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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지 않은가?

위험하지 않은가?


물론 위험하다. 그러나 위험하기 때문에 타지 말아야 할 것은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다. 위험을 만든 것이 바로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길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어린아이, 걷는 사람, 자전거가 아니라 다름 아닌 자동차다. 잊어서는 안 된다. 반대가 아니다. 우리는 어느샌가 그냥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에 타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고하게 되어 버렸다. 우리는 어느샌가 길은 자동차의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버렸다.
자신을 엄습하는 위험의 원인이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자전거는 사실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나는 자전거가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자전거가 집 앞과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무엇보다 나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동차에 점령당한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동차를 타지 않는 것, 길에서 걷고, 뛰놀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전거가 자동차를 피해서 도로가 아닌 인도로 올라가서 달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인도로 올라가면 자전거는 교통약자에서 강자로 뒤바뀌고 만다. 인도에서 난폭하게 달리며 벨을 눌러대는 것은 도로에서 과속하며 빵빵대는 자동차와 다를 바가 없다. 도로에서 차량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옳다면, 인도에서는 사람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 옳다. 단순히 내려서서 동행자와 나란히 도란도란 걸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자전거만의 매력이지 않은가? 인도를 줄여 만든 자전거도로는 본래 보행자의 것이었고, 언제든지 보행자가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다. 줄어들어야 할 것은 사람의 길이 아니라 자동차에게 점령된 길이다. 가장 가깝고 평탄한 길일수록 자동차에게 점령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우회하는 자전거도로는 교통로라기보다는 관광로가 된다. 따라서 자전거도로는 차도를 줄여 만들 때만이 의미가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사실 도로가 그렇게 두렵고 위험한 것만도 아니다. 실제로 자전거를 혼자서 탈 때는 위협적인 경우가 종종 있지만, 둘이서만 같이 가도 상당한 안도감이 생기고, 셋이면 가끔 장난칠 여유마저 생긴다. 한 달에 한 번 도심 한복판을 떼지어 달리는 자전거들의 무리, 발바리 떼잔차질을 아는가? 수십 수백 대의 자전거가 차선 하나를 통째로 누비며 달리는 이들에게 도로가 위험하다는 건 이미 딴 세상 이야기다.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나가는 건 분명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가야 한다. 하나가 나가지 않으면 무리를 지을 수도 없다. 다른 방법을 나는 모른다. 좋은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릴 것인가? 당신이 도로를 나가지 않는다면 그런 행운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어떤 도시교통 전문가가 자전거가 다니지 않는 길에 좋은 자전거 도로를 만들 수 있겠는가? 다니다보면 길이 생기는 것이지, 길이 생긴다고 다닐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도 도로가 두려웠다. 그러던 나에게 용기를 준 것은 그냥 내 옆을 스쳐지나가던 한 대의 허름한 자전거였다. 나는 그 자전거를 따라서, 그 자전거와 함께 달렸고, 어느새 혼자서도  어떤 길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자전거가 되고 싶다. 서울 한복판에서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기억해주면 좋겠다. 용기를 내고 페달을 밟아라. 도로를 달려라. 자동차의 경적 따위는 무시해라. 필요하다면 차선 하나를 접수해라. 방금 차선 하나가 자전거 길이 되었다. 당신을 뒤따르는 사람은 이제 자동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고맙다. 당신 덕분에 우리의 길은 그만큼 더 안전해졌고, 우리의 도시는 그만큼 더 살 만한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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