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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파르라니 깎고선 거침없이 얘기하는, 수개월을 천막에서 보내면서, 구로에서 십 년 넘게 운동해 온 동지를 보면서,
길게 볼 일이란 생각을 했다.
길게 볼 일.
아예 처음부터 몰랐다면,
자연발생적인 상황 속에서의 조합주의라면 인정할 수 있다. 그건 성장의 질병이니까.
하지만, 변혁 정치를 알고 지향했던 자가
조합주의로 전락한다면, 그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고 그걸 인정한다면
그건 범죄다. 아무리 노동운동은 아름다운 것이니 어쩌니 포장을 해도
제 자존심을 지키는 데는 유효할 지 몰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는 반역적이다.
마음 좀 굳게 먹어라.
정치를 사수하라.
조직을 사수하라.
토론자들의 긴 발제가 끝난 후, 청중이 질문과 의견을 발표하는 시간.
작달막한 한 중년 여성이 손을 들었다. 목소리는 갸냘프다 싶을 정도.
소속과 이름을 소개하는데 갑자기 귀가 번쩍 뜨였다.
얼마 전에 들은 이름, 이력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난다.
작지만 또박또박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빈틈있어 보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15년이란 세월의 간격에 대해서 생각했다.
15년 전, 그녀가 몸담고 있던 곳과, 지금 그녀가 몸담고 있는 곳의 간격에 대해서.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싶었다.
물론 그녀의 발언은 노측에 가까운 내용이기는 했다.
내가 손을 들고 소개를 했을 때
그녀는 무슨 느낌을 받을까에 대해서도 문득 궁금했다.
깍두기[―뚜―][명사] 무로 만든 김치의 한 가지. 무를 먹기 알맞은 크기로 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다음,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버무리어 담금.
_오랜만에 아주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등뼈가 아프다. 쓰읍.
_'깍두기'란 말을 떠올렸다. 갑자기 군침이 돈다. 설렁탕집의 큼직큼직한 놈도 생각나고, 죽집의 자그마한 녀석도 생각난다. 하여튼. 아직 차갑던 겨울에 한 동지가 자기는 깍두기를 하겠다고 했었다. 그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나는 오늘 깍두기란 말을 문득 떠올렸다. 깍두기- 사전적 정의는 하나이지만 사회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지니는 은어로 사용된다. 첫째, 조폭들을 일컫는다. 둘째, 이미 어릴때 익힌 말인데 편을 갈라서 놀이나 운동을 할 때, 사람 수가 홀수인 경우 덤으로 얹어주는 듯한 즉 한 명 더 있어봤자 전력에서 크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어디 붙어 있어도 상관없는 좀 별 볼 일 없는 좀 떨어지는 사람을 깍두기라 한다. 내가 깍두기가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버스 안에서 떠올렸다.
_정말 그런 것이라면, 그건 정말 나의 우유부단함이 빚어낸 참극이 아닐까. 이래저래 시간은 흘러가고 아주 멍청하게 굴고 있는 것 같다.
_혹 그게 아니라면 나는 여전히 너무 편한 길을 추구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흘 전만 해도 발발거리고 돌아다니기로 결심했으나 아직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젠장.
유아적이라는 소리는 정말 듣고 싶지 않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욕망을 담고 있다. 욕망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욕망을 표현할 땐 문제가 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복잡하고도 단순한 이유로, 표현방식과 여부에 따라 어른인지, 애인지가 구분되는 것이다. 어른스럽게 표출할 자신도 방안도 없다면, 가슴 속에 꾹꾹 눌러담고 있어야겠지. 다만 답답하고 홧병이 날 듯 한게 문제인 거다.
가슴이 진정되지 않을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신경을 딴 데로 돌리는 것이다. 데미지를 이중으로 부여할 만한 일은 제끼고 아주 단순하면서도 흥미없지 않은 일을 골라서 하면 된다. 그래서 몇 통 전화를 걸어 보는 것으로 해결했다. 몇 천의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밖으로 내놓는 걸 보면서 실제 내 자신이 언제 그런 돈을 만져보기나 할까 하는 의문도 잠시. 금새 흥미는 사라졌고 그때부터 긴긴 지루함의 시작이었다.
요즘 생긴 취미는 동생이 두고 간 PMP로 동영상을 보는 것이다. "시효경찰"이란 일본 드라마에 푹 빠져 있고, 오늘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평성 너구리 전쟁 폼포코)을 보았다. 아-주 재밌었고, 볼 만했다. 일본 애니에 담긴 인간세상에 대한 풍자가 마음에 든다. "바람을 본 소년"인가도 좋았는데. 중간에 좀 지루하긴 했지만. 일본말을 이어폰으로 듣고 있자니 어느새 좀 정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자니 찝찝한 마음에 바지런히 만원 전철 타고서 수원으로 내려갔다. 집에 돌아와서 집회에 대해 정리하고 콩나물 넣고 물만두 넣고, 떡국떡까지 살포시 넣어 너구리 한 마리 먹었더니 (너구리 본 날 너구리를 먹었다니 >.<) 조금은 뿌듯한 저녁을 보냈지 싶다.
이제 토요일이다. 3월이 곧 4월로 간다. 모래시계를 처음 엎어놓으면 모래가 줄어드는지 아닌지 잘 알 수 없다. 변화의 폭이 작으니까. 하지만, 모래가루는 쉼없이 같은 속도로 빠져나간다. 막판이 되면 모래가 줄어드는게 너무나 당황스럽게 확연하게 들어온다. 당황하지 않도록 미루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안합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20시 09분)
21일 오후 날이 어두워지자, 박순호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그는 목숨을 건 고공농성 와중에도지사에게 두번이나 면담요청을 했으나 거절당했고, 그런 심경을 담아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이 문자를 접하고서 곧바로 이영섭 민주노총지역본부장과 정근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장이 대교위에 올라가 설득한 끝에 오후 9시경 박순호 수석부지회장은 내려왔다. 대교아래 모였던 동지들과 함께 정리집회를 하면서 "투쟁으로 하이닉스매그나칩 문제해결을 돌파하자"고 결의했고, 박 수석지회장은 탈진으로 충북대병원으로 갔다.
안타까움.
안타까움.
안타까움.
http://sanosin.jinbo.net/Publish/labor.php?ex=article&b_fn=RD&gotopage=1&pkno=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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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웃을 일은 아닌데 왜 웃음이 날꼬 허허
그래도 쪼끔 더 성의있어 보이는 국방부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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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그막에 고무링 차는 것도 열받아 죽겠는데, 국방부 노동부 합작으로 노동탄압을 하는 군요.
전국의 예비역 동지들, 이러고도 국가가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야기할 수 있단 말입니까!!
2월 27일 노동부에 문의
주 야 2교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야간일 때 예비군 훈련에 나가게 됐는데 회사에서 무급처리를 했습니다. 근무시간과 훈련시간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출근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훈련받고 와서 출근하고 다음날 또 훈련나가라는 소리입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2월 28일 노동부 답
1. 귀하가 인터넷으로 질의하신 내용에 대한 답변입니다.
2. 근로기준법 제9조에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기타 공민권의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 한 시간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공민권 행사등을 위해 필요한 시간에 대한 임금의 지급에 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당사자간 약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사료되며, 다만, 향토예 비군설치법 등 관계법령에서 특별히 임금지급을 규정하고 있다면 그에 따르면 될 것이며,
3. 기타 자세한 내용은 가까운 지방노동관서 민원실을 방문하시거나 근로감독과(041-560-284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끝.
2월 28일 국방부 문의
주 야간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야간조일 때 예비군 훈련시 회사가 결근처리를 하는데 이런 경우 급여는 어떻게 처리되는 건지요. 왜 야간조일때는 결근이고 주간조일때는 결근이 아닌지요. 먹고 살기도 힘든데 예비군 훈련 나가지 말라는 소리입니까
3월 15일 국방부 답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예비군훈련에 적극 동참해 주신데 감사드립니다.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0조에 "타인을 사용하는 자는 그가 고용하는 자가 예비군대원으로 동원되거나 훈련을 받는 때에는 그 기간을 휴무로 하거나 그 동원이나 훈련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되어 있어 훈련으로 인해 직장에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군에서 통제할 수 잇는 주간시간외 야간시간에 대한 규정은 별도로 없어 귀하의 경우처럼 주간에 비번일때 훈련받을 경우 야간근무조의 휴식을 보장하는 등의 처리에 대해서는 추가로 발전시켜야 할 분야입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55조(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에 의거 주간 훈련참여를 연장근로로 볼 경우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해야 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지방노동사무소 등 타기관으로 확인을 하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예비군훈련에 대해 관심가져 주신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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