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22/07/28 06:48

2022/07/28 가스라이팅

며칠째 시계를 찾고 있다. 

시계가 없다. 

시계가 없으면 일을 못한다.

지우개가 없어도 일을 못하는데 시계가 없으니 일 하기는 더 힘들지.

우물의 표면을 덮고 있는 잡동사니들을 걷어내야 할 일을 할 수 있어서

잡동사니를 걷어내려고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한 줄을 쓰고 나서 남편 전화를 받았다.

......

통화가 끝나고 나니 쓸 말이 다 사라져버렸다.

미움도 사랑도 없는 담담한 상태.

이번 생애 우리가 닿으려고 하는 곳.

 

"참새들은 다 죽었어요.
어제 몇시간동안 손에 붙은 본드를 떼면서
힘센 내가 이 정도인데
참새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어요.
끈끈이 정말 무서운 거더라구요.
제가 발견했을 땐 세 마리가 살아있었는데
네개의 끈끈이를 갖고 나와서
한마리씩 떼어내는동안 한마리는 죽었어요.
어디에다가 둬도 그 끈끈한 게 사라지지 않아서
수건 위에 올려두고
모이와 물을 입에 대주었는데
큰나무캠프힐 촬영을 다녀올 동안
더 쌩쌩해졌어요.
그래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집에 도착했을 때
한마리가 죽어있었고
방금 전화해봤더니 남은 한마리도 죽었다고 합니다.

어제 닭장에서 처음 참새들을 보았을때의 그 충격이
지금도 가셔지지가 않아요.
죽음이 연루된 일을 당하면 늘 후회가
멈추지않는 후회가 몰려듭니다.
늘 5시쯤에 눈이 떠지는데
요즘 마감이 있는 책읽기가 있어서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고
한의원에 갔다가 줌회의를 했어요.
그리고나서 12시쯤에 닭장에 간 겁니다.

닭장에 조금만 빨리 갔으면
전날 강화에 도착하자마자 닭장에 갔으면
이런 후회에서 시작해서
남편에 대한 원망을 시작하고
그 원망을 시작으로
가라앉아있던 미움의 분말까지
온통 휘저어진 상태가 되었다가
강화집을 떠나기 전에
집에 와서 참새 좀 살려달라고 연락을 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편이 잡으려던 게 참새가 아니라
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미 너무 많이 미움이 진행된 상태라 변한 건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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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8 06:48 2022/07/2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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