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 '마지막' 이 아닌 '시작' / 포럼 안내

 

2000 년 이던가, 이화여대에서 열린 인권영화제를 본적이 있었다. 지금은 인권영화제도 대중화 되었고 시내 극장등을 임대해서 열리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 몇해전까지 영화제를 중단시키거나 방해하려는 정권의 압박이 심했던 시기라서, 상영장소가 대학의 캠퍼스로 한정될수 밖에 없었고 그만큼 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절대적인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개막 및 폐회식에서 상영되었던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볼리비아 다이어리' 가 그것이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볼리비아 다이어리는 체 게바라의 마지막 투쟁무대였던 볼리비아 에서의 행적을 보여준다.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볼리비아로 건너가서 그곳에서의 체 게바라의 행적을 뒤쫓는다. 쿠바의 관직에서 물러난뒤 몇명의 동지들과 함께 볼리비아로 건너온 그는 현지 주민들을 게릴라로 조직해 투쟁을 시작하지만 압도적인 병력과 무장을 갖춘 미군과 그 지원하의 볼리비아 정부군에게 곧 쫓기게 되고, 결국은 CIA 요원에게 체포되어 사살당한다. 볼리비아 다이어리는 '20 세기 가장 위대한 혁명가' 가, 굶주림과 질병등 갖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강철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음을 담담히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였다.


그로부터 4 년뒤, 이번에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가, 무슨 무슨 영화제의 이름이 아닌 일반극장에서 당당히 상영되었고, 적은 개봉관 수에도 불구하고 롱런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볼리비아 다이어리' 가 게바라의 마지막을 기록한 영화라면,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게바라가 혁명의식을 가지게 된 여행의 시작을 보여주는 영화다. '볼리비아 다이어리' 를 본 관객들이 이루어지지 못한 혁명을 아쉬워하며 일종의 비장감을 느꼈다면,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를 본 관객들은 앞으로 만들어질 혁명을 기대하며 희망감을 가진다.


4 년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우선 1999 년의 시애틀 투쟁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을 무산시키며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새로운 투쟁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했다. 2001년 7월 제노바 G8[주요 8개국] 정상회담 반대 시위는 이탈리아 정권의 매우 폭력적인 탄압이 30만 명의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체 게바라가 살해당했던 볼리비아는 2000년 물사유화 저지 투쟁을 시작으로 대중들의 투쟁이 거세게 타올라 3 년 만에 봉기를 성공시키고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도망치게 만들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대중들의 투쟁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따른 반전시위와 합류하면서 더욱 거세졌다. 2003 년 2월 15일에는 전세계적으로 1천5백만 명이 반전행동에 나섰다. 보수 신문 '뉴욕 타임스' 는 이를 두고 '(부시에 맞서는) 또 다른 슈퍼파워' 라고 불렀다.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앞세운 자본주의가 전세계 민중을 상대로 '4차 세계대전' (8회 노동영화제 상영작 - 볼리바리안 혁명) 을 일으켰다면, 그에 맞서는 강력한 저항도 존재한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그와 같은 사회 분위기의 반영이다. 영화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법이다. '볼리비아 다이어리' 가 피지 못한 혁명을 아쉬워 하며 게바라의 조문 정도에 머무르는것이 영화 제작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말해준다면,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는 다시금 활발하게 타오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투쟁과 그에 따른 활력적인 사회분위기를 반영한다. '볼리비아 다이어리' 가 마지막을 이야기 했다면,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는 시작을 이야기 한다.


영화가 시작할때 자막에 나오는 말처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는 영웅적인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게바라의 영웅적 모습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너무나 평범한 에르네스토와 알베르토의 모습에 실망할수도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에서 페루까지의 그 기나긴 여행, 여행에서 마주치는 민중들의 가난하고 불합리한 모순적 삶은 에르네스토에게 새로운 세상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심어준 갚진 여행이었다. 영화 마지막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한센병 환자들과의 작별파티를 위해 천식을 무릎쓰고 강을 헤엄쳐 건너는 장면에서 보여주듯이 그 여행은 게바라에게 성공이 보장되는 의사생활 대신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의식을 심어준 것이었다.


게바라와 함께 여행했던 알베르토는 아직 생존해서 쿠바에 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이제는 완전히 늙어버린 알베르토 본인이 직접 등장해서 떠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 비행기는 페루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알베르토가 돌아가는 게바라를 전송하던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지금 나이든 알베르토가 바라보는 그 비행기에는 게바라 대신 누가 타고 있을까? 나는 우리 모두가 그 비행기에 타고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p.s : 12 월 15 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그 이후 체 게바라' 를 주제로 마포사회포럼이 있습니다.
마포사회포럼은 반전반자본주의 노동자운동 '다함께'가 주최합니다. 이 포럼은 사회 연대와 공익을 위한 캠페인과 주장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세상, 체 게바라에 관심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일시 : 12월 15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장소 : 신촌 책사랑방 ( 지하철 신촌역 6번 출구앞 )
연락처 : 017-375-5847
블로그 : blog.empas.com/wp2020
* 책사랑방은 1인당 이용료가 3천원 입니다. 참가비를 준비해 주세요 ^^;
 
 
얘기꺼리
 
- 체 게바라는 누구인가?
- 쿠바혁명의 성격
- 게릴라 투쟁으로 혁명을 앞당기는 것이 가능한가
- 오늘날 왜 '체 게바라'는 부상하는가
- 영화 얘기
- 기타

 

읽을꺼리
 
1.다함께
 
 
2.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3.체 게바라 자서전과 평전

체 게바라의 라틴여행일기, 에르네스토 체게바라, 이후 
먼 저편, 체 게바라, 문화산책
체 게바라 자서전, 황매
체 게바라,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4.쿠바 혁명에 관해서
민중의 세계사, 크리스 하먼, 책갈피, pp716~721
쿠바혁명사. 레오 휴버만 외, 지양사(절판)
들어라 양키야, C. Wright Mills, 아침(절판)
(절판 된 책은 운이 좋아 헌책으로 구입하거나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책이기에 소개합니다.^^)
 
5.게릴라 투쟁과 제3세계 민족주의에 대해서
천안문으로 가는 길, 찰리 호어, 책갈피, 제2장 권력으로 가는 길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은 무엇인가, 존 몰리뉴, 책갈피, 6장 제3세계 민족주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