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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보 <한라에서 백두까지> 원고

 

 

울산지역 진보 일간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울산지역 언론 지형


울산지역에는 일간지가 다섯 개 있다. 이들 일간지의 성향은 어떨까? 따질 것도 없다. 진보는 고사하고 개혁 성향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끼리 누가 더 보수인지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고 해야 옳을 정도다. 일간지들이 이 모양이니 방송이라고 ‘정상’일 리 없다. 여기에 주간신문과 인터넷신문들을 죄 합쳐도 ‘여론의 다양성’에 걸맞는 다른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일간지가 다섯 개나 되지만 이 일간지들끼리 도대체 서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

현대차지부가 파업을 하면, 아니 파업을 하려고 무슨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울산지역 언론들은 갑자기 바빠진다. 지역 언론들의 ‘본색’이 이때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때도 없다. 일간지, 방송, 주간지, 인터넷신문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현대차지부 죽이기’에 달려든다. 현대차지부는 말 그대로 ‘동네북’이 된다. 속수무책이다. 언론중재위에 제소한들 닳고 닳은 언론들은 눈 하나 깜짝 안한다.

만신창이로 계속 얻어터지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뭔가 이 ‘난국’을 돌파할 대책이 나와야 한다. 지금같은 언론 지형에서는 민주노조운동이나 진보정치운동이 일상에서 시민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러니 맨날 깨지는 게 당연하다. 날마다 시민들이 공기처럼 호흡하는 우리 ‘신문’이 있어야 한다.


지역 진보 일간지, 왜 필요한가?


진보 일간지 하나 없이 노동계와 진보진영에서 울산시장을 당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현장을 바꾸고 지역을 바꾸고 세상을 바꿔내기 위해서는 노동조합도 필요하고 진보정당도 필요하듯이 진보 일간지도 반드시 필요하다.

보수 일색의 지역 언론 환경에서 노동자와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진보 일간지의 필요성은 그만큼 절실하다. 민주노조운동은 갈수록 개별화, 실리화, 보수화되고 있는 조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운동의 목표가 ‘정규직 조합원들만의 현재의 이익 추구’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미래의 이익 추구’여야 한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려내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진보 일간지를 필요로 한다.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 내부의 ‘소통과 연대’를 위해서도 진보 일간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주류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돼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알려내고 ‘자발적 연대’를 끌어내기 위해서 진보 일간지는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진보 일간지는 지역사회의 정치 지형과 언론 환경을 바꿔놓을 것이다. 지역 사회의 의제를 발굴하고 제시하는 일도 지역 진보 일간지의 주요한 몫이다. 자본과 권력과 보수언론의 유착을 끊어내는 데 진보 일간지만큼 효과 있는 무기도 없을 것이다. ‘정론직필’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고 2008년 5~6월의 ‘촛불’처럼 대중의 직접 행동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이다.


경남도민일보의 사례


지난 5월15일 ‘울산지역 진보 일간지, 가능한가?’를 주제로 울산노동뉴스 창간 3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발제를 맡은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획취재부장은 지난 1999년 창간해 9년동안 경남지역의 대표 개혁신문으로 성장해온 경남도민일보의 창간과정과 역사를 자세히 설명했다.

경남도민일보는 1998년 부도가 난 경남매일신문의 해직기자들과 경남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주축이 돼 1999년 5월 100% 도민주주신문으로 창간됐다. 1999년 1월 창립대회를 연 경남도민주주신문 창간추진위원에는 2300여명이 참가했고, 그해 3월에 19만주 9억5000만원의 주식청약을 완료했다. 부도가 나 법원 경매에 부쳐진 옛 경남매일신문의 윤전기와 집기, 방대한 사진자료들을 1억원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사들였다. 사무실도 어느 독지가가 선뜻 거저 내줬다. CTS 편집시스템을 갖추는 데 들어간 돈이 3억원. 창간 한달만에 초기 자금 10억원이 다 떨어졌다. 1999년 10월 10억5000만원을 증자해 급한 불을 껐다.

창간한 지 1년을 넘기면서 광고가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국 언론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기자 채용하는 데 학력 제한과 나이 제한을 풀어버렸다. 운동권 출신들을 포함해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이 들어왔다.

창간 5년째 접어들면서 경영진과 기자들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주완 부장은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조 위원장을 맡은 김주완 부장은 사원주주회를 우리사주조합으로 전환, 경영진 참여를 배제시켰다. 편집권 독립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하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편집규약을 만들었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고도 요구했다.

경영진이 반격에 나섰다. 이사 9명이 ‘경영파업’을 일으켰다. 노조를 압박하던 이사들은 일괄사표를 내기로 계획을 짰다. 그러나 이사 3명이 노조의 설득에 사표를 못내겠다고 버텼다. 나머지 6명 이사들은 사표를 냈다가 번복했다. 노조는 조합원 총투표에 붙여 사표를 낸 이사들을 결국 퇴진시켰다.

6명 전직 이사들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들에게 주주총회 소집권한을 줬다. 노조는 "주주민주주의와 여론의 압박"으로 맞섰다. 2003년 마산 대우백화점 19층 강당에서 열린 ‘경남도민일보 사수 결의대회’에는 600여명이 모였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놀랐고 감동 받았다.”

지역사회 여론에 힘입어 재판도 노조에 유리하게 마무리됐다. ‘2기’ 경남도민일보는 이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시스템을 거의 완전하게 구축했다. 분기별로 열리는 이사회와 주례 간부회의에 노조 위원장이 참석하고 전체 사원 월례회를 노조와 공동 주최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최고권력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노사공동위원회’를 둬 위원회 결정사항이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명시했다. 기자에 대한 인사는 편집국장의 권한이지만 임기 2년의 편집국장에 대해서는 노조의 동의를 물어 임명토록 했고, 1년이 지난 뒤 중간평가를 하도록 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사회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언론간, 관-언 카르텔이 깨지면서 정치환경과 언론환경이 맑아졌다. 6~70편의 기사를 집중해서 다뤄 경남도내 20개 시군에서 동시에 계도지를 폐지시켰다. 이 과정에서 민언련 등 지역 언론운동단체가 성장했다. 언론노동운동이 활성화되고 선거보도가 공정해지는 효과도 거뒀다. 불필요하고 부당한 관행들을 없애고 기득권층과 토호들을 견제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숨어 있던 ‘강호의 인재’들을 발굴하고, 지역사회 의제를 제시하는 일도 ‘제대로 된 지역신문’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울산지역 진보 일간지의 가능성과 현실성


울산에서 진보 일간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대부분이 다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진보 일간지를 창간하고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신문 창간에만 20~30억원이나 되는 큰 돈이 들어가고,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올인’해야 하니 만만치 않은 사업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고, “혼자 꾸는 꿈은 한낱 꿈으로 남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도 있듯이 20여년을 쌓아온 울산지역 노동시민사회운동의 총력을 모은다면 진보 일간지는 충분히 해볼만 하고 가능한 일이다.

울산지역 진보 일간지를 경남도민일보처럼 100% 시민주주신문으로 만들 경우 창간 과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20~30억원 가량을 자본금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현장활동가들이 말 그대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10만원 이상 주주를 2만명 이상 모아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울산지역 노동시민사회운동 내부의 뿌리 깊은 정파 갈등도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앞당겨지는만큼 지역 진보 일간지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보수 언론의 집중 포화로 ‘집단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 현대차 노동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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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8 22:51 2008/06/1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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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 2008/06/23 21:50 URL EDIT REPLY
오랜만이네요, 지기란 말.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