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를 빼놓지 않고 봤다.

개인적으로 7명의 가수 모두를 좋아하기에,

목숨을 걸고 노래하는 그들의 노래를 나 역시 재밌게 앉아 즐기고 있었다.

꼭 보게 만드는 MBC의 치밀한 전략에 나도 말려들어가는 구나,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노래들이 좋은 걸 어떡하나.

 

솔직히 김건모의 노래는 좋았다. 떨어진 김건모 만큼 다른 가수들의 노래도 다 좋았다.

립스틱 퍼포먼스를 할 때 저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떨어질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거의 비슷하게 공을 들이며 노래를 부른 듯 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가 없는 무대였는데, 누군가 붙으면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기에...어쩔 수 없나보다 싶었다. 애초부터 재도전 형식을 넣었거나 서바이벌이 아니었으면 이런 잡음이 나오진 않았을텐데...

 

자처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순간 김건모 만큼은 나와줬으면 했나보다 나도.

찌들긴 했어도 초창기 데뷔곡들은 이십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너무 좋고,

그의 음성이 담긴 라이브 무대를 오랜만에 맛볼 기회를 놓치는구나 싶어 너무 아쉬웠다.

재도전에 찝찝하기도 하면서 이건 뭐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김건모에게 주어진 기회에 안도했다.

처음 선정된 가수들이 경합하며 도전에 도전을 거듭나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후폭풍은 있겠다 싶었지만 

이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서바이벌을 문화적 코드로 차용했다가

아, 이게 아니구나 하고 선회했기로서니

대체....갑자기 원칙은 왜 나오며, 중견가수에 대한 전관예우?는 왜 나오는가. 내 생각이지만, 김건모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탈락했어도 이소라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다. 웬 자질 논란? 500명의 청중이 절대적 기준이라 할 수 있나. 납득하기 어렵고, 치욕스럽고... 그럼 그런 기분도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왜, 리얼리티 쇼에서 출연자들이 밥을 먹지 않는 것에 대해 시청자들이 목을 매게 만드는가?

꼭 굳이 그래야 하는가?

누가 누구와 약속했는가. 피디들이? 출연진들이?

피디들은 애초부터 강건한 의지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치만 출연진들은 모두가 탈락할까봐 벌벌 떨었다.

기성 가수들의 파격적인 서바이벌이 아니면, 그만큼 자극적인 코드가 아니면 대중들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방송사는 대중들이 길들여진 문화적 코드가 그렇다는 핑계들을 대며, 그것을 활용하여 더 자극적인 서바이벌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발언할 기회가 없는 대중들은 그저 수용하거나, 외곽에서 주시하고 때로 비판하며....거대 방송사와 자본이 주입하는 문화들을 수용/저항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분위기는 쫌....

 

'떨어지고 탈락하는 살벌한 분위기로 만들지 않겠다'는데도 사람들은 난리를 친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다행이지 않나.  거짓말쟁이 피디라고 속았다, 고 비난만 퍼부을 때인가.

 

순식간에 원칙을 저버리는 인간으로 낙오된 피디는 누굴 탓하며,

광대 노릇하는 가수들의 긴장과 분노는 누구를 향해 있으며,

500명의 청중들을 바보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

 

서바이벌이 문화적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것을 활용하고 있는 방송사나 자본,

거기에 이미 잠식되어 있는 대중들의 여론이

서로가 서로에게 겨눠진 양날의 검이라는 것도...

망각해서는 안 되지 않나.

 

총체적인 문제다. 누구를 자르고, 누구를 비난하고 탓하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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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18:54 2011/03/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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