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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트루니에 <외면일기> 중에서

나는 새해의 시작을 구실삼아 그동안 소식을 듣지 못한 몇몇 친구들에게 내 모습을 드러낸다. 친구를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시 접속하는 주도권을 그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그러면 머지 않아 그가 꼼짝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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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문학. 렌즈의 조리개 열기. 조리개를 적게 열수록 장면의 깊이가 깊어진다. 다시말해서 풍경의 깊이가 또렸해진다. 반대로 조리개를 크게 열면 겨냥하는 피사체는 또렸해지는 반면 그 나머지는 모두 흐릿하다. 스탕달: 조리개 3.5.발자크: 16. 왜냐하면 발자크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환경, 배경, 일화 등과 불가분의 관계속에서 (다시 말해서 조리개를 적게 열어 풍경의 깊이가 잘 느껴지게) 독자에게 소개된다. 반면 스탕달의 인물들은 배경이 흐릿한 가운데, 다시 말해서 배경 제로 상태에서 (조리개를 많이 열어 풍경의 깊이가 없이) 인물과 자신만 또렸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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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벨빌>. 이상하게 생긴 좁은 골목 드누와예 거리 저 안쪽에 보디빌딩 전문'체육관'. 이층은 남성용. 삼층은 여성용. 대다수가 아프리카 출신. '보디빌딩 운동가'의 심리: 일종의 문화활동, 그러니까 결국 어떤 고독에서 오는 불안에 대처하는 처방으로서 자신의 근육숭배. 나르시즘에 의한 구원, 거기에 반복되는 노력에서 맛보는 피로감이 추가된다. 이 노력의 반복은 일종의 금욕과도 유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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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노출된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얼굴은 말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 다른 여러기관들과 더불어 의복속에 숨겨져있는 거대한 덩어리인 몸은 빙산의 잠겨있는 부분이다. 그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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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란 단순히 문을 잠근 빗장만이 아니라 지붕이기도 하다. 위를 막고 있는 지붕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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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 다가 글을 몇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아니라 특히 아주 풍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눈과 귀는 매일매일 알아 깨우친 갖가지 형태의 비정형의 잡동사니속에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어서 거두어 들일수 있게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사진작가가 하나의 사진이 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여 사각의 틀속에 분리시켜 넣게 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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