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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형평성학회 참가기

  학회 심포지움 주제가 '젠더와 건강형평성'이라하니 가긴 가야겠는데 서울길이 너무 멀어 망설이던 중 자유연제발표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는 비보를 듣고 여기저기 쑤셔서 발표를 종용하다보니 가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빠서 숨넘어간다는 정최선생한테, 전문의시험 코앞에 있는데 시험공부할 시간없다고 투덜대는 전공의한테, 이제 막 대학원 박사과정 시험끝나고 숨돌릴겨를도 없었던 연구원한테 사명감을 가지고 발표해야 한다고 꼬실 기력이 어디서 났나 싶다. 



젠더와 건강형평성 학회, 여성개발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되다.

 

심포지움 첫 발제자는 울산의대 강영호 교수, 제목은 "왜 젠더?"

두번째는 장숙랑 여성개발원 객원연구원으로 발표내용은 젠더와 건강팀에서 작업했던 국가 통계자료를 이용한 여성건강실태.

 

토론자들

o 한림대 조정진교수, 조교수는  임상의사들의 여성건강공부모임을 하고 있는데 아마도 의사-환자 관계와 같은 문제에 관심이 있는 듯. 이 날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내용은 없었다. 

o 여성민우회 명진숙씨.  배아복제기술을 여성의 관점에서 비판해온 명진숙씨는 불임시술에 대해서 아이없는 사람에게 아이를 만들어주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전에 불임시술이 여성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연구해야 한다고 역설.

아래 사진은 어디서 많이 보던 인류학자인데.....몇년전 가칭 "프로젝트로서의 몸"이란 공부모임에서 본 것 같다.  장숙랑연구원의 발제문중 여성은 임신, 출산 등의 경험을, 남성은 성기능을 연구한 것의 의미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함. 나도 그 대목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보건학 하는 사람들이 젠더에 대해서 갖는 관심과 여성주의적 관점은 좀 거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었다.  

 

아래에 나오는 분은 사회학자인데 강영호교수가 처음에 건강 불평등(inequality)은 차이(difference), variation 등과 유사한 개념이고 형평성(equity)는 윤리적 가치가 포함된 개념이라고 말한데 대하여 사회학에서는 불평등은 개인 수준을 뛰어넘은 구조적인 문제를 일컫는다고 알려줌.

일부 심포지움의 열띤(? )토론이 끝나고 마무리하는 신영전교수. 나중에 들으니   재정문제로 외부 연자나 좌장을 초청하기 어려운 건강형평성학회에 무보수 단골 좌장역할로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함. 한편 신교수가 주도하고 있는 건강정책이론연구실은 이 날 학회에서 발표된 젠더와 건강팀에 연구비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공이 있다.  이날 다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들이랑 수다떨다보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1부 심포지움만 끝나고 자리를 뜰 줄은 정말 몰랐기에 약간의 배신감도 느꼈다. 저도 두 개의 심포지움 내용은 여기저기서 들은 것이기도 하고 몸도 무거워서 자유연제시간에만 올까 하다가 역사적인 날이라 하기에 아침부터 서둘러서 기차타고 서울와서 끝까지 있었거든요.

 

1부 순서가 끝나고 점심시간, 점심먹고 학회 총회. 내가 운영위원이 되었다. 형평성에 관심은 있으되 형평성 연구를 주로 하지는 않기에 적절한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여성할당제'만 거론되면 의무감이 발동하곤 한다.

 

2부는 여성개발원 공동 주최, 사회는 정진주 박사. 오랜만에 얼굴보는데 얼굴이 좀 피곤해보인다고 하니까 옛날 처럼 이쁘지 않다고 투덜거린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예뻐요, 예뻐. 이십대처럼은 아니고 사십대답게 예쁘거든요!" 

 

첫번째 발표는 양성평등 건강지표 개발 연구. 오옷 장숙랑 연구원이 두 번째 등장. 저녁먹을 때 들어보니 오전 발표는 사실상 대타여서 너무 힘들었다고......역사에 길이 남을 학회에서 발표를 두 개 씩이나 했다는 게 위로가 좀 될까?

두번째로 암검진의 성별영향분석평가결과를 발표하는 심평원의 김남순 연구원. 열정적인 몸짓에 주목하세요. 이 연구는 2004년 여성부 시범연구 4종중 가장 호평을 받는 것이라 한다.

 

토론시간. 건강형평성학회 학회장인 조홍준 교수는 장숙랑 연구원의 발표및 지정 토론자의 토론내용에 대하여 지나치게 생의학적 모형에 치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냈다. 참고로 조교수의 전공은 임상의학인 가정의학이다.

발표를 들으면서 자유연제 발표준비를 하는 슈퍼우먼과 슈퍼맨. 머리에 모락모락 나는 김이 보이시는지?

한쪽에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역시 응급으로 발표준비를 해온 정최와 그의 사부가 자유연제 발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 행사의 공식 사진사는 공익근무요원이었다. 사진찍느라 고생하는 요원을 찍어보았다.

 

돌아온 천희란선생. 유명한 레슬리 도얄 언니 문하에서 일년 공부하고 왔다. 도얄언니는 내년 3월쯤 우리나라에 올 지 모르겠다.

 

이런데서 처음 마이크 잡아보는 타마라, 떨린다고 했다.

엉겹결에 대타로 나섰지만 차분하게 잘해냈다. 연구제목은 "한 농촌지역 여성의 피임 경험과 그 사회적 요인". 여성노동건강 세미나팀에서 반년정도 함께 공부했던 내용. 이날은 기초통계만 보여주었지만,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가족계획사업이 누구의 이해에 의해 시작되었고 여성의 몸에 어떻게 각인되었는가를 말하고 싶었던 원대한 꿈의 미약한 시작이다. 

 

사진이 이상하게 나와 올리지는 못하지만 정최선생은 '대장암 검진 수진율의 성별, 사회경제수준별 차이'에 대해서, 정우철은 '중소규모 제조업체에서 작업장의 유해인자, 산재예방활동, 자가보고 산업재해율의 젠더 차이'를 발표했다. 나는 전에 산업의학회에서 발표했던 "작업관련 근골격계 질환의 젠더 차이"를 또 했다. 산업의학회에서는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그래도 몇 마디 질문과 의견제시가 있었다. 자유연제발표까지 끝까지 남은 분들은 스무명도 안되었다. 끝까지 성의있게 경청하고 토론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집에 가려는데 크자님이 붙잡는 것을 못 이기는 척, 운영위원 뒷풀이가 있다는 중국집에 갔다. 학회장이 전화해서 일년에 세 번 회의하는 정도의  부담이라 했는데 이번 총회자료를 보니 어려운 학회재정에 자발적으로 기여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약간의 부담을 느끼기도 했으나 평소 존경하는 선생님들을 가까이서 뵐 수 있어 좋기도 하다. 밥먹으면서 몇가지 현안에 대한 결정도 했는데 그중의 하나는 이윤덕희씨가 제기한 학회참가비문제에 대해서 '일반 이만원, 학생 만오천원'인 현행 규정에 ' 기타 2천원'이라는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 학회 총무이신 얌전/성실표로 보이는  윤모 교수와 서울역까지 가면서 한참 수다떨었다. 보건관리가 전공인 그 선생님으로부터 부산지역의 무상의료 실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친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집에 와서. 피로가 몰려와 다음 날 아침 늦게까지 잤다. 역시 서울 나들이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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