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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1/31
    마디
    나은
  2. 2006/01/31
    하루
    나은
  3. 2006/01/28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나은
  4. 2006/01/28
    회상2 (부제: 수면의 3대 법칙)
    나은
  5. 2006/01/27
    이 글
    나은
  6. 2006/01/26
    최선을 다한다
    나은
  7. 2006/01/25
    나의 체질(3)
    나은
  8. 2006/01/24
    회상
    나은
  9. 2006/01/24
    이성과 감성이 함께해야 함을.
    나은
  10. 2006/01/22
    우산 .. 조국과 청춘(2)
    나은

하루

  • 등록일
    2006/01/31 01:12
  • 수정일
    2006/01/31 01:12

약간 알딸딸한 상태다. 술자리에 등장했던 술의 양은 맥주 2000cc * 3에다 마지막에 500 한 잔씩을 나눠마셨으니 어쨌든 1.5리터 들이 한 병은 마신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굉장히 양호한 상태임에 틀림없다. 좀더 많은 동지들과 함께 할 수도 있었으나 개의치는 않는다. 조촐한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가슴팍에 다가오는 그 무엇은 부재한 느낌일 지라도 큰 부담없는 편안한 자리였음에는 틀림없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분명치 않으나 중간중간 결의가 함께했다는 것은 지워지지 않는다. 우린 아직 젊기에 더 괜찮은 미래가 있을 수 있기에 또 무언가를 약속하고 결의했나보다. 지금은 또렷이 기억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무언가를 나누어 가지고 있겠지-

 

아침에 잠이 깨고 눈을 감은 채 관계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 어쩌면 동지적 관계라는 말만큼 애매모호한 것도 없지 싶다. 동지라는 호칭의 이중성.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편의상 동지라고 칭하나 우리는 동지라는 단어에 또 많은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가. 무심코 동지라고 부르지만, 또 기실 아무나 동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 사람 앞에서 동지라고 부르는 것을 떠나 뒤에서도 동지라고 부를 때, 일관된 동지라는 호칭만이 진심으로 신뢰를 담고 있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과연 동지적 관계란 무엇일까. 어쩔 때는 정말 그런 듯 싶지만 나중에 되돌아 보면 사무적 관계 이상 아닌 것을 느낄 때의 허탈함과 비애, 그리고 후회로 덮쳐오는 느낌들을 수년 째 몇 번 씩 반복하면서도 아직 그런 것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일까. 내가 동지라고 호칭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정말 동지적 관계인가. 우리는 동지적 신뢰를 상호 확인하고 있는가.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한, 그런 동지와 그렇지 않은 동지의 차이는 또 무엇인가. 그렇지 않은 관계는 청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까. 또다시 아쉬움이 발목을 잡길래 다만 마음 속에 한 문장 새겨넣는다. 친구여, 집착을 버리세.

 

아직 한산하게만 느껴지는 도심으로 나와 농성장을 찾았다. 가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 않다. 현수막이 거두어진 깔끔한 회사 건물을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반 년을 넘게 자리를 지켰던 천막은 혹시 이미 거두어지고 없는 것은 아닐까. 혹시 있다 하더라도 텅빈 천막 안을 들춰 보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쓸쓸한 풍경을 카메라에라도 담아 두어야 하나.

얼굴을 아는 몇 몇 동지들이 보이고 - 그러나 결코 환히 반갑게 웃을 수만은 없는, 하지만 사람을 미워할 이유야 별로 없다 - 아무것 아닌 것처럼 능숙하게 외교적 태도로 몇 마디 말을 나누었다. (아쉽게도 나는 여전히 표정연기를 잘 못한다) 천막은 조금씩 조금씩 정리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다. 내일, 모레 또 무슨 일이 생길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다려 본대들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은 특별히 없다. 소주 한 잔 진하게 하면서 달게 비판해 달라던 그의 말을 진심이라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자신들의 투쟁력에 기반하지 않고 지위를 활용해 권력에 기대어 투쟁을 정리한 어용짓거리들과 다르게 보여줄 수 없는 능력이 한스러웠다. 대책을 만들지 못하는 무능력함이 뼈아팠고, 안이하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머릿속을 쿡쿡 찔렀다. 어쩌면 이런 상황과 결과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도 굼떴던 것은 아닐까라는 기분나쁜 생각들을 하면서 언덕길을 올랐다.

 

동지에게 선물받은 액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진 속의 녀석은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너의 사상과 실천은 대체 이 세상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릴 땐 어른들에게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는 입에 발린 칭찬을 곧잘 듣곤 했었는데, 저 녀석의 눈깔은 과연 살아 있는 것일까. 그래도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포토샵으로 장난질을 친다고 해도, 뿌연 배경에 비해 선명하게 잡힌 피사체가 그래도 나의 정신을 파고들면서 단련을 요구하고 긴장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렇게 어쨌든 또 하루는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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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 등록일
    2006/01/28 14:35
  • 수정일
    2006/01/28 14:35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조현문

 

 


감옥에서 나온 지 벌써 3개월
쉴 만큼 쉬었다
그러나 눈썹 밑을 파고드는 이 불안함은 무엇인가
활동은 온전하게 내 것이었는가?
칠순 아버지는 갈수록 술주정이 심해지고
아버지의 술주정을 피해 시간을 보내려던
칠순 어머니는 매일 양발 공장으로 출근한다
다섯 식구의 가장인 아내는 간호사,
오후 3시 병원으로 출근한다
아들 강욱이, 여동생 딸 민이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을 돌본다
돈 몇 푼 번다고, 부업을 그만두라고 해도
어머니는 한사코 양발 공장으로 출근한다
생활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운동은 단순한 결의가 아니라
생활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고만고만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땀과 피로와 아이의 투정을 견뎌야 하는가
지하실에 털어 박혀 종일 술을 드시던 아버지는
기어코 물건을 집어던진다
벌써 이 고만고만한 삶에 지쳐 간다
생활은 자꾸 변명이 되어 간다

 

어느새 40줄에 들어선, 감옥에 몇 번 갔다 왔던 이형은
술을 몇 잔 들지 않았는데 벌써 혀가 꼬부라지고 있다
10여 년간의 활동,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어

― 가두에 대한 매력은 내 청춘을 소진시켰어. 투쟁의 全科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었지. ―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었어 ― 기관지의 문필가들은 자신의 밥벌이를 위해 떠나갔고 전통은 수립되지 않았어. 난 ― 가두투쟁의 기술만을, ― 정권타도의 ― 슬로건만을 앙상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이야 ― ― 부모님은 화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내는 집을 나가고, ― 보증금 100에 월 13만원.

 

정말 이런 게 아니었어
이제 어떻게 살아야 될지도 모르겠어
말없이 이형의 손을 잡는다
이형, 나이 사십에 더 비참한 것은
혁명을 꿈꾸지 못하는 거야
활동의 지울 수 없는 상처는
관념이 아니라
오직 새로운 실천을 통해서만
온전하게
온전하게
넘어설 수 있어

 

일상의 우연한 계기가
내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들 강욱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탄다
강욱이는 지하철 타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정리해고 반대, 서울지하철노동조합'
벽보가 떨어져 있다
사람들이 벽보를 지나쳐 간다
벽보를 지나쳐 가는 것은 내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돌아서 떨어진 벽보를 다시 붙인다
눈썹을 파고드는 불안과 변명을 함께 떼어 붙인다
아들 강욱이가 머리띠를 묶은 노동자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모둠발, 강욱이의 발목에 힘줄이 선다
떨어진 벽보를 다시 붙인다

 

아내는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는 내게 두렵다고 한다
그래,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가족을 지키고 이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 두려운 것은
싸움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이다
혁명을 꿈꿀 용기조차 없는 것이다
이 고만고만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피로와 땀을 견뎌야 하는가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가건물 같은 생활에 전혀 새로운 관계의 햇살 한 뼘 들어찬다
노동조합 속에서 새로운 일을 찾은 아내는 웃는다
그래 이게 '내 삶이다'
잊고자 하는 패배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하는 내 삶이다
때늦지 않은 걸음으로
저토록 확실하게 피는 생활―혁명 속으로
내 마지막 삶의 불꽃으로 간다

 



아! 봄이다

 

 

초록으로 물오른 바람이 나뭇가지에서 새파랗게 싹을 틔울 때
애인은 내게 말했다

쁘띠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서 무슨 운동을 하겠어요
당신은 어느새 룸펜이에요
세상을 처음 본 새싹은 아름다웠다

더 이상 경제적으로 당신을 못 도와줘요
당신의 생활비는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세상을 처음 본 새싹은 아름다웠다

좋아요, 자본주의는 공짜가 없다고 당신은 말했어요
돈 버는 시간 이 땅의 노동해방을 위해 투자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나 당신은 노동해방을 위해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세상을 처음 본 새싹은 아름다웠다

모든 투쟁이 있는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가지도 못하고
혁명의 필요성을 정력적으로 선전·선동하지도 못하고
당 건설의 흐름을 조직하지도 못하고 있잖아요
세상을 처음 본 새싹은 아름다웠다

당신은 매일 새벽이 되서야 자고
남들 다 일하는 시간에 일어나서
겨우 저녁때가 되서야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그것마저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비디오나 빌려 보다가 잠만 자고 있어요
세상을 처음 본 새싹은 아름다웠다

식탐을 이기지 못하고 마구 먹어서 살만 찌고 있어요
전위를 이야기하면서도 당신 몸 구석구석에는
게으름이 코딱지처럼 붙어 있어요
세상을 처음 본 새싹은 아름다웠다

운동은 선언이 아니에요
남을 조직하기 전에 스스로를 조직해야 하는 거예요
알겠어요

 

초록으로 물오른 바람이 나뭇가지에 새파랗게 싹을 틔울 때
내 가슴속에서도 싹이 돋고 있었다
관성으로 늘어지는 내 활동의 바로 곁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동지의 눈빛,
아! 봄이다

 

 

 

현장에 뿌리내리다 2

 

 

현장 조합원을 만나러 가는 길
난 택시 값 2만원을 준비한다
오늘도 그를 만나지 못하고
택시 값을 날릴 지도 모른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
겨울나무는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갔던 빛을
서둘러 거두어들이고 있다

현장 조합원을 만나기 위해
벌써 수십 차례 전화 연락과
약속을 잡았지만
그는 항상 바쁘단다
현장 투쟁이 바쁘단다
조합을 떠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단다
나는 급기야 그의 집 부근에서
자정이 가까워 오도록 기다린다

아주 오랜 시간
그의 생활에 좀더 가까이 갈 것이다
― 현장 속으로!
그가 쌓아 올린 학출에 대한 불신의 탑에
돌 하나를 보태지는 않을 것이다
― 생활·투쟁, 바로 그의 곁으로!

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난 기다림에 지쳐 돌이 되어도 좋다
그러나 난 그가 동지라는 말 한마디로 날 호명할 때
― 집 부근이 아니라 파업 투쟁 속에서, 바로 그의 곁에서
돌이 된 내 몸은 사르르 젖이 돌 것이다
돌 속에서 마침내 꽃을 피울 것이다

 

자정은 가까이 오고
자정은 그처럼 말이 없다
그를 기다리는 끈기만큼
자정은 새벽으로 가는 통로가 되고
그 끝에는 악수가 준비되어 있다
난 이 어둠 속에서 손을 따뜻이 한다
저 쪽에서 그가 오고 있다

 

from 해방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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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2 (부제: 수면의 3대 법칙)

  • 등록일
    2006/01/28 12:47
  • 수정일
    2006/01/28 12:47

이것도 옛 기록을 살펴 보다가 발견한 것-

 

 

<< 수면의 3대 법칙 >>

(참고로 이 모든 현상들은 고딩 교실에서 가장 확실하게 발견됨)

 

1. 도미노 법칙

-옆 사람이 자면, 나도 자고 싶다.

 

 

2. 뉴튼의 관성의 법칙

-한 번 자고 나면, 계속 자고 싶다.

 

 

3.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잠을 잘 때는, 시간이 빨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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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 등록일
    2006/01/27 16:29
  • 수정일
    2006/01/27 16:29

...님의 [추운 겨울날 10월 혁명과 현존사회주의를 되돌아보며] 에 관련된 글.

어디서 구했나 했더니, 옛날에 내가 어느 까페에 퍼다 놓은 글이란다.

다시 읽어보니 그래도 글쓴이의 마음과 태도가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입장의 측면에서는 이제 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생겼네. 이것이 시간의 흐름인지.

일단 글 속에서는 국유화와 사회화를 혼동하고 있다. 소련에서 생산수단은 과연 '사회화'되었는가? 인민들이 생산을 통제하지 못하고 일부 관료들이 독점적으로 생산을 통제했다면 그것을 '사회화'라고 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쨌든 간에 소련체제는 (특히1920년대 후반 이후부터의) 맑스, 엥겔스가 생각했던, 레닌이 생각했던 사회주의는 아니었다. 사회주의는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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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한다

  • 등록일
    2006/01/26 15:48
  • 수정일
    2006/01/26 15:48

가끔씩 이야기하는 "최선을 다한다"는 말.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아"라고 격려하는 말.

냉철한 비판과 구체적 고민과 대안없이 내뱉는 말들은

관료적 핑계일 뿐임을 어젯밤에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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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체질

  • 등록일
    2006/01/25 10:14
  • 수정일
    2006/01/25 10:14

어제 우연히 집회 사회를 볼 기회가 있었다.

역시, 재미있었다.

 

나는 운동이 요구하는 모든 역할에 대해 어떻게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

또한 모든 활동가들은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만 체질은 분명히 있는 터.

내 아이디처럼 MIC가 되는 것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대중선동가.

이론가나 선전가처럼 이데올로기를 다듬고 정리해 내진 못해도,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쉽고 풍부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2순위는, 행정가. 이른바 사무국장 스타일.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탁월한 조직화 능력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지만,

지난 내 활동들을 돌이켜 봤을 때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올 한 해 몇 개월 동안 새로운 활동들을 체득해야 할 텐데 그 속에서 나는 또 달라지겠지.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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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 등록일
    2006/01/24 02:27
  • 수정일
    2006/01/24 02:27

어머니가 불쑥 상자 하나를 내민다. 버려도 되냐고? 요 며칠 집안의 각종 짐들을 싹 내다 버리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살짝 열어 봤더니 잡다한 편지묶음들. 이런 건 쉽게 버리는 게 아니지- 방구석에 살짝 두었다.

 

오랜만에 조금 졸린다 싶어서 일찍 누웠는데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가 있어 잠이 오질 않았다. 몇 달 전부터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일들. 어찌할까 싶다가 아까 오전에 쳐박아둔 상자가 생각나 꺼내들었다. 가만히 열어 보니 과거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처음 만난 여자친구의 편지들만 따로 모아둔 상자였다. 엽서들도 있고, 별 거 아닌 거 같은 (아마 음료수캔을 책상 위에 두고 가면서 '시원하게 마셔~' 한마디 정도나 쓰여 있을) 포스트잇 종이 쪼가리도 있다. 편지지에, 같이 찍은 스티커 사진까지. 100일이 되었다고, 색지를 네모나게 잘라 반 아이들 모두에게 받아 온 축하메세지 모음도.

 

이렇게 고3을 보냈었구나.

편지에 쓰여진 'XX과 최고의 복잡남과 최고의 단순녀의 결합'이라는 문구도 재미있다. 2학년 때부터 황신혜 밴드니 어어부 프로젝트니 다른 아이들은 도통 이해 못할 희한한 인디밴드 문화를 매개로 친해지고 조금씩 설레어하면서 가까워지던 때를 생각하니 미소를 짓게 된다. 한편으로는 공부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세상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DJ가 정계은퇴했다가 컴백하는 걸 보고 말 바꾸는 사람이라 생각해 그를 싫어했고, 97년 대선 때는 멋모르고 권영길이 옳다고 생각했었지. 아마 내가 그 때 이 친구를 좋아했던 것도, 이 친구가 건네준 엽서에 찍힌 참교육 마크에 왠지 끌렸었기 때문이었다. 엄마 손에 이끌려 다니다 최루탄을 맡아 보기도 했다던 얘기에 나는 더욱 빠져 들었었는지도 몰랐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달라지니 추억의 모습도 달라진다. 이제 전기가 끊어지면 모든 것들이 픽 하고 날아가는 시대인가. 네모난 컴퓨터 화면 속에, 쬐그만 핸드폰 화면 속에 있다. 지금 이렇게 끄적이는 기록들도. 어쩌면 정말 그런 날들이 올 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 낡은 상자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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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이 함께해야 함을.

  • 등록일
    2006/01/24 02:06
  • 수정일
    2006/01/24 02:06

뒷풀이에서 모두 발언을 할 때 했던 얘기다.

여성주의에 대해서 접근할 때. 물론 지금 우리에겐 올바른 이론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그래서 MF가 정당하고, SF는 한계가 많고 어쩐다 해도, 한편으로는 더더욱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이 받을 느낌들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금은 우선이어야 한다는 거.

노동계급의 투쟁도 마찬가지. 머리로는 자본주의 모순이 어쩌고 생산수단의 사회화 어쩌고 해도, 이 현실에 대한 뜨거운 분노와 인간에 대한 아련한 사랑이 없으면 결코 이해하지 못할 일. 투쟁 속에서 한 번쯤 눈물을 쏟아보지 않았으면 실천하지 못할 일.

 

이론과 실천이 함께해야 하듯,

이성과 감성이 함께해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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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 조국과 청춘

  • 등록일
    2006/01/22 08:16
  • 수정일
    2006/01/22 08:16

우산

글, 곡  채 은


여름날 굵은 빗방울 내리면
어느 처마밑에서 그대를 기다리며
달려올 그대의 머리 위
활짝 두팔 벌려 그 비 막아줄 나

가을날 젖어드는 가람비 내리면
버스정류장에서 그대를 기다리며
머리위에 책을 얹고 걸어올
당신을 위해 내 몸을 펼칠 나

이 비 다 개고 맑은 세상오면
깊은 신장속에 세워져 잊혀지더라도
다시 어려운 날오면 누군가의 머리위에
내 몸을 펼쳐 가려줄 꿈을 꾸네

겨울날 궂은 진눈깨비 오면
노란 가로등 아래 그대를 기다리며
코트깃을 세우고 움추린
그대 얼굴 앞에 환히 펼쳐질 나

이 비 다 개고 말간 하늘 보면
잊혀진 채 전철 좌석에 홀로 남아도
다시 어려운날 오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몸을 펼쳐 가려줄 꿈을 꾸네

 

===

노래도 좋고-

준비 해 온 모습도 좋고-



♪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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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 등록일
    2006/01/20 23:55
  • 수정일
    2006/01/20 23:55

"...... 입을 지졌을라나?"

 

 

목이 메이고, 울컥.

아주 오래 전에 책에서 읽었다.

한(恨)이란 - 이 반도 사람들의 특이한 정서인 - 단어는 외국어로 쉽게 번역이 되지 않는다지.

종놈으로, 천출로 평생 살아 온 한이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는지도 모를 일.

그런 가슴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게 나의 원동력일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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