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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저 마음가는대로 최선을 다했을뿐.

 

 

며칠전.

 

평택 지킴이들이 무척 보고 싶어서 일찌감치 모든 일을 정리하고 주섬주섬 챙겨보는데.

 

갑자기 속보메일이 쏟아졌다.

 

 

성람재단 비리 척결!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

 

종로구청앞 농성자 전원연행.

 

부상자 명단.

 

상황이 급박해서 명단이 틀릴 수 있습니다.    

 

몇군데 경찰서로 이감조치.

 

긴급행동과 항의가 필요합니다.

 

 

구청과 경찰측의 강제진압, 방관 등 괘심하게도 한결같은 태도에 그 날 결의대회의 끝이 

 

이런 상황이려니 했지만..

 

속보의 내용들이 선정적인 것은 둘째치고 사람들 얼굴이 생각나서 도무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곧 출발해야 하는데..

 

 

찌는 듯한 더위와 강제 철거 카운트 다운으로 지쳐가는 지킴이들.

 

입에 거미줄 치겠냐마는, 그들 마음의 거미줄을 걷으려 가고자 했다면 이렇게 심란하진

 

않았겠지. 

 

 

 오히려 내가 그들을 필요로 했을테지..

 

 

마침 사무실에 온 한 선배와 함께 걱정스럽게 속보를 지켜보다가.

 

" 형. 평택 안가고 사람들 면회를 가야할까.. "

 

 

그 선배는 힘없는 웃음을 웃더니.

 

'니가 가서 뭐하게..'

 

 

그렇긴 하다. 내가. 가면 뭘 하나.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움직여야 하지 않겠냐는 말씀일게다.

 

그냥..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

 

사람들 걱정하고.

 

늘 조마조마하고 있는 나를.. 보호하는 일.

 

 

어느새 면회시간이 빠듯했다.

 

이스라엘 새끼들 개새끼들이라고 수원시민한테 알리러 가는 바쁜 사람들

 

손도 돕고 무거운 짐도 들어주어야 해..

 

 

저녁밥을 포기한 채 서둘러 도착한 도봉경찰서 앞. 면회 마감시간 초과. ㅜㅜ;;

 

그녀석들이 건방지게 얘기해도 일단 비굴모드로 해야지 다짐했다.    

 

" 멀리서 왔어요.. "

 

 

안됩니다.

 

시간이 늦었습니다 

 

안됩니다.

 

조사중입니다.

 

 

"아저씨.. 멀리서 왔다니깐요.. 늦을까봐 택시도 졸라 비싸게 탔어요.."

 

 

근무서는 녀석이 전화를 하길래, 짜식 착하네 그래야지.. 하는데,

 

왠 시커먼 놈이 끼여들더니  

 

 

조사중이라니깐요.

 

그런 사람들 민간인 하고 접촉하면 정보교환하고 작전짜고 그런다니까.

 

 

- -*

 

 

" 이 양반 말하는거 봐.. 조사받는 사람들이 범죄자냐.. "

 

 '범죄자는 아니지만..'

 

" 말 이상하네.  그 많은 사람들 다 조사할껀 아니테고 멀리서 왔으니까 쫌 보자고요.."

 

 '왜 보려고 하는데.. 이유가 있을거 아니냐고..'

 

" 걱 정 되 자 나 .. "

 

' 왜 걱정이 되냐고요. 우리 경찰서에서 편하게 모시니까 걱정 마쇼..'

 

" 걱정되는데 이유있나. 당신 가족같은 사람 여기있으면 알아모실테니까 걱정 붙들어매나?"

 

' 안된다는데 당신 시비거나?'

 

" 말 그렇게 밖에 못하나? "

 

 

안내 게이트 조막만한 창문에서 대가리 밀고 얘기하다가 짜증 지대..

 

 

안 해 더 러 워 서 면 회 안 한 다

 

 

담배를 물고 좀처럼 열린 뚜껑이 안닫혀 그 시커먼놈 불러서 담배를 건넸다.

 

" 아저씨 말이야.. 혹시나 해서 그러는건데 나같은 놈 또 오면 말이야.

 

  아저씨 아무 말도 하지 말든가. 짧고 깔끔한 말 똑같이만 했음 좋겠어..

 

  똑똑한 공무원은 다 그러거든. 다 이유가 있거든. " 

 

 

담배가 다 타고 민주시민처럼 쓰레기통에 넣은 다음, 수고하시라고 했다.

 

시커먼 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인사도 안하더만.

 

난 그나마 열받은걸 해소했다고 자위했지만 창동 한가운데서 미아가 되버렸다.

 

 

어이.. 씨..

 

  

늦었지만 덜 닫힌 뚜껑을 평택에 꼭 가는 것으로 마무리해야겠어. 

 

차를 몰고 갈꺼야.

 

거기 또 시커먼 놈앞 비굴 작전 시나리오 접수. 

 

나 = 홍 아저씨네 아이 과외 선생 애인?

 

과외 선생 버스 끊기고, 홍 아저씨 약주 한잔에 발 묶인 애인 모시러 마을 진입?

 

 

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애인 외박위기라는데 이유없이 우기긴 딱이지.

 

 

오늘 하루 일진이 최악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차를 찾으러 가는 길에 여러차례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도했다.

 

 

어.. 그놈이 이런 말을 할꺼야..

 

그럼.. 이건 어떠냐.. 할말 없지..?

 

어? 아.. 그건 임마.. 그래서지.

 

... ...

 

 

 

'아무래도 못 들어올것 같애. 말이 필요없대.낼 통선단땜시.'

 

 

-_-;;

 

 

평택에까지 가서 길을 잃으면 울 것 같았다.

 

 

 

 

조용히 집에 들어와 생각해보니,

 

내가 한 것이라곤 영양가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선배가 툭 던진 말처럼..

 

 

내가 하는게 다 그렇지 뭐.

 

(도봉서에 갇혔던 사람들은 사실 몇시간뒤에 다 나왔단다.. - -;)

 

에이..

 

 

 

아니야.

 

이러다가 배워가는 거지.

 

가여운 나를, 귀엽다고 내가 생각하면 되는거지. 

 

ㅡㅜ ;

 

 

 

 

 

난 그저 마음 가는대로 최선을 다했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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