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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누군가 내가 갖고 다니던 이 책을 보고 '제목이 마음에 닿는다'라고 했는데. 나도 그랬다. 이 책은 탈성매매를 지원하는 부산의 '살림'이라는 곳을 거쳐간, 성매매 여성들의 수기집이다.

 

 그녀들의 아픈 지난 이야기들을 듣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땅을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여성으로서 나는, 그 글들을 그저 담담하게 객관적으로 내려 읽을 순 없었다. 몇번이나 책을 덮었다 다시 또 열면서 그렇게 한 자, 한 자 읽었다.

 

 성매매를 경험했던(또는 하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너무도 다양하다. 성매매 자체도 단일한 형태가 아니기도 하고. 어떤 이는 감옥과도 같았던 그 곳을 탈출하고 싶어하고, 지난 과거를 지옥처럼 기억한다. 또 어떤 이는 내가 하고 있는 노동을 긍정하며, 그 곳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구제'를 거부한다. 그들이 이렇게 다르게 성매매를 경험, 기억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노동이냐 성매매냐, 합법이냐 불법이냐, 자발이냐 강제냐 이런 이분법 속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비난받는 것이 정말로 안타깝다. 민성노련의 한 성노동자는 이 책을 여성부의 홍보책자쯤으로 비난하지만, 그런 방식이 난 참 맘에 안든다. 그 일을 '타락한 것' '더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잘못된 사회적 편견이지만,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성매매를 아픈 기억으로 갖고 있는 여성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다른 목소리와 차이들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양한 목소리들 중, 어느 하나만이 진짜라고, 다른 쪽은 진실이 아닐거라고 한다. 설문조사라는 것도 그들이 가진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은 그들 중 어느 하나만을 듣고 있으니, 다른 한 쪽의 여성들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성매매 집결지 이외에도 음성적으로 존재하는 성매매여성들의 다양한 경험이 가시화되어야 하다. 더 많은 목소리들이, 더 다양한 목소리들이 밖으로 드러나고 표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녀들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 될 수 있지 않을까.

 

 

 

[관련된 글]

 

한국인권뉴스에 기고된 성노동자의 글(민성노련)

http://go.jinbo.net/commune/view.php?board=cool&id=26329&page=1&s2=subject&s_arg=너희는

 

일다에 실린 ‘살림’의 활동가의 글

http://www.ildaro.com/Scripts/news/index.php?menu=ART&sub=View&idx=2006092600004&art_menu=1&art_su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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