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태화강이 느릿느릿 흘러간다.
바다 쪽이 아니라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오르는 것 같다.
갈매기들이 낮게 낮게 오르내린다.
강 건너 아파트 단지를 끼고 차들이 내달리고
지난 며칠 비바람 끝에도 지지 않은 벚꽃들이
흐린 하늘을 가볍게 밀어올린다.
온통 봄이다.
봄은 늘 갑작스레 닥쳤다가
살풋 추웠다
한낮 주체할 수 없는 졸음으로 온다.
여러 죽음들 겪느라
심장에 움푹 난 상처
맥이 안 짚인다는 한의사 말에
난생 처음 지어 먹는 한약
올봄은 딱 그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