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 시리즈

SF
새로 번역돼어 나온, 어스시 시리즈 전집. 4권 테하누까지 다 읽었다.
지난 포스팅에서, "게드 전기"를 볼까말까 고민했었다. 그리고 호기심에 살짝 앞부분을 봤었고.
별 고민함 없이, "테하누"를 보고 바로 게도센키를 지워버렸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좀 찾아보니, 그냥 일본 내에서 흥행을 바라고 뻔하게 만든 것일 뿐이구나. 하고 더이상 욕할 필요를 못느꼈다. 그저 안타까울뿐.

5권 "The Other Wind"가 미치도록 보고 싶지만, 번역되어 있지 않으니 어찌하랴.. 흑. 번역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영어 공부하는게 빠르겠지 -_-

4권까지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을 생각나는대로 꼽아보면, 1권 끝부분에서 "그림자"의 참이름을 부르는 순간. 2권 "아투안의 무덤"끝부분과 4권 "테하누"에서 말해지는 것들이다. 2권 끝부분에, 무덤을 빠져나온 테나가 산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게드가 배를 정박해 둔 곳으로 가는 길, 자신이 자유로워졌음을 알았지만, 그에 따르는 두려움. 지금까지의 삶.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다" 라던지, 자유를 찾은 기쁨에 아무 망설임 없이 게드의 배를 타고 해브너 섬으로 갔다던지 하면 많이 실망했을 건데, 그냥 그 산에서 머무르고 싶어하는 그 심정이 참.. 뭐랄까 공감이 간다고 할까. 그리고 심지어 배를 내기 직전엔 다시 무덤의 무녀로서 게드를 죽이려고 하는 장면. 참.. 그게 바로 나다. 사람이다. 싶었다. 무덤을 빠져나온 후 읽는 나도 긴장이 쫘~악 풀어졌었는데, 오히려 정말 나를 휘잡은 부분은 그 뒷부분이었다.

4권. 영광과 힘, 지혜를 버리고 자신의 삶을 선택한 테나, 끔찍한 일을 당했는데 오히려 죄진 마냥 고통받아야 하는 테루의 유대,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위대한 업적을 마친, 강력하고 현명한 대마법사 게드가 쪼그라든 노인네로 힘없이 돌아오는 것. 그가 자신의 능력을, 힘을 잃었다는 것에 수치스러워 하고 자신만의 고민에 갇히고 하는 것이, 현대(만이 아니겠지만) 남자들의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한게 아닐까 하는. 그러면서 정말 세상을 지탱해 가는 것,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남성적인) 힘, 지혜, 마법(만)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남자들의 힘은 수치심에 기반한 것.." 마침 지금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사전"을 읽고 있는데 어찌 연결이 되는 것도 같다. 더 읽고 생각해보고 정리해서 따로 포스팅해야겠다.

앞의 3권까지가 물론 정치적으로 그래도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모든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해가며 쓰여진 것 같으나 역시 그때는 작가의 사상이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탓인지, 뻔히 보이는 도가 사상의 직설적인 표현과 현명한 설교들(도저히 못봐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지치더라-_-)이 있었다.내용에서 많이 다른 요소들이 들어 있지만 큰 틀은 어쨌든 전형적인 판타지(이렇게 말하면 많이 읽은 것 같네) 의 그것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에 반해 4권은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후 작가가 좀 더 원숙하게, 그리고 정말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낸게 아닐까 싶다.

20년을 건너뛰어 하루만에 3권에서 4권으로 나가니 조금 당혹스러운 면도 있다. 3권은 어스시 세상 전체의 위기가 닥쳐오고, 현명한 대마법사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붓고, 왕의 자질을 타고난 순수한 소년이 고통과 역경을 딛고 성장해 결국 세상의 균형을 회복하고 질서를 바로잡고, 앞으로의 희망을 잔뜩 심어주고는 영웅 마법사는 용을 타고 모든 걸 버리고(능력도, 영광도) 홀연히 떠난다. 한마디로 스케일이 크다. 근데 4권은 다르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고, 어찌 보면 소소한 얘기들이 흘러간다. 그냥 사는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제 뭔가 큰 사건이 터질까나 싶은데 책은 어느새 3분의 2가 넘어가 있고, 마법은 전혀 나오지도 않는다. 사건도, 그것의 해결도 그냥 인간이 저지르고 수습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테나가 당하는 굴욕에 울화통 터지다가 한방에 해결되긴 하는데, 그게 뭔가 찝찝한 느낌. 요컨데, 4권은 앞의 것들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 뒤집고, 온전히 하는 이야기다. 1,2,3권이 그냥 소설이라면, 4권은 "마법"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일단 이번주를 어떻게든 넘기고 시간내서 다시 읽어볼 건데, 4권은 좀 "가르침"이랄까, 그런게 필요하다. 읽어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혼자 생각만 해서 될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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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드 전기" 앞을 살짝 봤을때 아쉬운게 여러게 있었지만, 그 중 하나만 얘기하라면, "섬으로 이뤄진 세계"라는 배경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것, 게드와 아렌이 "바다를 항해"하지 않는다는 것. 그걸 굳이 그렇게 바꾼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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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시 아직 어스시 시리즈를 읽지 않은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레니님이 포스팅했듯, 참 쉽게 읽히면서 빨아들이는 것들이라 부담 업이 보셔도 될 듯. 단, 1, 2, 3, 4권 순서로, "다" 읽는 걸 추천하고, 지브리의 "게도 센키(게드 전기)"는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호기심이 있어도 미뤄두시는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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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01:35 2007/03/1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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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 2007/03/14 11:23 URL EDIT REPLY
앞부분 읽기가 너무 힘들더군요-_-;;;
지각생 2007/03/14 12:36 URL EDIT REPLY
그랬나요? 나는 힘들었던지 아닌지 기억이 안나네 ㅋ 3권까지도 읽으신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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