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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 1950년대 중국의 가정부녀와 가사노동에 대한 국가 담론


 

 지난 목요일에 이대 아시아 여성학센터에서 주최하는 국제 컨퍼런스 "신여성/모던걸의 재현과 동아시아의 식민지 근대성"이 있었다. (저 사진은 자료집을 찍은 것이다.) 시간 상 오전에 있었던 젊은 여성학자들의 pre-conference밖에 듣지 못했는데, 모던걸의 프롤레타리아 형태로서 베이핑의 웨이트리스의 문제라던가, 일본의 첩과 관련된 논의들 등의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기록해두고 싶은 발표는 중국 인민대 조교수 송 샤오펑의 <가솔: 1950년대 중국의 가정부녀와 가사노동에 대한 국가 담론>이다.

 

 가정부녀(가정주부)는 '가솔' '가사관리자'라는 신분을 통해 소비에트 정권 하에서 독립적 사회신분이 되게 된다. 가솔은 주로 도시남성노동자의 아내를 가리킨다. 이들은 농촌여성이나 여성노동자와는 달리 직접적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논의대상이 된적이 거의 없다. 송 샤오펑은 국가와 당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인민일보'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가사노동에 대한 국가담론을 추적한다.

 

 흥미로운 것은 국가에 의한 가사노동 담론이 시기에 따라 '변화과정'을 겪는다는 점이다.

 

 건국 초기에 가사노동은 폄하되고 가정부녀는 '기생충'으로 비난받는다. 왜냐하면 가사노동은 생산적 '노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권은 생산노동에의 참여를 통해 부녀해방을 부르짖는다. 그러나 가사노동이 사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는 오히려 정권에게 큰 경제적 부담이 되었고, 여성들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그리고 국가는 이들 여성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그리하여 50년대 중기에 가사노동은 국가에 의해 사회주의 노동의 일부분으로 인정되고 국가에 의해 장려되는 모범 모델 중의 하나가 된다. 특히 5호라 하여, 이웃단결이 좋고, 자녀교육을 훌륭히 하는 등의 덕목을 따져 표창을 내리기도 한다. 이는 가사노동에 대한 정치적 긍정과 가정주부의 정치적 지위에 대한 긍정이며, 또 한편으로는 가사노동의 성별분업이 국가의 긍정을 받은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1958년부터 국가는 '대약진'을 통해 부녀들을 생산노동에 투입시키기 위하여 가사노동의 역할에 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 시기에 위에서 언급한 '5호' 선정활동도 진행되지 않았다. 대약진이 끝난 난 후, 1960년 국가경제조성시기가 되면 모범가솔은 또 다시 장려의 대상이 되며, 1964년 이후 가사노동은 국가담론 속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시장화 개혁 이후 여성의 가내노동은 '전통미덕'으로 국가에 의해 장려된다. 이런 가사노동에 대한 국가담론의 변화는 내가 보기에 러시아에서의 논의와도 상당한 유사성을 가진다.

 

 송 샤오펑은 여성의 생산노동에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여전히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었던 것에 주목하며, 맑스주의 이론이 '성별분업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한 데서 근거를 찾는다. (맑스주의에서 초기 성별분업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된다. 내가 봤을 때는 성별분업을 '초기'에 국한되어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여성억압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철저하게 '역사적' 관점에서 보아야 할 주장이, 어처구니 없게도 '몰역사적'으로 맑스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이들에게서 반복되는 것은 참으로 모순적인 대목이다.) 대부분의 공산당 간부들과 모택동 역시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문제의 해결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 사회가 공적양육을 제공할 수 없는 단계이자 이에 대한 의무를 모두 '여성'에게 부과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중국은 더이상 사회주의라 할수도 없지만, 어쨌든 전통적 성별규범은 중화민족의 전통적 미덕으로서 여전히 국가의 찬양을 받고 있다.

 

 <만약 우리가 여성노동과 여성의 가정 내에서의 성역할의 변화를 더 큰 거시적인 노동질서와 성별질서에 놓고 보면, 우리는 건국 이래로 한 번도 남성들을 향해 성별질서영역에서의 변혁과 요구를 제기한 바 없고 남성의 가정내 가정외 성역할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 적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별질서의 변화요구는 모두 부녀를 향해 제기되었던 것이다.>

 

 성별분업과 그것의 여성억압적 성격에 대한 분석/비판, 그리고 이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변화 없이 하나의 '당위'로서 주장되는 생산노동에의 참여와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반쪽에 불과한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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