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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중순 무렵일게다.
해야 하는 일이 잔뜩 밀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미난 일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컴터를 새로 조립하기 시작했다.
내 나름의 변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아이맥이 용량 초과라서인지
아니면 데이터가 외장하드로 연결되어 있어선지 몰라도 가끔씩 버벅인다.
게다가 내 몫의 편집분량을 mp4로 변환해서 프리미어로 하고 있는 것도 도통 맘에 차지 않는다.
이렇게 프리미어로 작업을 해봐야 결국 파컷에서 다시 작업해야 하는데, 너무 비효율적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니 잠깐 동안 컴터를 조립하고, 해킨하고 하는 것에 시간을 들여도
결과적으론 다큐멘터리 작업에 들어가는 총 시간을 절약하게 될거란 게 내 변명이 되어 주었다.
참, 해킨이란 건 PC에 맥OS를 까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이 인텔 CPU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대중화(?) 되었다고 하는 데
나 역시 초보인지라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이 해킨이란 걸 해보려고 무려 2주일의 시간을 투자하게 되었다.
본래 계획은 길어봐야 1주일이었는데 말이다.
해킨이 적합한 사양 알아보고, 해킨이란게 어떤 건지 웹을 뒤져가며 공부하고,
용산에서 부품 사다가 조립하고까지는 이틀이면 족했다.
본래 컴퓨터에 잡스러운 관심이 많았던지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조립을 끝내고 윈도우 설치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했건만,
역시 난관은 해킨에 있었다.
길어봐야 2~3일쯤 투자하면 되지 않겠냐던 생각이 무너지고 1주일이 지나고 나니 암담했다.
그냥 사양좋은 PC로 써야겠다 생각하면서 하루를 푹 쉬었지만,
하루를 쉬고 나니 역시 오기가 발동했다.
나 답다고 해야할까, 왜 기계쪽엔 이리도 끈질기게 집착하는 지 모르겠다.
할아버지가 목수시고, 아버지가 기술자인 혈통때문일까 싶기도 하지만,
난 어렸을때부터 손재주 없는 걸로 유명하단 말이지...
아무튼 오기가 발동한 이후로 꼬박 이틀을 해킨에 매달렸다.
그리고 결국 성공!!
그 뒤로 열댓 시간은 잔 거 같다.
오마을엔 지금 해킨이 한 대 있다. 잘 돌아간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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