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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심청'에 대한

... 요컨대 황석영의 <심청>에 대한 주류 남성 비평가들의 시선을 동아시아 근대화 과정의 수난사를 고스란히 체현한 근대적 주체이자, 동시에 강제된 근대화의 권력과 욕망을 초월한 탈근대적 주체의 재현으로 읽는 것이다. 이러한 문맥에서 심청의 서사는 여성의 몸으로 쓴 동아시아 '여성사'이자 타자와의 연대와 약자에 대한 보살핌으로 동아시아 근대의 바깥을 사유하는 '여성적 세계'의 구현으로 환유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을 타락한 성적 존재와 구원의 모성적 존재로 이분화 시키는 방식은 기왕의 남성의 시선 속에서 남성 욕망의 대상으로 여성을 재현하는 틀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성녀(性女+聖女)로서 심청은 기존 황석영 소설에 드러난 여성의 이미지의 연상선 위에 있기도 하다. (주-<아우를 위하여> 여교생, <삼포가는 길>의 술집 작부 미자, <장길산>의 묘옥, <무기의 그늘>의 오혜정, <오래된 정원>의 한윤희 등의 이미지가 '심청'이라는 이미지로 집적, 총화되고 있다. -오태호 "서사의 진화, 작가의 시선과 평론가의 응시가 밎어낸 풍경") 즉 부조리한 모순으로 점철된 소외의 비극적 현실을 재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창녀'의 이미지와 불안한 미래의 희망과 구원의 여성상으로서 등장하는 '어머니'의 이미지를 동시에 전유하고자 하는 남성들의 욕망과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누이'들의 모습이다. 더욱이 매춘부의 현실이 승화되어 신격화된 모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고 억압하는 기제이며, 동아시아 근대의 가능성을 모성성의 원리로 상정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오리엔탈리즘' 일 수있다.

 

...심청은 힘없고 가난한 조선의 고난과 불행을 상징하는 딸의 기표는 되었을지언정 고향의 가족이나 민족을 기의하는 여성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주-민족주의 담론에서 민족을 기의하는 여성의 순결은 중요한 도덕적 전제가 된다. 군'위안부' 여성들은 민족의 식민지적 고난과 불행을 설명하기 위해 동우너되면서도 동시에 여성의 순결과 모성을 짓밟히고 여성적 도덕성이 파괴되었다는 이유로 이들이 자신을 동일시할 공간, 즉 돌아가고 싶은 고향, 국가, 민족, 가족에 관한 현실로부터 외면당했다.-김은실 "민족담론과 여성")

 

....'어여쁘고 순결하고 효심 깊은' 심청에 대한 기억이 삭제되고 부정될수록 역설적으로 '매춘의 오디세이아'라는 새로운 심청의 서사는 더욱 진실성을 획득해가는 기제가 된다. 그것은 심청에 대한 '기원적 기억'을 복구하고 심청을 구원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보다 자극시킨다. 또한 그것은 '동아시아 근대화'에 앞에서 무기력했던 '실패'한 아버지, 오빠들의 역사적 회복과 재기의 열망과도 맞닿아있다.

 

...'심청'은 이미 동아시아 여성의 새로운 문화적 아이콘으로 전략화되고 있다. 헐리우드 자본으로 만들어진 공리, 장쯔이 주연의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영화로 구별지으면서 영화 <심청>은 "조선의 한 여성이 아시아 각국의 매춘부로 떠도는 여성 수난사를 통해 서구화로 왜곡된 동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은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아시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서구의 시각에서 판타지화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편견 없는 우리 시각으로 바라본 이야기"로 선전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는 위험하게도 서구 중심 문명론에 대항하는 동질한 역사를 가진 지역과 집단으로 뭉뚱그려진다. 동아시아 국가, 민족, 인종, 성, 계급 빚어내는 비균질적인 차이들과 다성적인 목소리와 서사들은 배제되고 '범 아시아를 묶어내는' 상상의 공동체를 꿈꾼다. 여기서 '우리'는 아시아를 시장으로 한 문화 자본들의 결합이다. "범 태평양 영화(pan pacific movie)"를 꿈꾸는 <심청>은 과연 아시아/여성의 타자화, 성적 대상화의 역사와 서사화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을 것인가. 심청 뿐 아니라 2007년 이후 한국 영화 작품 목록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황진이, 리심, 명성홯후 등 역사 속 여성들, 그들의 호출이 어쩐지 심상치 않다.

 

출처: 노지은, "심청: '동아시아 근대' 서사의 창출과 여성의 재현-황석영 소설 <심청>"

 

 

글을 보면서, "아 그래 이거였어"...그런 생각이 들었드랬다. 뭔가 언어화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글로 바라봤을 때의 쾌감과 감사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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