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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노동자투쟁 20주년 인천공연

인천에서 해마다 열리는 인천노동문화제.

노동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여는 지역은 아마 인천하고 울산 밖에 남지 않았을거다.

88년 연대 노천에서 열렸던 노동자 대회,

그 88년부터 지역별로 노동자 대회에 앞서 가을 문화제를 열었었다.

물론 87년에도 조그맣게 자체 행사를 한 곳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물론 서울이 주 활동 무대였으니까 서노협 가을 문화제를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곤 인천 해방가요제 때 심사를 봤던 기억도 있고...

꽃다지 활동을 하면서 지노협 문화제를 여기 저기 갔었다.

 

그 당시의 노동자 대회의 전야제는 각 지역의 노동자 문화패들의 경연대회 방식으로 진행되었었다.

지금처럼 경품걸고, 뭐 요란하게 하지는 않지만 그저 단결상, 투쟁상... 뭐 이런 식으로

지역에서 1년동안 투쟁의 현장에서 자신의 일상속에서 함께 쌓아온 기량을 모아

그 시기의 이슈나 지역 사안을 주제로 해서 다양한 양식의 공연들이 올라왔다.

요즘은 밤 11시만 되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느라 대오가 빠지기 시작하니까

12시전엔 끝내야 한다고 하지만

그땐 그저 어차피 밤새고 담날 행진하고 노동자 대회에 참석하니까

새벽 2시고, 3시고 이어지곤 했다.

노동자 대회 전야제에 서기 위해 지역문화제에서 예선을 거치기도 했었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지역별 문화제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 했다.

물론 문화패도 많이 줄었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대회 전야제 때 이제 더이상의 발전된 양식은 등장하지 않았다.

노래는 대부분 단결투쟁가나 가자 노동해방 등의 대합창 편성이 올라왔고,

그런 노래가 아닌 경우에는 풍물과 연극, 율동, 깃발춤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집체극 양식을 선호했다.

어느 순간 대부분 지역에서 만든 공연은 비슷비슷해서 굳이 우열을 가리는 것이 불필요해졌다.

96년을 마지막으로 경연대회 방식은 정리를 했다.

그게 노동자문화의 창작 활성화에 기여를 했는지 악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하게 평가되고 분석되지는 못했다.

 

2000년 즈음... 어쨌든 지역에서 문화제를 하는 곳은 3, 4군데밖에 남지 않았고,

그나마 노동문화제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거는 곳은 인천과 울산 뿐이다.

인천 노동문화제는 그 즈음 부터 민주노총의 지역본부 행사가 아닌

독자적인 조직위원회를 꾸려서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계기와 과정은 무지무지 머리아프고 맘도 아프다...(나중에 정리할 수 있을까나?)

 

어쨌든 올해 87년 노동자 대투쟁 20주년을 맞아서

울산과 인천에서 노동문화제를 의미있게 진행한다.

인천은 지난 주에 마쳤고... 난 조직위원이기도 하지만 사업단에 참여해서 같이 행사를 준비했다.

총 20회의 기간동안 해방가요제 초청공연을 하기도 하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행사 연출로 참여하기도 하고 하면서 인천 노동문화제와의 인연은 너무나 질기고 깊기에.

이번 행사에는 연출로 참여하기보다는 기획단으로 참여해서 같이 행사 전반을 논의하고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다.

나의 역할은 역시 기획공연 이었고, 87년 노동자 투쟁의 정신을 담아내는 공연을 만들자고 했었다.

고민은... 무엇이 정신이냐는 거였다.

과연 87년 노동자 투쟁 대오에 함께 한 노동자들은 각자 무슨 생각을 했고,

또 무엇을 원했었나 하는 질문으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다운 삶... 진정 원한 건 인간다운 삶이었다.

'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강한 욕망과 의지.주체적인 움직임.

그것이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들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렇게 바랬던 인간다운 삶이 지금의 삶일까?

내가, 우리가 원했던 인간다운 삶이라는 게 바로 이런 삶일까?

인간다운 삶의 가치는 더 많이 벌어서 더 풍족하게 소비하고, 점점 더 편안한 삶을 사는

그런 삶은 분명 아니었을텐데 말이다.

기획공연에 이런 고민들이 잘 드러났는지는 모르겠다. (아직 평가를 못했다.)

 

지난 주 일요일에 사흘간의 노동문화제 행사와 전시,

그리고 주요기간 외에 이루어진 토론회나 체게바라 공연 등이 모두 끝났다.

처음에 고민은 인천과 서울, 울산을 연결하는 노동문화 활동가들의 문제의식들을 만들어가자고 했는데

결국은 서울은 취소되고 울산과 인천도 각자 자신들이 준비한 사업에만 충실하기로 하였다.

이제 이번 주말 울산 노동문화제를 참가하려한다.

그리곤 평가를 하고, 또 자신의 일상에서 실천들을 조직해야겠지.

남은 산적한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해결해 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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