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기

2005/06/05 01:12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 이후
자신에 대한 역겨운 중상비방문에 대해
친구 폴리냐크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언제나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세 배나 더 착해져서 악한 사람들을 이겨낼 것입니다.
그들은 나를 괴롭힐 수는 있겠지만
내가 복수에 나서도록 할 수는 없을 거예요" 라고 썼단다.

난 결코 착하지 않지만,
복수에 나서지 않는 것 역시
착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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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01:12 2005/06/05 01:12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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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

2005/06/05 01:11
원재길의 '나는 걷는다 물먹은 대지 위를' 이라는 시집에 있는

[여우비]

느닷없는 물방울의 소란
창유리 더듬는 바람
물 반 모금으로 혀뿌리 적시고
햇볕 속 달리는 빗발을 본다

창틈으로 몇 장 나뭇잎
겁 없이 날아들 때
무념무상
먼 구릉으로 아스라이
천둥도 건너오고

괜찮아 생명스러운 것들
별일 아닐 거야
잠깐 빗줄기에 멍드는 뜰
날리기 무섭게 내려앉는 흙먼지
모든 건 잠깐 지나가는 악몽의 배경일 뿐

낮도둑도 망자(亡者)의 뼈도
다 찍히는
저기 벽면을 보아라
명암 참 선명하기도 하지
무심히 걸치는 구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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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01:11 2005/06/05 01:11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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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에서의 충고

/기형도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마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왔던가
그곳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 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비가 되는지 알게 되리
그렇다면 나는 저녁의 정거장을 마음속에 옮겨 놓는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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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01:09 2005/06/05 01:09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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