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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준비17호, 95.10.27

 

현총련 임시대의원대회에 부쳐

 

10월 28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현총련 임시 대의원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현총련에 속해 있는 노동조합들이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에 어떻게 가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민주노총에 어떻게 가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미 현총련 중앙운영위에서 민주노총 가입 방식이 결정되었고 민주노총준비위 대표자회의에서 현총련의 제안을 받아들인 상태이므로, 현총련 대의원들의 결의만 모아내면 되는 사안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금속연맹을 건설하고 참가하는 문제는 상당한 격론과 진통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 하면 금속산업 내부에서 금속연맹 건설과 금속산별 단일노조 건설에 대한 입장이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산하 노조의 대부분이 금속산업인 현총련으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잡아 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쌓아 왔던 그룹별 단결의 성과가 업종별로 분산되고 후퇴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현총련 내부에는 전체 자동차업종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금속연맹추진위의 대표 사업장인 현대중공업이 나란히 존재하고 있다. 자총련은 이미 11월 4일 전국자동차연맹을 출범시키기 위한 구체 일정을 밟아 가고 있는 상태이고, 금속연맹추진위 또한 10월 25일 제1차 대표자회의를 개최한 상태이다. 자동차업종이 금속연맹 건설과 다른 독자 행보를 걷는 것이 분명해진 이상, 현대자동차가 전국자동차연맹에 가입하느냐 아니면 금속연맹에 가입하느냐 하는 문제가 관건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이번 대의원대회에 참여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내부의 논의 부족과 절차상의 문제로 이에 대한 입장 정리를 당분간(?) 유보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총련 임시 대의원대회는 이 문제를 정리하기가 갑갑해진다. 현총련 실무자를 중심으로 하는 한 편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이런 상태를 이유로 현총련의 유지와 강화를 주장할 것이고,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한 편에서는 현실 일정에 올라 있는 금속연맹 건설을 보다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총련이라는 틀 안에 있음으로 해서 상대적 반사이익을 누려왔던 여타 계열사들의 불안감도 덧씌워질 것이다.

현총련 대의원들이 이번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그룹, 업종, 산업, 지역으로 얽히고 설켜 있는 이 복잡한 실타래를 쉽사리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중앙운영위의 결정이 대부분 박수로 일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속산업 재편 문제에 대한 중앙운영위의 입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안건이 심의될 때, 이 점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문제제기는 상당히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에서 현총련 중앙운영위는 최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를 전제로 임시 대의원대회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 중앙운영위에서 금속산업 재편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중앙운영위 내부의 통일된 입장 정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현총련 파견 대의원들의 명확한 문제제기와 대안 있는 촉구가 요구된다.

이번 현총련 임시 대의원대회는 민주노총에 현총련 단위로 가입한다는 것을 재확인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결의만으로 대의원대회가 끝날 수는 없다. 현총련 내 금속 사업장들의 금속연맹에 대한 가입 방식과 시기 문제, 민주노총 지역본부 건설과 금속연맹 지역추진위 건설 문제, 현총련 맹비와 지역본부 맹비의 분할 문제 등등 보다 구체적인 사안들을 심의, 의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임시 대의원대회는 금속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지향점을 보다 분명히 밝히고, 그룹별 조직의 유지 강화가 아니라 현총련이 전체 금속 노동자의 총단결 총투쟁에 주도적으로 기여해 나갈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현총련 내 금속 사업장의 금속연맹 가입 문제는 '1년 안에 금속연맹에 가입한다'는 시기 제한을 분명히 못박을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이 정도의 결의가 뒷받침되었을 때만 현총련이 금속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조직과 현총련의 관계 역시 보다 구체적인 결의를 통해 분명해져야 한다. 이미 지난 10월 24일, 제15차 울노대 회의에서 '울노대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준비위원회로 전환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전국노동자대회도 이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준비위 차원의 참가단을 구성하여 참가하기로 결의되었다. 이렇듯 지역조직 건설이 본격화되는 마당에 지역본부의 사무실과 현총련의 사무실을 통합한다거나, 현총련 의무금의 일부를 지역본부의 의무금으로 이관한다거나 하는 등의 보다 구체적인 결정들이 내려져야 한다.

금속연맹에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는 것에 덧붙여 임시 대의원대회는 자총련에 대한 설득과 금속산업으로의 대통합을 제의해야 한다. 이는 현총련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전체 금속산업 노동자의 총단결 총투쟁을 선도한다는 의미 외에도 현총련 내 자동차업종 사업장의 불필요한 동요를 막고 단일한 방향으로 입장을 모아나가기 위함이다.

이번 현총련 임시 대의원대회가 결정해야 할 주요한 사안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중앙운영위 동지들의 책임있는 결정과 현총련 파견 대의원 동지들의 주체적인 의견 개진, 그리고 원칙을 잃지 않는 힘찬 결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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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7:25 2005/02/1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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