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포스팅,
주절주절 토해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블로그를 닫을까 했었다.
그치만 다시 돌아오네. 뭣 때문일까.
노대 전야제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났다.
운동하는 사람들, 멀리 있어도 일년에 한번 씩은 볼 수 있으니
반가운 얼굴들과 안부를 확인하는 장으로 노대에 가는 듯.
해마다 이주 주점에 있었으나 올 해는 가보지 못 했다.
며칠 전 단속 과정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하, 어쩌지...왜 분노조차 조직이 안 되는 것일까.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일까, 가슴을 쳤다.
활동가의 부재, 약화되어 가는 주체의 문제,
그럼에도 여전히 약화된 그 지점에서 꿋꿋이 활동들을 이어가는 동지들을 보니
다행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곰곰 생각했다.
늘 촌각을 다투거나 무거운 문제들에 직면해서 그런지,
내가 그곳에서는 항상 많은 배려를 받으면서 활동해왔구나를 새삼 느꼈다.
'조직'이라는 형식이 주는 한계,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활동가의 모습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울산에 있을 때, 자원봉사자들이 하도 오라고 해서
한나라당 박맹우가 오는 무슨 시삭시장에도 간 적이 있었다.
그건 정말 잊혀질 수 없는 경험이었다.
어찌됐든, '이주노동자를 돕는 복지센터'에서 '운동'을 하려는 내가 겪는 역관계,
나는 그 속에서 철저히 '약자'였음을 확인한 순간이었으니까.
보통 거의 모든 것들에 관대한 편이지만 혐오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 딱 질색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늘 '사람'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결과보다는 과정, 과정을 이루어가는 촘촘한 관계들, 운동을 하든 뭘 하든 난 이게 최우선이다.
그 '관계'에서의 폭력, 특히 '성적인' 폭력을 겪기도 하고 가하기도 했던 경험들....
지금도 여전히 '성폭력'이라는 말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나,
단발적 사건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전히 그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삶에 함께 하려는 나,
이런 '나'를 존중해주는 당시의 동지들, 현재 내 주변의 동지들,
곁에 있어도 그리운 그런 존재들.
그 존재들을 더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창 밖에 바로 심어진 감나무, 커다란 감잎이 노랗게 물들었는데 예쁘다.
만지면 이슬이 톡- 하고 떨어진다.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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