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기

현대차지부신문 칼럼 원고

 

경제위기다. 지난해 미국서부터 터졌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주택담보대출에서 문제가 생겼다. 주택경기가 좋을 때는 집을 사면 집값이 올라 대출을 충분히 갚을 수 있었지만 주택시장이 안좋아지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이 대출상품을 취급한 대부업체들이 무너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금융사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채권으로 만들어 각종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했는데 여기에 투자한 세계 굴지의 보험사와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했다. 미국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졌고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한국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환율은 치솟았다. 수출이 위축됐고 내수시장도 잔뜩 얼어붙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산업도 위기를 맞았다. 쌍용차는 지난 1월9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조업을 중단했던 GM대우는 최근 라인을 다시 돌리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잔업, 특근이 없어진 현대차는 1월9일 경영설명회에서 1분기 생산량을 최대 30% 감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1월 안에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범실시하기로 했던 전주공장 버스라인 노동시간이 4시간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완성차의 감산과 부도로 부품업체와 자동차할부금융 캐피탈사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고 있는 선진자본주의 국가들과 달리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부자들 세금 낮춰주고, 재벌들한테 은행을, 조중동에게 방송을 갖다바치는 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물, 전기, 가스, 의료, 교육, 사회보험 등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최저임금을 줄이는 노동법 개악도 서슴지 않고 있다. 예상되는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 집시법, 정보통신법, 국정원법도 고친다고 난리다. 청와대 지하에 벙커를 차려놓고 온국민을 상대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을 시작으로 드디어 ‘삽질’을 시작했다.


금속노조가 나섰다. 금속노조는 1월8일 임금삭감이나 해고 대신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자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10대 재벌의 이익잉여금 200조원의 일부를 중소기업 지원과 고용유지기금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보수언론이 발끈했다. 조중동은 노동계에 임금양보를 전제로 고통을 분담하라며 윽박질렀다.


10년전 “임금삭감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지키자”는 취지로 주간연속2교대제 요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노조는 희망퇴직을 받아들였고, 임금을 양보했고, 결국 정리해고마저 수용했다. 10년전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경제위기를 대비해 10년동안 공들여 만들어놓은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가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서 시행돼야 한다. 10년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경제위기가 노동자들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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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3 18:26 2009/01/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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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bycom 2009/01/13 20:41 URL EDIT REPLY
임팩트 있네요..
염동 2009/01/14 00:24 URL EDIT REPLY
그러게 말이에요. 잘 나갈 땐 뭐 해준 것도 없음서 어려울 때만 지뢀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