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선거권 연령제한의 철폐

이번 패스트트랙 난장판의 와중에 그나마 가장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선거권 18세 조정이었다. 관련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들의 기사가 났다.

한겨레: 18년 만에 온 '18살 선거권', 그들이 만들었다

물론 성에는 차지 않는다. 아닌 말로, 어디서나 하는 이야기지만, 단군이래 최대 학력을 가진 현 청소년 세대의 능력과, 한국사회의 민주화 정도 및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조건에 비추어볼 때, 한국은 이제 16세 이상(중졸 이상)의 모든 시민에게 선거권을 줘야 한다. 왜 안 되나?

이 기사에서 또 중요한 한 가지를 짚고 있는데, 그건 피선거권 문제다. 나도 어디 강의나 강연을 가서 기회가 닿으면 항상 하는 소리지만, 선거권 연령기준을 정하는 건 어느 나라나 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조건, 민주화의 정도, 정치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나 역사와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런 저런 기준을 논의할 수 있다고 인정하지만, 피선거권은 다르다. 그걸 왜 연령제한을 두나?

선거권의 행사는 유권자의 총의를 검증하는 과정이기에 이 총의를 모을 수 있는 집단적 기준에 일정한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피선거권은 전적으로 개인의 의사이고, 이 개인의 의사는 바로 저 총의를 통해 가부의 판단을 받게 된다. 쉽게 이야기해서 어떤 자든 나와도 되지만 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찍는 건 유권자의 몫이다.

예컨대, 16세 청소년이 국회의원 출마를 했다고 하자. 이걸 나이로 막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후보자의 난립을 걱정하는 따위의 국가후견주의는 집어치워도 된다. 어린 학생이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정치를 하니 어쩌니 하는 되도 않는 소리는 하지 말길 바라고. 지금 인성 쓰레기 수준의 현역 정치인들 뽑아준 자들은 뭐 나이가 어려서 그랬냐? 암튼 그런 허튼 소리는 안 하니만 못하니 접어치우자.

아무튼 그래서 16세 청소년이 국회의원 출마를 한 거야. 그런데 딱 보니까 이 후보가 너무너무너무 훌륭해. 세속의 기준으로 봤을 땐 어리디 어린 나이지만 하는 생각이나 말이나 태도가 이건 뭐 당장 국회의원을 해도 문제가 없어. 그럼 찍으면 된다.

반대로 도대체 저게 뭔 생각으로 나왔나, 부모가 돈이 뎀비는 금수저라 돈 쓸 곳이 없어 취미 삼아 출마해했나, 하는 생각이나 말이 영 터무니가 없는데 왜 저러고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들면 그냥 안 찍으면 된다.

아닌 말로 지금까지 이 사회를 개판으로 만든 정치인들은 죄다 나이 먹을만큼 먹은 자들이었지, 어디 뭐 청소년들이 나라 망친 거 봤나?

기사가 잘 지적했듯이, 우선 18세로 선거권 행사 연령이 낮아진 건 환영, 다음으로 선거권은 더 낮은 나이에도 행사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준이 바뀌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피선거권은 연령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으니 연령제한규정을 죄다 없애자는 방향으로 다시 운동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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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4 15:25 2020/01/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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