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기

[현대차노조 신문 칼럼 원고]

 

파업 시기만 되면 우리는 언제나 보수언론들의 ‘횡포’에 분노를 터뜨려왔다. 어김없이 언론은 ‘자본의 편’이었다. 지역언론은 더 심했다. 편파, 왜곡, 과장보도는 노사문제를 다룰 때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만 봐도 언론이 하는 짓거리가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분명히 드러난다.

 

사실 언론이 이렇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를 가히 ‘총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점재벌의 영향력은 언론매체를 아예 몇 개씩 거느리는 데까지 와 있다. 조그만 지역언론들은 1년에 몇억원씩 하는 장기광고로 재벌들 수중에 엮어놓는다. 이러니 파업을 할라치면 노동자만 몰매맞게 돼 있다.

 

선거 때는 또 어떤가? 조중동이야 지난 대선과 총선 때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해 거의 목숨걸다시피 펜을 휘둘러댔고 한겨레신문과 ‘서프라이즈’라는 인터넷신문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을 위해 ‘전면전’을 서슴지 않았다. 지역 선거판에서도 모 지역일간지는 한나라당 기관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편파적’이었다.

 

판이 이런데 언제까지 보수언론에 분통만 터뜨리고 앉아 있을 건가? 이제 우리도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노동자언론을 만들고 키워갈 때가 됐다. 파업 때가 되면 보수언론의 총공격에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언론, 선거 시기에는 우리 노동자 후보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하고 알려내는 ‘우리 편’ 신문을.

 

지난 5월 1일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대중적이고 진보적인 인터넷신문”을 모토로 내걸고 ‘울산노동뉴스’가 창간됐다. 3명의 상근기자와 20명의 현장기자들이 지금까지 하루 평균 10여건의 기사와 칼럼, 연재글들을 실어왔다. 정기애 기자가 쓴 ‘김석진씨 대법원판결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라는 기사는 4,732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법인 등기도 마쳤고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시행령’에 따라 울산시에 ‘정기간행물등사업등록신청서’도 제출했다. 바뀐 신문법에서는 인터넷신문도 종이신문과 똑같은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된다. 금융결제원에 CMS 자동이체도 등록했다. 후원회원들의 회비는 이번 달부터 매달 25일 인출된다.

 

지역 노동자언론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점대자본의 광고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1년 수억원짜리 대기업 광고 대신 우리는 노조, 단체들의 후원링크와 지역 자영업자들의 스폰서 베너, 후원회원들의 회비로 재정을 충당해야 한다. 힘들게 출범한 노동자언론을 죽이지 말고 살려야 한다.

 

동지 여러분의 관심과 월1만원 후원이 없다면 갓 태어난 우리 노동자언론은 세상에 ‘악’ 소리 한번 못해보고 고사될 지 모른다. 우리 내부의 고질적인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정파와 계파를 뛰어넘어 정말 제대로 된 노동자신문을 우리 손으로 한번 만들어보자. 정말 언제까지 보수언론들 하는 짓거리에 성질만 부리며 소주잔이나 꺾고 있을 건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8/10 12:45 2005/08/10 12:45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plus/trackback/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