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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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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다.

오랜만에 두 아들 다 군대 보내놓고 허전할 것 같은 오빠네 집에 갔다.

큰애는 말년휴가를 받아서 집에 와 있다.

 

요리가 취미인 큰애는 만두피를 빚어 만두를 만든다고 수선이다.

그 옆에서 거들고 있는데

오빠가 와서 "그걸 사다하지 어쩌구 저쩌구" 잔소리가 많다.

조카는 살짝 성질을 내며 "아빠 오늘 왜그래?" 한다.

 

썰렁해질 뻔 한 상황.

이제 오십이 넘은 새언니가 아들에게

 "고모들 와서 좋아서 그러지"한다.

뻘쭘해진 오빠는 슬쩍 소파에 가서 앉는다.

갑자기 분위기는 스르르 풀리고

각자 다들 만족스러운 느낌으로 자기 일을 한다.

티브이를 보거나 만두를 빚거나 개랑 놀거나...

 

직면.

감정에 직면하는 것. 몰라서 못본 것. 알면서도 돌아보지 않은 것.

우리 오십이 넘어도 새언니인 우리 언니가 한 것은 그것이었다.

 

몇십년을 얽혀서 산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잘 못 본다.

엉켜있는 복잡한 감정이 그걸 가리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관계성에서 무능한 가부장인 우리오빠.

마누라님 없으면 어찌살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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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1 09:08 2007/02/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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