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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4
    성범죄, 성과학·사회심리학으로.. (1)
    혁사무당파

성범죄, 성과학·사회심리학으로..

[인권평론] 성범죄, 성과학·사회심리학으로 원인 밝히는게 급선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잦은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최근 성범죄자에 대한 거세(去勢)논란이 여권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지금 국회에는 아동 성폭력범의 화학적 거세 내용이 담긴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이 박민식 의원(한나라당) 발의로 제출돼 있는데, 여권 의원들은 물론  여성가족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영향력 있는 정부쪽 인사들까지 긍정적인 입장이어서, 야권의 이렇다 할 저지 움직임이 없다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성(性)과 관련된 중대한 범죄를, 그것도 아동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되는 입법 활동은 기본적으로 권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사회·도덕적 입법일수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시민들과 인권단체 및 의학계·법조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폭넓은 공론화가 선행됨으로써 인권침해를 최소화 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화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현실은 전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법률을 막론하고 하나의 새로운 ‘공법’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모법인 헌법을 중심으로 관련된 제반 법률에 대한 깊은 통찰이 꼭 필요하지만, 그간 우리네 법철학은 본래의 의미가 망각된 적이 없지 않았다. 즉 사회적으로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정치권력이 자신들의 도덕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재빨리 기회주의적으로 접근, 이를 민심을 얻는데 이용함으로써 특정정당이나 의원들이 사실상 법을 ‘사유화’하는 행태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런 졸속적인 징후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초등생 8세 여아 납치·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여권에서는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에서 물리적 거세까지 가능한 입법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 제시한 선진 각 국의 입법 사례가 타당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처벌 위주의 발상이 현실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한다.

이들은 화학적/물리적 거세 정책을 채택한 선진 국가로 스위스ㆍ·덴마크ㆍ스웨덴ㆍ체코ㆍ노르웨이ㆍ독일 등을 입법례로 들고 있는데, 정작 이들 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법철학적 성담론 정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관심을 끊은 채 단지 ‘거세’ 부분에 관해서만 선정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자가당착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위 국가들 중에는 엄청난 복지시스템을 배경으로 성거래 금지주의를 채택한 스웨덴(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됨)이 있지만, 그 외 모든 나라들은 성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매춘현상과 관련한 성노동정책(sex work policy)과 성거래정책(sex trade policy)에 대해 관용정책(비범죄화, 합법화)으로 접근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성적 욕망이 결혼제도 외 영역에서도 자연스레 선순환 되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성억압’으로 인한 범죄화 가능성 또한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혹자는 "그렇다면 왜 이들 나라에서 굳이 거세 정책이 필요한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이는 범죄유형에서 일반적인 경우와 정신질환(혹은 신체의 특이성) 등에서 비롯된 특별한 경우와 구분해서 살펴봐야 이해가 쉽다. 미성년자 등을 노리는 극악한 성범죄자들은 성적 기질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차이가 현저하므로 성적 선순환 장치에도 수렴이 불가능해 범죄로 발전하는 것이고, 많은 경우 본인들 또한 증상을 자각하고 있기에 거세를 원하기도 한다. 물론 일반적인 성범죄가 누적되는 경우 극악한 형태로 발전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04년부터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금지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셈이 되었다. 여기에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근대법 정신을 무시한 채 사회구성원들의 사적 영역에까지 공권력이 자의적으로 메스를 들이댈 수 있도록 제도화한 수구·보수세력과 진보진영의 공모가 원죄로 작용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90%가 성거래 정책에서 비범죄화나 합법화를 채택하고 있는 배경에는 성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국가가 개입하면 할수록 인권침해와 행정력 낭비 등 불필요한 문제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아동이나 여성과 같이 자기 방어력이 취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범죄가 증가한다는 역사적 성찰이 담겨 있다.

따라서 진정 성범죄를 줄이고 싶다면, 먼저 성범죄 발생의 원인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로 하여금 성과학 및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일반적인 성범죄와 특수한 성범죄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게 순서다. 그리하면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전근대적 성격의 법률을 그대로 둔 채 새로 거세 관련법을 급조하려는 것이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인지 잘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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