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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열흘

 

 

 

  생일에(그러고보니 벌써 작년이다) 받은 책인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3장까지만 여러차례 시도하다가, 이번에서야 다 읽었다. 많은 잔상들이 머리에 남았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기록해두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중도 포기다.....귀찮다.

 

- 혁명은 솟구치는 노동 대중의 자발적인 열기로부터 가능하다. 그것은 곧 그들이 스스로 정치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정치, 정치적으로. 10월 혁명이 발생했던 당시의 러시아는 배우려는 갈망으로 폭발했다. 야윈 얼굴과 창백한 피부, 누더기가 된 옷을 걸친 병사가 존리드에게 '읽을 것'을 가져왔냐고 묻는 장면이 참으로 인상 깊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 어디서라면 논쟁하고 집회하고. 지식인이 아니라, 가난한 노동자들이 사회 경제 이론 서적을 읽고 토론했던 것이다.

 

- <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가 무장봉기를 명령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봉기를 심각하게 고려한 것은 볼셰비키당 중앙위원회였다. 10일 밤에는 밤샘회의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당의 많은 지식인들과 지도자들, 그리고 페트로그라드 노동자와 수비대 대표들이 참석했다. 지식인들 중에는 오직 레닌과 트로츠키만이 봉기를 지지했다. 심지어 군대 대표들조차도 봉기에 반대했다. 투표 결과, 봉기를 감행하자는 주장은 일단 기각됐다!

  그 때 한 노동자가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떨고 있었다. 그는 거칠게 말했다. "페트로그라드 노동자를 대표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우리는 봉기에 찬성합니다. 여러분은 마음대로 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소비에트가 파괴되는 것을 보고만 있겠다면, 우리와의 관계는 끝날 것입니다!" 몇몇 병사들이 그에 합세했다. 그래서 투표가 다시 이뤄졌고, 결국 무장봉기를 감행하자는 주장이 통과됐다. >

 

- 혁명의 규율. 혁명적 규율. 언젠가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군대조차도 설득과 자발적 규율로 이루어진 것이라 들었을때. 러시아 혁명에서 그것들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트로츠키가 통행증이 없어 스몰니 회관을 통과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던가, ^^ 동궁에 들어갔을 때 굶주린 병사들의 약탈이 발생하자 스스로를 통제하며 "혁명의 규율과 민중의 재산"을 외쳤던 부분. 볼셰비키에 대한 온갖 왜곡과 비난에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존 리드는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동궁에 남아 있던 여성대대에 대한 강간과 살육에 대한 소문이 무성히 퍼졌을때, 실은 살육한 적이 없고 몇몇에 대한 강간이 있었을 뿐이라는 대목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단 몇...)



- 케렌스키는 도망가고 의외로 볼셰비키는 쉽게 진입했지만. 반혁명은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케렌스키의 무장도발과 함께, 소위 조국과 혁명 구제위원회-그들은 노동자 농민, 병사들이 아니라 기자들과 학생, 지식인, 멘키 등등이었다-가 온갖 반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혁명은 곧 전쟁이었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고 죽어갔다. "예상하던 모습으로, 지식인들이 기대하던 모습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 거칠고 강렬하게, 정해진 공식을 무시하고 감상주의를 비웃으며 찾아왔다. 적나라한 현실의 모습으로."

 제대로된 지휘관도 없는 오합지졸의 적군이, 백군을 물리친 것은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이것은 그 누구도 아닌 그들의 전투였고, 그들의 세상을 위한 전투"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나긴 전쟁을 거쳐 혁명은 성공할 수 있었다.

 

- 크렘린에서 있는 장례식 장면은,,,말로 표현할 수 없는,,,그런 느낌이었다. 짜르의 무덤이 있는 크렘린에 짜르에 반대하고 자본주의에 반대한 민중들이 잠드는 장면. 저자인 존 리드 역시 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크렘린에 묻힌 사람이기도 하다. "이제 이 신앙심 깊던 러시아인들에게 자신들을 천국으로 보내 달라고 기도해줄 성직자가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들은 그 어떤 천국보다도 밝게 빛나는, 그것을 위한 죽음을 영광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나라를 지상 위에 세우려 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의 자발적 의지를 통해서 결국 혁명은 성공했고, 그것은 말그대로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어떤 것인가를 생생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왜 볼셰비키만이, 끝까지 혁명적 세력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는지도 말이다. 농민대회 장면은 예전에 정권에 의해 삭제된 부분이라던데,,,역시 재미있었다.

 

-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한 일화.

 

 <  다음 날 페트로그라드에서 반볼셰비키 신문들이 '플레하노프 고열 상태!!'라는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차르코스예 셀로에 있던 플레하노프는 병상에 누워 있었는데, 적위병들이 그의 무기를 수색하고 그를 심문했다.

  그들은 "당신은 어느 계급에 속하는 가요?" 하고 그에게 물었다.

  "나는 혁명가요." 플레하노프가 대답했다. "40년 동안 자유를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해온 혁명가요!"

  "아무튼," 한 노동자가 말했다. "이제 당신은 자신을 부르주아지에게 팔아 넘겼잖소!"

  노동자들에게 러시아 사회민주당의 선구자 플레하노프는 잊혀진 이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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