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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민중언론 깃발을 들어라-경향신문 뉴스메이커

사회]새 민중언론 깃발을 들어라

진보진영 ‘좌파’의 인터넷 언론 창간 선언…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한계 극복할 것”



“‘한겨레신문’도 ‘오마이뉴스’도 아니다.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직접 하겠다.”
진보진영이 그동안 그들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던 언론매체들의 한계를 지적하며 “더욱 민중적인 인터넷 언론을 5월 1일 선보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단병호·심상정의원을 비롯해 김세균·김수행·손호철교수 등 진보적 지식인들과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 등 각계의 진보인사 80여 명은 최근 새 민중언론 창간제안문을 발표하고 블로그(blog.jinbo. net/newsmaker)를 통해 명칭을 공모하는 등 본격적인 창간작업에 돌입했다.

성역없는 비판정신 어디로

이들의 선언은 진보진영 내의 여러 흐름 가운데서도 좌파적 성향이 짙은 인사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우선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연대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건설된 양대 조직이 이른바 진보진영 내 우파들에게 장악당함으로써 조직적으로 위축된 좌파들의 반격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창간준비위 유영주 조직팀장은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 내부의 갈등 때문에 민중언론을 그 돌파구로 삼으려 한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회 진보를 추구한다는 대의는 달라진 것이 없고 방법론에서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으며 이건 어느 조직에서나 나타나는 과도기적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개혁언론에 대한 실망이 민중언론 창간 제안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창간제안문에서도 이런 내용은 쉽게 확인된다. “개혁언론의 대표주자가 된 ‘한겨레’와 ‘오마이뉴스’가 신자유주의 개혁의 선전선동 매체로 전락해가고 있다”거나 “보수언론과 신자유주의 개혁언론이 쓰레기 같은 정보와 주장을 쏟아내는 전쟁터와 같은 현장에 민중이, 민중의, 민중을 위한 매체를 당당하게 등장시킬 때가 됐다”는 부분은 민중언론의 창간이 이들과의 분명한 선긋기가 될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높아진 것은 그들이 참여정부와의 관계설정에 실패하고 성역 없이 파고들던 비판정신이 훼손되면서부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디어참세상’의 윤태곤기자는 “최근 노동계의 가장 핵심적 현안이던 사회적 교섭안에 대한 한겨레의 논조는 참여정부 편들기를 넘어 노동자 길들이기 수준에까지 다다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대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회적 교섭을 추진한 민주노총 집행부조차 찬반 양론에 대해 언로를 열어놓은 상황인데도 유독 ‘한겨레신문’은 연일 정부의 주장대로 사회적 교섭에 힘을 싣기에 급급했다는 주장이다.

‘오마이뉴스’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찮아서 “자유무역협정(FTA)을 홍보하고, 이라크 파병에 침묵하고, 민중의 투쟁을 정직하게 알려내는 일을 중단했다”는 직격탄이 쏟아지고 있다.

‘좌파언론’이 아닌 ‘민중언론’

유일한 바람막이였던 ‘한겨레’보다 더 강한 어조로 일침을 가하는 ‘오마이뉴스’의 등장은 진보진영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386세대가 민주화의 구심점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오마이뉴스’는 매체력이 급신장했고 보수언론과 맞대응할 수 있는 대안언론으로까지 성장했다. ‘오마이뉴스’를 기점으로 ‘프레시안’ ‘데일리서프라이즈’ ‘미디어참세상’ 등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다. 이들은 사회에 대해 조금씩 다른 영역을 구축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터넷신문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진영의 입장에서 맏형격인 ‘오마이뉴스’의 ‘변심’은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민중언론 관계자들은 그렇다고 민중언론이 기존의 개혁언론보다 더 왼쪽을 지향한다는 의미의 ‘좌파 언론’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 팀장은 “새 민중언론은 진보진영 내 좌파들의 이야기만 다루는 제한된 매체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 평화 등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열린 언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중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 등 개혁언론과 차별점을 두고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터뷰]창간준비위 유영주 조직팀장

“회비 모아 자본에서 독립할 것”

-민중언론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매체를 의미한다.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로 대변되는 개혁언론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들어 큰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들 매체는 자본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노동운동을 길들이는 듯한 논조의 보도마저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민중언론은 개혁언론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창간준비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82명의 창간제안자와는 별도로 실무팀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미디어참세상’의 역량과 콘텐츠를 이어받고 기자와 운영진이 보강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민중언론의 운영 원칙은.

“가장 기본적으로 사실보도를 충실히 하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힘이 실리는 다양한 기획기사를 포진시키고 진보적 성향의 블로거들과 연대해서 일상적인 고민도 함께 할 방침이다. 하지만 무조건 다른 매체를 따라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우리 역량을 고려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고 우선 노동문제와 반세계화·사회운동에 차별화된 보도에 주력할 계획이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재정이다. 기자·엔지니어·PD 등 20명의 활동가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에 2억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 회원들을 모집해 회비와 후원회비를 최대한 이끌어내고 각종 기금에서 보조받는 방법도 찾을 생각이다. 상업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지는 않겠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자본에서 독립된 언론이 존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 같은 회원 증가추세라면 문제없으리라 본다.”

-중장기 목표를 설명해달라.

“현재 ‘오마이뉴스’의 매체 영향력은 6위권으로 18% 정도의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민중언론은 2007년 초에 영향력 2%대 진입이 목표다. 아까도 말했지만 양적인 팽창보다는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 전국적이고 전 민중적인 미디어 활동가 네트워크도 그때쯤이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병탁기자 lum35@kyunghyang.com>



뉴스메이커 6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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