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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7/07/09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7/09
    아멜리 노통, <오후 네시> 중에서
    흑점
  2. 2007/07/09
    김애란, <달려라, 아비> 중에서
    흑점
  3. 2007/07/09
    미셀 트루니에 <외면일기> 중에서
    흑점

아멜리 노통, <오후 네시> 중에서

결핍은 과잉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좋은 스승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팔라메드 베르나르댕은 아무런 결핍감도 느끼지 않았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아쉽지 않은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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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웃집 남자의 삶이 공허 그 자체라고 결론 내리는 데에는 그런 극단적인 예까지도 필요치 않았다. 그의 공허는 위고가 묘사한 위대한 공허가 아니라, 비열하고 우스꽝스럽고 한심하고 보잘것없는 공허였다. 가엾은 인간의 불평으로 가득 찬 허무였다.
<마지막으로 말하기는 했지만 그 중요성은 그 어느것에 못지않은> 사항으로, 그 가엾은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해 본적도 없고,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물론, 나는 아파트 관리인이나 가질법한 감상주의에 빠져들고 싶지는 않다.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는 법이다. 그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사람이란 사랑없이 사는 경우 다른 무엇에 몰두하는 법, 경마나 포커, 축구, 철자법 개정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일시적으로 스스로를 잊게 해주는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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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떤 행동을 한번만 하고 말진 않아. 어떤 사람이 어느날 한 행동은 그 사람의 본질에서 나온거야. 인간은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살아가지. 자살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야. 살인자들은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연인들은 다시 사랑에 빠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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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달려라, 아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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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내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하지도, 나를 가여워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고마웠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정말로 물어오는 것은 자신의 안부라는 것을. 어머니와 나는 구원도 이해도 아니나 입석표처럼 당당한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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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트루니에 <외면일기> 중에서

나는 새해의 시작을 구실삼아 그동안 소식을 듣지 못한 몇몇 친구들에게 내 모습을 드러낸다. 친구를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시 접속하는 주도권을 그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그러면 머지 않아 그가 꼼짝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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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문학. 렌즈의 조리개 열기. 조리개를 적게 열수록 장면의 깊이가 깊어진다. 다시말해서 풍경의 깊이가 또렸해진다. 반대로 조리개를 크게 열면 겨냥하는 피사체는 또렸해지는 반면 그 나머지는 모두 흐릿하다. 스탕달: 조리개 3.5.발자크: 16. 왜냐하면 발자크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환경, 배경, 일화 등과 불가분의 관계속에서 (다시 말해서 조리개를 적게 열어 풍경의 깊이가 잘 느껴지게) 독자에게 소개된다. 반면 스탕달의 인물들은 배경이 흐릿한 가운데, 다시 말해서 배경 제로 상태에서 (조리개를 많이 열어 풍경의 깊이가 없이) 인물과 자신만 또렸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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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벨빌>. 이상하게 생긴 좁은 골목 드누와예 거리 저 안쪽에 보디빌딩 전문'체육관'. 이층은 남성용. 삼층은 여성용. 대다수가 아프리카 출신. '보디빌딩 운동가'의 심리: 일종의 문화활동, 그러니까 결국 어떤 고독에서 오는 불안에 대처하는 처방으로서 자신의 근육숭배. 나르시즘에 의한 구원, 거기에 반복되는 노력에서 맛보는 피로감이 추가된다. 이 노력의 반복은 일종의 금욕과도 유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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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노출된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얼굴은 말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 다른 여러기관들과 더불어 의복속에 숨겨져있는 거대한 덩어리인 몸은 빙산의 잠겨있는 부분이다. 그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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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란 단순히 문을 잠근 빗장만이 아니라 지붕이기도 하다. 위를 막고 있는 지붕을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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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일 큼지막한 공책에 다가 글을 몇줄씩 쓰십시오. 각자의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가 아니라, 그 반대로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같은 외적인 세계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보세요. 그러면 날이 갈수록 여러분은 글을 더 잘, 더 쉽게 쓸 수 있게 될 뿐만아니라 특히 아주 풍성한 기록의 수확을 얻게 될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눈과 귀는 매일매일 알아 깨우친 갖가지 형태의 비정형의 잡동사니속에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어서 거두어 들일수 있게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사진작가가 하나의 사진이 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하여 사각의 틀속에 분리시켜 넣게 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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