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체벌.. 그 기억..
녹취를 풀면서..
그 상황이 전혀 낮설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치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늘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한 아이의 말투.
그 상황에서 애써 태연한듯 이야기했지만 부글거리는 속을 진정시킬 수 없었던 나는
그 상황이 전혀 낮설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 두렵습니다.
학창시절
종종 없어지던 누군가의 귀중한 물건 혹은 돈.
범인색출을 위해 우리는 종례가 끝나고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책상위에 모두 올라앉아 두 손을 들고 누군가 범인이 자수하기를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선생님은 볼일보다가 한 삼십분에 한번씩 들어와서 " 범인은 조용히 눈을떠라.."뭐 이러곤 하셨지요.
그러면 혹여 눈을 잘못떠서 범인으로 오해받기 싫어서 두 눈을 더 꼭 감았구요.
알수 없는 도둑 넘(친구가 아닌) 때문에 내가 이 벌을 서야한다는 성질남.
그리고 팔이 점점 더 아파지면서 누구가는 큰소리로 "야 좀 가져간 놈 나와라"소리치기도 하고.. 서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그 소리에 더 크게 동의하고...
그리고 그 상황의 부당함에 대해 별로 열받지 않았던 나..
무려 삼십년 전 나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있었던 그 일이
지금 2005년 내 아이의 6세반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간은 삼십년이 지났지만.
우리 아이들의 교실은 박제된 그대로인 모양입니다.
그게 가장 무섭습니다.
아이가 선생님한테 맞았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듣다가 너무하다 싶어서 녹음을 시작했다. 앞부분은 녹음을 위해 이미 한 말을 다시 시켜서 좀 짜증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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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뭐가 깨졌는데..)
자: 맞히는거 작은거고 색깔있는거야 납작하고 색깔 있는거야. 근데 그거 통을 깨트렸어. 누가
모: 누가?
자: 나두 몰라 진짜 애는. 진짜 애는 몰라. 진짜로는 누가 깨뜨렸는지 몰라.
모: 그런데 그게 깨졌어? 그래서?
........(이전 이야기와 상관없는 부러진 친구의 머리띠에 대한 이야기...).........
모: 엄마는 왜 손바닥을 맞았냐고 물어보는 건데 딴소리만 하고 있네. 그래서 그 부셔진 선생님이 그 상자곽을 발견했어?
자: 아니 누가 했는지는 발견 못했어.
모: 그래서 수미가 다영이가 그랬어요 그랬어?
자: 아니 다영이가 울었어요.
모: 다영이는 왜 울었어?
자: 다영이요? 왜 울었냐면요. 어~자기가 한 것도 아닌데 했다고 해서 막 울었어요.
모: 그래서 선생님은 뭐라고 했어?
자: 너 때매, 혼날 때 너 때매 어 아무쓸데 없이 울게 된 거라고 했어요.
모: 수미 한테?
자: 응
모: 그런데 선생님이 맴매는 왜 했냐니까
자: 왜냐면 그릇 부러뜨린 거 때문에 한거라니까.
모: 아..“누가 부러뜨렸어” 그러구 물어봤어?
자: 어 근데 첫 번째로 말했는데 또 안말해서 한대씩 맞기루 했구. 또 안말해서 두 대씩 맞게 됬구 또 안말해서 세대씩 맞게 됬어. 세대밖에 못맞았어.
모: 세대맞구 누가 했다고 얘기했어? 아무두 말안했어?
자: 아니 마지막으루 다영이가 앞에 나와서 자기 때문이라구 했어요
모: 자기가 했대 다영이가?
자: 어 근데 아니. 내가 잘못들은거야.
모: 니가 잘못들은거야?
자: 어
모: 마지막에 세 번이나 맞았는데 친구들중에서 내가 그랬어요 하는 친구가 없었어?
자: 아니 나왔다 다시 들어가서. 자꾸 두 번째 자기가 한것도 아닌데 나오고 또 들어가고 또 나오고..
모: 다영이가?
자: 아니 은솔이
모: 은솔이가 자기가 했대?
자: 아니 앉았다가 들어가구 앉았다가 또 들어가구..(웃음)
모: 은솔이 장난친거지?
자: 엉
모: 그러니까 결국은 선생님이 맴매를 세 번이나 했는데 아무도 누가 했는지 모르네.
자: 맞어
모: 아무두 누가 했는지 몰랐네
자: 맞어
모: 뭘로 때렸어 선생님이?
자: 모냐면? 아까 말한 거 여기 종이에다 대고 줄 딱 긋고 안에 숫자 있는 거
모: 자?
자: 어 자.
모: 그걸루 니 손바닥 때릴 때도 그걸루 때려? 선생님이?
자: 아니 친구들 다 마찬가지야.
모: 모든 친구들 때릴 때는 그걸루 때려?
자: 어 방울반 말구 다른 반도 마찬가지구
모: 다른 반도?
자: 어
......................(사이 다른 놀이).........
모: 오늘말구 너 또 방울반 친구들 손바닥 맞아본 적 있냐?
자: 맞은 적 맞지요. 은솔은 맨날 맨날 맞았어요.
모: 은솔이는 왜 맨날 맞어?
자: 맨날 장난만 치잖아요.
.............(은솔이 장난에 대한 얘기).......
/30분 뒤 식사시간 이모에게 다시 설명하는 말
모: 오늘 흥준이 맴매했대.
이모: 왜?
자: 내가 아까 뭐라고 했지?
모: 뭔지는 모르는데 뭘 담는 통이라고 했어
자: 맞아 통인데 응 수미가 다영이가 했다고 했어.
이모: 누가 했는데 사실은
자: 아무도 몰라 거짓말만 알게 된거야. 그래서 어떻게 됬는지 알아? 그래서 한대씩 맞다가 마지막에 세대맞고 다영이가 울었어. 다영이가 한것도 아닌데 그래서 선생님이 수미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뭐라그랬냐면요. 맴매하면서 어~ 너 때매 아무 일도 안했는데 그냥 울게 된거라고 말했어요.
이모: 선생님이 수미 한테 다영이가 한 것도 아닌데 너가 그렇게 말해서 (아니 내가 아니라) 그래 수미한테 다영이가 운다고 그렇게 말했어?
자: 그러는 바람에 운거야 다영이 어 . 근데 난 안울었어.
이모: 어디 맞었어
자: 애들 다 맞았을 때 손바닥 이렇게 딱 피고
한번 안말해서 한번맞았고. 두 번째도 안말해서 두 번맞구 또 안말해서 세 번맞었어.
이모: 그런데도 결국은 몰랐어
자: 그런데도 몰랐어.
이모: 저절로 깨졌나보다
자: 아니야 누군가가 했을꺼야.
-------------------------------------(모든 이름과 반명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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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폭력의 기억은 핏속에 남는다
Tracked from
2005/02/02 07:47
* 이 글은 쭌모님의 [집단체벌.. 그 기억..] 에 관련된 글입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였다. 지금도 그 이름을 잊지 않는 당시의 담임. 차마 이름을 밝히지는 못하겠고. 어쨌든 이 담임, 돈은 무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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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선생 같지 않은 선생...
Tracked from
2005/02/03 23:07
* 이 글은 행인님의 [폭력의 기억은 핏속에 남는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세상이 어떤지 잘 몰랐던 국민학교 시절을 제외하고 나면 중고등학교 선생들 가운데서는 선생이라 이름 붙일 만한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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