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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살 쭌이의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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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기억나지 않지만 ..
대형할인점에 장보러 갈때마다 쭌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는통에 싸우기 싫어서
매달 선물을 한가지씩 사주기로 했다.
그래서 달이 바뀌면 그달의 선물을 사러간다.
이 제도를 도입한 후 쭌이 무언가를 가지고 싶어하면, "담 달 선물로 사라"한마디면 된다.
지금은 가질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음으로 욕구를 참을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정작. 선물살 때가 되면 다 잊어버리고 그날 필이 꽃히는 걸로 사게되긴 하지만..

물론 때에 따라 고가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럴땐 두달을 몰아서 사주기도 한다. 딱 한번 그런적이 있는데 그 뒤로 두달을 참는 고통이 넘 심하다는 것을 알고. 엄마 주머니 사정에 맞는 적당한 것을 고르거나, 가격이 적당한지 나에게 묻는다.

이때 선물은 반드시 자신의 선택이어야 함으로 어른들이 추천해 주는 것은 사절한다.
9월의 선물을 사러갔는데 제법 성능이 좋은 무전기 장난감이 있어서 너무 재미있을것 같아서
"쭌 이거 진짜 재미있겠다. 이거 사라"했더니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럼 그건 엄마 장난감으로 사세요"였다. 쩝~

두번째는 용돈의 도입이었다.
매일 어린이집 다음 코스로 가게를 들렀다가 오는데,
할머니가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안되겠다고 해서 매주 일정액의 돈을 할머니에게 쭌이 용돈으로 드렸다.
그런데 이 돈을 할머니가 가지고 쓰게 되면서,
어떤 날은 하루에 3.4천원을 쓰기도 하고. 수요일에 벌써 한 주의 용돈을 다 써버리기도 하곤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나머지 목금토일을 아무것도 안사줄리 없고..
그러다 보니 여섯살짜리 넘에게 들어가는 용돈이 나의 한달용돈보다 더 들어가게 되었다.
얼마전부터 쭌이 돈에 대한 개념을 알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매일 아침마다 용돈을 준다. 
아침마다 용돈주고 "고맙습니다"인사 받는 재미도 쏠쏠하고,
쭌이 제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 무서운줄 알게 되면서 부터는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용돈지갑 말고. 다른 지갑에 그날 남은 용돈을 모으고, 그 돈이 좀 모이면 할머니와 은행에 가서 저금도 한다.

지 용돈과 남의 돈을 구별하게 되면서 부터는
가끔 그날의 용돈을 초과하는 무언가를 사고 싶으면, 할머니에게 사주면안되냐고 슬며서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섯살에게 과하다고 생각되는 용돈을 주는 나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나중에 발각되면 반드시 할머니에게 갚도록 했다.
혹시라도 쭌이 제 용돈을 안들고 외출했을때 무언가를 사먹게 되면 집에 돌아와서 나에게 갚도록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하나..
얼마전 이사가는 집에 놀러갈 일이 생겼는데
이사갈 집이라 작은 병에 든 음료수로 몇병을 사러 슈퍼에 갔다.
쭌은 자기는 비타500을 먹겠다고 했고, 나는 음료수 몇병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그때 쭌이 계산대 위의 막대기를 지가 고른 비타500앞에 놓으면서
"이건 따로 계산해주세요"한다.
하하하..어찌나 이쁘던지. 크게 인심써서 그날의 비타500은 내가 한턱 냈다.


쭌이의 경제생활이 점점 영역을 넓히더니. 이제는 매매의 영역까지 갔다.
얼마전에 텔레비젼에서 본 나눔장터를 보고 자기가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팔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아름다운재단에서 하는 나눔장터에 견학을 갔다.
이틀동안 모은 용돈을 가지고,
나라면 절대 살것 같지 않은 장난감을 꼬깃꼬깃사가지곤 너무 좋아한다.
어떤 형아가 들고나온 세개 오십원하는 구슬 이백원어치.
파닥몬 머리에 불이들어오는 도장 삼백원.
쬐그만 디지몬 백과사전 세개 천원...등등..

이번주 토요일에는 쭌의 장난감을 가지고 뚝섬에서 있을 나눔장터에서 팔 예정이다.
오전 11시부터 3시쯤 파장까지 4시간 동안 과연 장사를 잘할 수 있을런지..
놀러오실 분들은 반드시 기증할 물건 하나씩 들고 오셔야 한다.
그것이 나눔 장터 입장료다. 그 물건들은 아마 아름다운가게에서 다시 팔리게 된다던가 하던데..

무언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사는 행위를 하고 싶어서 가게로 가던

소비로 점철된 울 아들의 생활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서 정말 다행스럽다.

자본의 충동질 속에서도 중심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됬으면 좋겠다. 정말.

 

 

비가 안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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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6 00:57 2005/09/06 00:57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이유 2005/09/07 16:17

    저의 딸은 네살인데, 제가 기억할 수 없는 한참 전부터 '소비의 맛'을 알아버렸던 것 같아요. 그게 무서워 걜 데리고는 가게에 가지 않으려 했지만, 아이아빠며 할머니며 주위사람한테까지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 아이는 순식간에 그 맛을 알아버리더군요. 준이처럼 용돈체계로 얼른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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