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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돈이 되나?
가끔 ‘자전거로 배달하니까 가격이 더 저렴한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참 할 말이 없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게 없는데 왜 더 저렴해야 하는가? 왜 훨씬 힘들여서 땀 흘리며 달리는데 왜 더 저렴해야 하는가? 물론 전략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오토바이 퀵서비스 요금은 10년전 가격이고 그로 인해서 수많은 라이더들이 무리해서 일하고 그만큼 더 위험하고, 배송 지연 사고는 늘어나고, 당신이 맞이하는 그들의 얼굴은 일그러져간다. 가격으로 경쟁해서 요금이 더 낮아지게 해야만 할까?
반대로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이 받을 셈이냐?’라고 묻는 것이 맞다. 물론 더 받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친환경, 무공해, 녹색상품, 탄소 저감, 윤리적 소비, 사회적 기업 등의 수사를 빌린다면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자전거는 정말 좋은 것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서비스의 질이 더 좋을 것은 없다. 사회와 지구 전체적으로는 분명한 이익이 되겠지만 유기농산물처럼 소비자 개인에게 뚜렷한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불러주는 좋은 사람들에게 돈을 더 받고 싶지도 않았다. 또 돈 많은 사람들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되는 것은 더 싫다. 결국 일단은 오토바이 퀵서비스들과 비슷한 요금을 받는다.
돈은 당연히 안 된다. 지금 오토바이 퀵서비스 회사에서 주문을 받아서 자전거로 일하시는 분이 사대문 안에서 하루에 10~15건을 배송하고 한 달에 약 100여만원을 벌고 있는데, 아마도 그 정도가 최고치일 것이다. 퀵서비스 업계의 잘못된 관행상, 사실상 업체에 종속적인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직 노동자라서 노동3권도 보장되지 않고, 4대보험도 안 된다. 퀵서비스 단가가 오르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전혀 터무니없는 일인 것만은 아니다. 알다시피 비정규직 천만, 실업자 및 백수 사백만, 신용불량자 천만, 세대를 초월한 88만원 계급의 시대다. 도로를 달리는 것도 힘들고 위험한 일인 것은 분명하지만,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최저 임금 미만의 수입을 얻는 분들도 얼마든지 있다. 등록금은 천만원이 넘어가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편의점과 주유소, 피씨방에서 밤새하는 최저임금의 시급 알바밖에 없는 학생들도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일하면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일들에 비하면 좋아하는 자전거도 타고 여러 가지로 의미도 있고, 또 시간만 잘 관리하면 최저임금보다는 더 벌 수 있는 이 일이 뭐 특별히 열악하거나 비상식적이거나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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