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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하하하핫

      데이타 분석이 난관에 부딪혔었다.  홍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데이타 셋을 다시 만들어보내주면 분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 통화를 한 것은 금요일 저녁.  그 때부터 쉬지 않고 데이타셋을 다시 만들었다.  완전 노가다 작업. 산재통계자료에서 사업장별 재해자를 다 찾아서 그걸 성별 연령별로 입력하고, 사업장 수준의 데이타와 개인 수준의 데이타를 통합해야 하는데, 일일이 손으로 오려다 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도 분석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는데, 이게 전체 사업장을 모집단으로 한 게 아니라 산재사업장을 모집단으로 한 것이기 떄문이다.  그래도 하는데 까지 해보아야겠다 싶어 오리고 붙이고 오리고 붙이고..... 음하하하핫 결국 마칠 수 있었다.  중간에 인내심을 증강시키기 위해서 맥주를 마시기도 했으나,  오히려 인내심 억제 효과가 있더라. 힝.

 

    일단 사업장 수준의 변수만 가지고 단변량 분석을 해보니, 내 가설이 어느 정도 입증가능하다는 직관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까지 기분 급 상승.  하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난관은 홍실의 사정.    다수준 분석은 내가 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홍실에게 부탁했는데, 그녀는..... 너무나 바쁘다. 전화 통화 한 번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이 데이타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한 이유는.... 이건 영림업에 대한 자료인데,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이다.  영림업이란 국유림, 공유림, 사유림 등 숲을 가꾸는 일을 하는 업종을 말한다.   업종 특성상 고령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비율이 높다.  종사자는 많지 않지만 산재율이 엄청나게 높아서 최근 노동부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조사설계당시 참고했던 자료들은 개인보호구를 잘 쓰도록 하고 기계톱 사용 등 장비관리를 잘 하는 게 영림업 산재감소의 대책이라고 하는데,  조사를 마치고 기초분석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런 개인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사결과로는 사업장의 안전보건구조나 활동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수준도 매우 높고, 개인보호구 착용률도 매우 높고, 장비나 설비관리도 매우 잘하고 있다는데, 산재율은 왜 그렇게 높은가 오리무중.

 

    지금까지 분석결과로 깨달은 것은 영림업의 사업체계 자체의 취약성이 문제였다.  외국의 영림업은 상시고용을 한다는데, 우린 건설업처럼 공사단위로 일용직으로 계약을 한다.   최근 국가의 숲가꾸기 사업이 늘었는데, 고위험 저임금 직종이라 사람들이 기피해서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재해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재해당시 개인 부주의 같은 요인은 거의 없었고,  나무, 미끄러운 바닥, 갑자기 부는 바람 등 자연현상에 대한 대처가 적절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 한다.  산재예방에 대한 재해자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마감이 촉박하게 무리하게 작업하지 말고, 날씨가 나쁘거나 어두울 때 작업하지 말고, 중장비를 써서 할 수 있는 건 사람이 하지 말고,  미끄러운 바닥을 견딜 수 있는 안전화 등 질 좋은 개인 보호구를 지급하는 게 필요하단다.  관리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영림단을 일용직으로 고용하지 말고 상시 고용체계로 바꾸고 임금을 상승하여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이 산재예방의 근본적인 대안이다.

 

    이 데이타에서 내가 입증하고 싶은 가설은 개인 수준의 요인보다 사업장 수준의 요인, 특히 공사발주처의 지도감독 요인이 재해율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는 것인데, 이건 건설업이나 영림업과 같이 발주처가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지도감독을 잘 해야 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으로는 뒷받침하기가 좀 약해서, 홍실의 지원을 요청한 것인데, 답장이 오기를 학수고대할 뿐.

 

 그러는 동안, 나는 무지막지하게 시간이 들고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서비스업종 데이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즐거운 일요일.  다행히 가족들도 좀 바빠서 일한다고 구박하는 사람은 없다. 몇달째 주말에 일하니까 아예 포기한 건가?  내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첫째도 둘째도 세째도 이 프로젝트 끝나고 산에 놀러가는 것이라 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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