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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29호 96.8.9

 

8.8 개각을 보며


  YS는 8월 8일 경제부총리 등 장관 5명을 갈아치우고 해양수산부장관을 새로 뽑았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새로 뽑혔고 정무수석은 장관급으로 한 급 올라갔다. 이번 개각으로 정부 경제팀은 나웅배-구본영 체제에서 한승수-이석채 체제로 바뀌었다. 청와대 대변인 윤여준에 따르면 "경제 활성화"가 이번 개각의 초점이다.

  여덟 달도 채 안돼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한꺼번에 갈아치운 이번 개각은 무엇보다 '정치에 민감한 경제지표들'이 더이상 악화되었다가는 97년 대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현실 정치논리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YS는 8월 6일 수출업체 대표들과 가진 청와대 오찬에서 이 '경제지표들'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학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발표된 통계들에 따르면, 경상수지 적자는 올 상반기에 92억 달러를 넘어 정부가 고쳐 잡은 120억 달러를 '어렵지 넘어설 분위기고, 소비자 물가는 7월 들어 4.2%까지 올라감으로써 연말까지 정부가 잡아놓은 4.5%선을 8월 안에 '가볍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일부 부유층의 늘어난 과소비와 OECD 가입으로 더욱 넓혀진 시장 개방, 그리고 이른바 '엔저 현상'이 가져온 수출 환경 악화 때문에 늘어났다. 정부가 연말 목표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서려면, 짧게는 수출을 왕창 늘릴 묘책을 찾아야 하고 길게는 우리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손봐야 한다. 새 경제팀에 내려진 '특명' 제1호인 셈이다. 소비자 물가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버스요금 인상과 개인 서비스요금 상승을 중앙정부가 제대로 통제해내지 못(안?)하면서 껑충 뛰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기름값까지 올려버렸다. 보통 사람들 살갗에 와닿는 물가는 4.5%가 아니라 그야말로 '가랭이 찢어질' 지경으로 높다. 재벌들이야 손을 못댈 거고 엄한 농민들이나 중소 영세 상인들 때려잡는 '물가 잡이'가 될 게 뻔하지만 어쨌든 5∼6% 안 쪽으로 물가를 잡아야 하는 게 한승수-이석채 경제팀에 내려진 '특명' 제2호다.

  정부가 경상수지 적자 폭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면 구조를 손 대볼 틈도 없이 개별 자본들에 대한 수출 지원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좀 더 많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자본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개각에 대해 이른바 '재계'가 떠들석한 '환영 성명'들을 앞 다퉈 낸 이유가 여기 있다.

  이번 개각을 통해서, 부활한 '경제 위기론'에 대해 정부가 이렇듯 총자본으로서의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한 이상, 우리 노동자에 대한 공세가 더욱 거세지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수석으로 새로 뽑힌 이석채는 정보통신부장관으로 있으면서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에 대해 청와대가 온건책을 쓴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을 정도로 '강성'이다. 청와대 안에서 신노사관계 구상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진 사회복지수석 박세일이나 정책기획수석 이각범이 차관급인데, 강성으로 일컬어지는 이석채나 정무수석 이원종이 장관급이란 점도 '당근과 채찍' 가운데 채찍이 그만큼 매서워지리라는 걸 예감케 한다.

  어찌 보면 8.8 개각은 총자본이 하반기 '노동법개악투쟁본부'를 꾸린 것과 같다. 물가 상승의 주범을 임금 인상으로 돌리고 경제위기론을 활용하면서 개별 노사관계법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뜯어 고치려는 집중 공격 포진을 갖춘 셈이다. 하반기 노개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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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8:06 2005/02/1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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