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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럴 때 정말 짜증나거든

 오늘 하루 있었던 일만 적어본다.

 

  #1. 아침 7시 25분 병원에 도착, 검진버스를 타러갔더니 아무도 없다. 분명히 30분 출발이라고 통보를 받았는데 기다리다가 우리 과에 올라가는 데 직원들이 나온다.  물어보니 7시 40분 출발이라고 한다.  분명 전날 전화, 메일, 과 홈피 세 군데에서 모두 30분 출발임을 확인했었다. 



---> 평소 의사들이 검진시간에 늦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통보했다는 생각이 들어 한 편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이른 아침시간의 15분 낭비.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번번히 지각해서 이런 지경을 만들어 놓은 놈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가, '아니 내가 늦은 적도 있잖아. 내 탓일꺼야'로 정리.

 

#2. 검진하는데 담당 간호사가 잘 도와주지 않는다. 수검자에 대한 정보가 적힌 환자관리카드 상태도 엉망이고 지난 몇 달간 건강상담을 어떻게 했는 지 혈압이 180/100 이 넘는 사람들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경우가 두 세 건 관찰되었다. 자기 일- 채혈- 다 끝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 내가 필요한 게 있어서 불러도 그 때 뿐이다. 

--> 검진끝나고 나서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 지적하고 다음부터 고쳐달라, 다른 간호사들한테도 전파해 달라고 건조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3. 검진끝나고 담당 간호사한테 밥먹고나서 검진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 공정에 대해서 함께 점검하자고 했더니 다른 사업장 일정 잡혀서 안된단다. '사려깊은 자라면 의사방문을 검진과 병행한다고 했으면 다음 사업장 까지 시간간격을 좀 두지 않을까?' 앞으로는 그렇게 해달라고 했더니 이번 달 일정 다 짜서 안된단다.

--> 또 참는다.  

 

#4. 내일가는 사업장은 내가 처음 가는 곳이라 공정을 잘 모른다. 검진전에 작업장 순회점검을 먼저 하기 위해서 담당간호사에게 30분 일찍 출발하자고 했더니 그럴 필요없으며, 자기는 운전이 미숙하여 검진버스보다 늦으니 그 차를 타란다. 

--> 싫다는 데 어쩌겠냐. 그래, 너도 어린 두 아이 기르면서 직장다니느라 힘들겠지. 그냥 참는다.

 

#5. 이상 2-4의 사항으로 나를 힘들게 한 간호사에게 모레 검진가는 사업장은 만성 유기용제 중독이 의심되던 두 청년에 대해서 현장에서 신경행동검사를 할 수 있게 준비해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환한 얼굴로 '하나는 퇴사했어요'한다.

--> "그래, 너는 걔가 건강문제에 대한 확진이 안된 상황에서 우리가 추적도 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서 검사 건수 하나 줄은게  그렇게 기쁘냐?" 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간다. '설마 그런 생각으로 말했겠어. 뻐꾸기 네가 밉게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겠지' 이런 마음이 맞기를 빈다.

 

#6. 작업하다가 시계를 보니 5시. 회의 시간이다. 허겁지겁 가보니 회의준비가 하나도 안되어 있다. 연구책임자 혼자 와 있고 책상, 의자 배열하느라 낑낑 대고 있다. 뒤이어 도착한 타과 교수들이 함께 자리 배치를 한다. 회의자료는 아직도 준비가 안되어 있다. 연구원들은 공동연구진이 사전에 보내준 회의자료를 인쇄하느라 바쁘다. 언제나 처럼 늦게 시작한 회의. 피곤한데다 짜증이 겹치니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말 속도가 빨라진다. 옆에서 노선생이 톤과 속도 조절해달라고 메모 건넸다.  

--> 새 연구원이 회의준비담당인데 공간배치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나 보다, 컴퓨터가 고장나서 회의자료 준비가 늦었나 보다, 이해하려고 하지만 마음속 한 구석에선 '나라면 다른 컴퓨터 빌려서라도 먼저 회의자료 준비하고 컴퓨터 고쳤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7 전공의란 놈은 회의때 검진통계와 설문지 샘플을 준비해달라고 했더니 회의시작 5분후까지도 자료작성중이고 전혀 미안한 기색이 없다. 설문지 샘플 운반에 대해선 까마귀 고기 먹은 표정이다. 어제 오후에 말한 공문발송건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는 표정으로 딴소리를 한다. 오호 이건 날마다 겪는데도 그 때마다 적응이 잘 안되는 상황이다.

--> '얘는 아마도 다른 사람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 기능에 장애가 있나 보다. 참고해서 지도해야지' 하고 마음을 정리했건만 순간 짜증이 난다. 그래서 밤잠 못자고 일하고 최근에 살이 5킬로그램이나 빠졌으며 밤에 불안해서 잠 못잔다는 녀석한테 " 제발  빵구는 하루에 하나 이상 내지 말아줘, 나 목 쉰거 몰라?" 라고 말해 놓고 금방 후회했다. 그냥 웃으면서 다음엔 잘 해라 그럴껄.

 

 나는 이런 일때문에 짜증이 난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한다고?'하는 마음도 들고 치사하게 이런걸 일일히 적어보는 내가 좀 환자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함께 일하는 모든 인력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면 진짜 환자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거든. 

 

  성의는 있는데 모르거나 모자라서 못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만, 일하기 싫은 사람은 대책이 없다. 그걸 붙들고 씨름할 기운도 없다. 어쨌거나 화내지 말아야지. 화내는 건 내 눈의 대들보와 같다. 성경에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사랑이 제일이라 했으며 사랑은 온유하며 성내지 않는다 하지 않았던가!  나의 이성은 말한다. 인격수양이 필요한 계절이라고.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같은 말을 세 번씩 반복하게 하고나서도 제대로 못하는 걸 보면  정말 미치겠다구. 누구라도 성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꺼야. 뻐꾸기 인격만의 문제가 아닌 건 사실이라구. 나의 감정은 말한다. 이성아 제발 날 이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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