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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통령 크리스티안 불프의 퇴임과 독일 전통보수진영의 행보 2

[사회시장경제의 모태가 된 규율자유주의 본고장]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전총리 에르빈 토이펠(Erwin Teufel)의 분노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Ich schweige nicht länger.“)

 2011.7.9 기민당 „Seniorenunion“ 모임에서 발표한 연설 (연설 전문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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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6세의 나이로 기민당(CDU-Christlich-Demokratische Union/기독민주연합)에 입당한 이유는 기민당의  „기독“과 사회시장경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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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민당은) 기독교인들의 세계적인 사명, 즉 이웃사랑 및 가난한 자와 주변화된 사람들과의 연대를 이곳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긍정한다. 우리는 좌표는 현실이며, 공동의 복지이고, 인간의 기본권이며 기독교의 기본가치들이다. (…) (그래서) 기민당은 기독교를 좌표로 삼지 않는한 „기독“이란 간판을 사용할 수 없다. 

슈바벤 출신 국민경제학의 거장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160년 전에 돼지를 키우는 것은 국민총생산에 포함되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16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한발짝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 아니다. 지난 160년 동안 변한 것이 하나 있다. 오늘날에는 금전가치로 환산되는 것만 가치있는 것이 되었다. 그래서 가정에서의 교육에 모든 것이 달려있고 또 거기서 기초가  놓여지지만 가정에서의 교육은 [여전히] 전혀 값어치 없는 것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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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정책에서도 „기독[교의 이념]“이 엿보여야 한다. 어린이의 안녕이 경제의 이익보다 앞장서야 한다. (…) 예전엔 기민당이 도입한 연방아동양육수당(Bundeserziehungsgeld)이 있었다. 2년간 지급되었다. 일정 소득이하의 가정에 지급되었다. 즉, 가장 필요한 부모들에게 지급된 수당이었다.


오늘날에 와선 기민당이 부모수당(Elterngeld)이란 것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수당은 1년만 지급되고 또 최종 실질소득과 연동되어 있다. 즉, 수퍼마트 캐쉬어로 일했던 엄마는 월 약 600유로 정도 받고, 은행직원으로 일했던 엄나는 월 1200 유로, 석사자격이 필요한 직장에서 일한 엄마는 월 1800유로를 받는다는 말이다. 가장 적게 벌었던 엄마들이 가장 낮은 수당을 받는다. 인간이 구상하는 불공평이 이보다 더 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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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통령 크리스티안 불프의 퇴임과 독일 전통보수진영의 행보 1

2012.2.17 독일 연방대통령 크리스티안 불프의 전격 사임에 관한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건경위를 요약하자면 보수진영의 언론이 앞장서서 지난 두달 동안 크리스티안 불프를 상대로 니더작센주 총리라는 권력을 남용해  자기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받았다는 것만 포착되었지 주었다는 반대급부의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반대급부제공 정황을 포착한 하노버 검찰청이 연방하원에 면책특권 철회를 요청함으로써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퇴임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 언론공세, 자기 이익을 챙기는 사회적 풍토, 정치계의 신뢰하락 등이 여론화되었지만 여기선 좀 다른 시각에서 이 사건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사건의 중심에는 자기정체성 위기에 빠진 독일의 [자유, 카톨릭 사회윤리에 기초한 사회시장경제,  그리고 가치보수주의로 요약되는] 전통보수진영(Bürgertum)이  지금까지 행사해온 정치적 헤게모니를 사수하려는 허우적거림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왜  깡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언론이 보수진영이 뽑은 대통령을 이토록 못살게 굴었을까?

전통보수진영이 자기 정체성 위기를 느낄만도 하다.  녹색당의 „다문화사회“정책을 방불케하는 „다채로운 사회“, „이슬람도 독일에 속한다“ 등 크리스티안 불프의 독일 전통보수진영이 주창하는 주도문화(Leitkultur)이데올로기에 정면 대립하는 발언, 에너지정책 전환 등 앙겔라 메르켈의 ‚기민당의 사민당/녹색당화’ 등 독일 전통보수진영의 불만은 팽배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위기의식은 지속되는 금융위기에 그 원인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도래 이후 신자유주의의 허구적 이상에서 점진적으로 깨어나고 있는 전통보수진영은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첨예한 비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비판의 전개 과정을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한다.    
 
크리스티안 불프의 퇴임은 우선 흑황 연정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독일 대통령은 별 볼일 없는 직위지만,  (좌우)정권교체 전야에 항상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진영이 먼저 자기쪽 대통령을 관철했다는 점에서 독일 정치세력의 현황을 읽게 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현재 기민당/사민당의 합의하 차기 대통령이 추대될 것인바 순수 신자유주의를 주창해온 흑황연정의 쥬니어 파트너 자유민주당이 견디기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안 그래도 자유민주당은 금융위기도래로 지지율이 2%선까지 하락한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아직 5%를 밑도는 수준이라 차기선거에서의 의회진출이 희박해진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직접 칼 맞은 사람은 크리스티안 불프이지만 사실은 신자유주의가 만든 사민당 소속 전총리 슈뢰더류 정경유착의 정치인 타입이고,  또 그 칼은 메르켈을 겨냥하고 있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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