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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을 사다

 

콩나물을 사다

-하이하바-

어제 홍제역 지하도에서 콩나물을 샀다.

매번 지나치면서도 항상 다른 생각에 휩싸인다.


‘콩나물 질은 좋을까! 중국산은 아닐까! 농약은 없을까! 아니면 저걸 내가 다 먹을까.’

생각을 하다보면 귀찮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쯤이면 이미 모퉁이를 돌아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어느 날 역무원에게, 공익에게 물품을 정리 당하는

그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들의 삶에 지친 얼굴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항상 지나치기를 반복하던 그 모퉁이에서 어제는

콩나물을 사고야 말았다


유난히 추워보이는 아주머니!

며칠 전 코스콤 동조단식에 참여하면서

겪은 추위의 매서움이 볼을 후벼 파고 들어왔다.

매번 보던 얼굴인데, 언제나 즐거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얼굴인데

어제는 왜 그다지도 더 눈길이 갔을까!


어줍지 않은 연민으로 빨리 팔고 들어가시라는

마음이 동했는지, 그 아주머니 돌아가서 손 녹일 아랫목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렇게라도 마음 쓰지 않으면

왠지 발길이 무거웠으리라!


그렇게 달랑 콩나물 천원어치 사들고

돌아가는 나에게 어디선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머니 속에 지갑 왈 “니 앞가림이나 잘해!”


내 앞가림이 뭔지 떠오르지는 않지만

지갑을 톡!톡!치고 달래면서 다시 계단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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