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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주변 주민건강조사, 7일째

  오늘 들어보니 2003년 전자파 건강영향 연구때 해양경찰 검진을 하고 나서 향후 오년간은 이런 조사 안한다는 말을 내가 했었다고 한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비수도권 대학에서 대규모 지역사회 건강조사를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이다.

 



  2003년에 한 번, 2004년에 한 번 코를 다쳐서 그런지 이번엔 견딜만하긴 한 것 같다. 그래도 제일 힘든 것은 인력문제이다. 조사원들이 세 번쯤 말해서 듣고 따라하는 사람은 업어주고 싶을 정도로 말을 안 들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오늘은 버스운전기사때문에 도는 줄 알았다.

 

  두 달간 검진팀을 조사지역으로 출퇴근 시키고 마을 주민을 검진장소로 이동시키기 위해서 계약한 버스 기사는 7일 동안 아침에 두 번 지각했고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한 번만 운행하려고 마을 주민들을 한시간 반씩 기다리게 하는 등 만행을 저질렀고 지속적으로 돈을 더 달라고 했다. 조사원들한테 나이어리다고 반말하기 일쑤에 오후 퇴근시간엔 제 시간에 나타난 적이 없다.

 

  오늘 드디어 그와 한 판 붙었다. 자기 마음대로 조사원들을 다른 차에 태우려고 하기에 제지하고 정해진 대로 운행하도록 했더니 무시무시하게 버스를 몰았다. (그걸 것이라 예상한 나는 중간쯤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했음.) 우리 병원에 도착해서 그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내가 자기를 무시했다고 길길이 뛰었다.  서로의 의무를 확인하고 계약 조건에 대한 오해는 최초 계약 당사자들이 다시 협상하기로 하고 보냈다.

 

  중간에 그가 전화를 받는데 어느 공장에서인가 일을 시켜놓고 계속 돈을 주지 않는 지 통 사정을 한다. 기사들은 현금으로 기름값주고 일하는데 몇달 째 돈을 안주면 어떻게 살란 말이냐 등. 갑자기 '기사라고 무시하는 거냐?'고 화내는 모습이 겹치면서 그가 안쓰럽다. 나에게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상처를 받았다. 그가 잘못을 많이 했지만 의도했든 안 했든 상처를 주는 것도 나쁘다.

 

 관련하여 한마디 더 하자면,

그동안 전공의, 연구원, 조사원. 그리고 우리 과 직원들한테 가르친답시고 엄청나게 잔소리해대고 소리지르느라 나도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 그만하련다. 좋게 말해서 안되면 할 수 없는 거지 뭐. 이게 다 내 인격이 모자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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