해온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마음을 담아 발췌한 108개의 문장을 낭독하는 음성 녹음을 틀어두고 둘러앉아 약 20분 동안 명상이 이루어졌습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서로와 자기자신, 그리고 장소에 집중하며 명상을 이어간 뒤 짧게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우거진 나무 가운데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에는 손바닥 모양이 있고 가운데에 ‘골프장 멈춰’라고 적혀있다.

 

벌목지를 벗어나 마을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며 준비해온 현수막을 나무에 설치했습니다. 현수막을 만든 것은 몇몇 사람들이지만 캠프 참가자들과 주민들의 마음을 함께 담아 걸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현수막이 훼손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누가 언제 왜 현수막을 찢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된 숲이 황무지로 변해버린 무단벌목지에 서있었을 때와 같은 참담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흰색 천으로 된 현수막이 대각선으로 찢어져있다. 현수막에는 손바닥 모양이 있고 가운데에 ‘골프장 멈춰’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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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3 11:56 2023/10/13 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