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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이진경_‘미누’를 위한 ‘이민청’ 필요할 때다

[시론]‘미누’를 위한 ‘이민청’ 필요할 때다

 

 
 
ㆍ이민의 문 닫은채 부려먹기만
ㆍ지킬수 없는 이주노동자 관련법

무거운 징벌을 내세우며 ‘준법’을 외쳐도 법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멀리는 소문이나 불만을 말했다는 혐의로 사람들을 잡아 가둔 유신 시절의 긴급조치법이 그렇고, 책을 소지하거나 글을 썼다고 ‘국사범’을 만들던 국가보안법이 그렇다.

이민의 문 닫은채 부려먹기만

이 진 경
서울산업대 교수
사회학

1993년부터 시행된 ‘산업연수생’에 관한 법도 그렇다. 노동자가 필요해 수입하면서, 마치 교육을 위한 것인 양 ‘연수생’으로 도입하고는, 임금을 받지 못해도 직장을 옮길 수 없게 해 놓았다. 임금체불률이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후인 2001년 노동연구원 조사에서도 36.8%였으니, 한국에 오기 위해 들인 비용(대개 1만달러 이상 든다고 한다)까지 생각하면, 누가 이 법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금방 20만명 이상의 ‘불법취업자’가 생긴 것은, 지킬 수 없는 법이었기 때문이었음이 분명하다.

고용허가제도 그렇다. 이 법 역시 노동자 수입에 관한 것이면서도 이름부터 ‘고용허가’제인 것은, 법의 관점이 ‘고용하는’ 자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대상은 노동하는 사람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지킬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역시 지킬 수 없는 법이 되고 만다. 3년의 ‘피고용’ 이후 1개월 이상 출국했다가 재입국하는 것도, 취업계약을 3회로 제한한 것도 지키기 힘든 법이 되게 했다. 새로 제출된 개선안도 그렇다. 분명 고용허가제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주노동자의 처지에서 생각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3년이든 5년이든 한국에서 노동을 한 사람들이 그 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말을 힘들게 배워 적응했는데, 얼마 안 있어 ‘나가’라고 한다면, 영어처럼 다른 나라 가서 쓸 수 있는 언어를 배운 것도 아니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노동력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면 훈련된 사람들을 내보내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이민의 문제와 연결해 생각해야 한다. 즉 이민제도 없이 이주노동자를 잠시 수입해서 쓰는 것은, 노동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고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긴 안목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작년에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새로운 제안이 제시되었다. 당시 집권당인 자민당과 경단련(한국의 전경련 같은 단체)에서 나온 것이다. 먼저, 2008년 6월 자민당의 보고서는 1000만명의 이민자를 수입하는 이민정책을 실시할 것과 ‘이민청(移民廳)’을 만들 것을 총리에게 제안했다. 

지킬수 없는 이주노동자 관련법

이어서 경단련은 정주이민을 적극 수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로 집권한 민주당에서는 외국인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이민이 좌파의 비현실적 주장이라는 비난은 전혀 설득력이 없음은 분명하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들 현실에 눈을 돌리면 가난하고 약한 자를 데려다 부려먹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어쩌면 이 정도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그것은 ‘단일민족’의 유난스러운 민족주의도 아니고, 노동수급을 생각하는 공리주의적 계산도 아니라, 자본가들의 탐욕과 국가관료들의 시대착오적 단견의 합작품이다. 한국 관료들이 늘 참조하는 일본마저 달라진 상황에서, 아직도 이민의 가능성은 닫아둔 채 이주노동자를 잠시 이용하는 것 이상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일까?

이 진 경 / 서울산업대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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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18년 체류한 미누 강제출국은 다문화사회 부정”

“18년 체류한 미누 강제출국은 다문화사회 부정”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에 맞춰 연행

정문교 기자 moon1917@jinbo.net / 2009년10월14일 15시50분

출입국사무소의 단속으로 지난 8일 연행된 미누(본명, 미노드 목탄)씨가 강제출국 위기에 놓이자 사회각계에서 그의 석방과 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  1999년 외국인예능대회 참여로 문화부장관에게 받은 감사패. 미누씨는 2003년 인권의 날 기념식에 노무현 전 대통령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주노동자 방송 MWTV 활동가인 미누 씨는 지난 8일 남산에 위치한 MWTV 사무실에 출근하는 길에 출입국사무소 직원에 연행돼 화성외국인 보호소에 수감됐다. 미누 씨는 한국에 18년째 체류하고 있었다.

 

고용허가제도는 물론 산업연수생제도조차 없던 1992년에 미누 씨는 한국을 찾아왔다. 그는 18년 한국생활동안 이주노동자 운동(2003년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농성), 다문화 강사, 가수(밴드 ‘스탑크랙다운’ 보컬), 미디어 활동(2007~8년 MWTV 공동대표, 3회 이주노동자영화제 집행위원장), 학생(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 19기 부회장)으로 살아왔다. 많은 언론은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룰 때마다 그를 찾았다. 14일 전주인권영화제 개막제에 그의 공연이 예정돼 있기도 했다.

 

출입국사무소의 단속으로 강제출국 위기를 맞은 미누 씨를 위해 사회각계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노동자후원회 등 이주민 단체는 물론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진보신당 서울시당,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30개 가까운 다양한 분야의 단체가 모여 ‘미누의석방을위한 공동대책위’(가)를 구성했다.

 

공대위는 14일 서울 양재동 출입구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누 씨의 석방을 요구했다.

 

고병권 수유너머 연구원은 “법 바깥에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불법행위자로 모는 것은 이주민과 함께 산 한국인의 삶까지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다문화정책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에 존재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추방해 스스로 다문화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가수 하림 씨가 '연어의 노래'를 부르며 미누 씨의 연행을 안타까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50명이 넘게 참여해 미누 씨가 18년 한국 생활동안 폭넓은 활동을 했음을 증명했다.

“집중단속 맞춘 표적단속”

 

미누 씨의 단속이 있기 전 법무부는 10월부터 12월까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미누 씨의 연행을 ‘표적단속’으로 보고 있다.

 

정영섭 이주노조 사무차장은 “정부는 집중단속에 맞춰 이주노동자 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을 표적단속해 이주노동자운동을 탄압하려 한다”고 했다. 집중단속을 앞두고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경고라는 이야기다. 이주노조는 작년 한 해 동안 출입국사무소의 ‘표적단속’으로 인한 강제추방으로 지도부 5명을 잃었다.

 

이주노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합동단속에 맞춰 불법 사찰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9일과 11일 이주노조 사무실 앞에 출입국관리소 차량으로 보이는 차량들에 노조 관계자들이 다가가자 달아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출입국사무소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조합원의 사진을 들고 전에 다니던 공장에 탐문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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